▲인터뷰 중인 최승호 PD
이영광
- 그럼, 같은 한나라당 정권인 김영삼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나요?"그때도 방송을 장악하려는 기본적인 움직임은 있었죠. 김대중 정부라고 해서 방송을 자기들 욕구대로 제어하려고 안 했느냐면 그때도 그런 욕구를 보였어요.
다만, 이 정부처럼 KBS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감사원을 동원한다든지, 또 검찰을 동원해서 직접 수갑을 채워서 끌고 간다든지, 또 정부정책을 비판한 <PD수첩>에 대해서 PD들을 수갑 채워서 잡아간다든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명예훼손죄를 적용해서 검찰이 기소하게 한다든지 등 상식을 초월해서 하는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이 정부 전에는 없었어요."
- 광우병 보도가 무죄 판결을 받고도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 방송을 내보냈죠. 그걸 보는 PD수첩 팀원들은 어땠나요?"참 이해하기가 어려웠죠. 광우병 보도에서 강조했던 부분은 미국과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도 들여오겠다고 한, 합의 내용 자체가 굉장히 문제가 있고, 국민 건강에 위험하다는 것이었죠. 협상 과정이 굉장히 졸속이었다는 것이었어요.
그것을 정부도 인정했기 때문에 결국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미국과 새로운 합의를 하지 않기로 했던 겁니다. 지난달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잖아요. PD수첩이 지적했던 위험성이 다시 드러난 거죠. 법원에서도 PD수첩의 보도내용이 공익에 기여한 측면을 받아들여서 무죄판결을 내린 겁니다.
그런데 정작 MBC가 <뉴스데스크>로 마치 엄청난 잘못을 한 것처럼 사과방송을 했단 말이죠. 저희가 볼 때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 서약이랄까, 김재철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그 세력에게 보내는 충성의 다짐이었다고 생각해요. 김 사장 본인도 사과방송은 여당이나 여당을 지지하는 시청자를 고려한 정치적인 결정이었다고, 시사교양국 PD에게 스스로 실토한 적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기분이 어땠나요?"매우 슬펐죠. 그렇지만 이 정부가 들어서고, 시종일관 <PD수첩>이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이것도 그 중의 하나의 사건이었죠. 이 사과방송 이후에 여러 PD가 징계를 받았어요. 진실을 말하는 <PD수첩> PD로서 감수해야 할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요."
- <파워업 PD수첩> 2편에 시사교양국 회의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녹화한 것인가요?"회의 장면은 이런 사태를 예견했다기보다는 그 당시 <PD수첩> PD들을 1년 기준을 갖고, 1년이 넘은 PD를 다 몰아내는 엄청난 인사를 했기 때문에 사건 자체가 큰 사태였어요. 시사교양국 PD들은 아주 큰 사태가 벌어졌을 때, 회의 장면을 기본적으로 기록을 해두는 관행이 있습니다. 저희는 다큐멘터리 PD이기 때문에 기록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생각하고, 항상 중요한 상황은 기록하고 있어요."
- 일종의 직업병이네요."그럴 수도 있죠. 과거에 저희가 황우석 사태를 보도한 뒤에도 많은 일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기록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하게 기록해서 남겨야지, 장차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 그럼, 간부도 촬영한다는 것을 인지했나요?"알고 있었죠. 왜냐하면, 카메라가 돌고 있었어요. 다만, 그걸 막지 않은 것은 본인도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죠. 공식적인 회의인데, 기록을 막는 것 자체가 옳지도 않고요."
- 시사교양국의 한 간부는 "<PD수첩>이 노동운동 편향성이 있고 정치편향성도 있다"고 했는데, 뭐라 답하겠습니까?"우선 이 사람이 노동운동 편향성을 말하는 것은 노조가 파업한다거나 기업으로부터 탄압을 받는다거나 하는 문제를 보도하기 때문에 노동운동 편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이건 맞지 않는 말이죠.
또, 정치 편향성이라는 것은 <PD수첩>이 한 번도 '새누리당은 나쁘고, 민주당은 옳다'는 식으로 방송하진 않아요. 정치 집단에서 누구는 옳고, 누구는 그르다는 식으로 방송하진 않는다고요. 다만,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은 <PD수첩>이 사학비리 같은 것이 벌어지면 사학비리를 다룬다는 말이에요. 혹은 검찰을 비판하는 것을 다루고, 또 삼성에 문제가 있으면 삼성문제를 비판하고, 종교권력이 문제가 있으면 종교 권력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한다고요. 그런 것을 다 뭉뚱그려 정치 편향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런 세력이 다 기득권층이고, 기득권층을 돌봐주는 당이 새누리당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 사측이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말살하려고, 지난달 조직 개편을 했습니다. 보통 언론장악을 했더라도 임기 후반에는 힘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현 정부는 안하무인격으로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가능할까요?"김재철 사장은 처음 취임할 때부터 <PD수첩> 해체하고 싶어했을 겁니다. 최종 목표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PD수첩>을 최종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전 단계인 조직 개편이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러나 내부 반발이 심할 것 같으니까, 그동안 못했겠죠. 파업을 100일 넘게 하는 과정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나 혹은 '역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충성을 보여야 할 곳은 한 곳 뿐'이라는 생각으로 조직 개편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 사장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참, 잘못한 결정이죠. 이 조직 개편으로 돌아갈 곳을 없애버림으로써, 파업 중인 PD와 기자들이 마지막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으니까요."
"김재철 사장... 취임 때부터 <PD수첩> 해체하고 싶어했을 것"- 그렇다면 파업 중에 <PD수첩>을 없앨 수도 있겠네요?"그렇게까지는 못할 거에요. <PD수첩>란 프로그램이 매우 상징성이 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청자의 반발로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