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자전거길 바닥은 '울퉁불퉁', 나무는 고사

투입된 예산에 비해 이용객 부족...효율성 떨어진다

등록 2012.05.14 15:14수정 2012.05.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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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자전거길 구간에 홈이 파여 있어 고급 산악용 자전거가 아닐 때 일반자전거 이용객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 김종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목적으로 금강 자전거길 146km(대청댐(대전)~금강하굿둑(서천))가 연결되었다며 국토해양부는 4월 22일 '금강 종주 자전거길' 개통식을 가졌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 도심지에 필요하다며 만들어진 자전거도로가 금강과 어울릴 수 있는지, 폐해는 없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1차로 대청댐에서 공주둔치공원까지 종주에 나섰다.

금강 미 준설 공간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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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설이 이루어지지 않은 공간이라 그런지 자유롭게 낚시를 즐기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보인다. ⓒ 김종술


12일 오전 10시, 대청댐에서 현도교까지는 대부분 내리막길이다. 4대강 삽질을 벗어난 공간이라 그런지 고스란히 자연을 간직하고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긴다. 아카시꽃의 진한 내음과 색 노란 꽃가루에 취해갈 무렵 대청댐 10km 지점 중척 에코공원에 설치된 수변 탐방로와 공원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지방도와 국도를 넘나들면서 차량과 교차하는 이런 곳에 자전거길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금강을 바라보면서 달리던 눈에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여울에서 견지낚시(여울(흐르는 물)를 한다. 깻묵을 강바닥에 떨어뜨려 고기를 모으고 구더기를 낚싯밥으로 하여 낚싯줄을 잡아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고기를 낚는 우리나라의 토종낚시)를 하고 있는 걸 보니 한 폭에 그림을 보는 듯하다.

얼마쯤 달렸을까. 충북 청원군 부용면에 이정표를 알리며 아시아 제지를 지날 때쯤 자전거길에 고급스러운 철 구조물이 1km쯤 설치되어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설치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예산낭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자전거길에 포장하고 남은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가 자전거길 옆길에 듬성듬성 버려져 있어 미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부용 체육공원에 심은 나무들이 말라죽어 있다. 주말인데도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마주친 자전거가 10여 대로 한산해 보였다.

길은 울퉁불퉁, 나무는 말라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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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예산을 들여서 만든 공원에 주말인데도 찾는 사람이 없이 방치되어 있다. 앞으로의 관리에 필요한 예산을 잡아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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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댐 기준 31km 지점부터~33.5km 지점 세종시까지 주변에 심어진 나무들이 말라죽어 교체가 필요해 보인다. ⓒ 김종술


충남 연기군 합강정을 알리는 이정표와 함께 강변은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오토캠핑장에 다가갈 무렵부터 죽은 나무들이 나뒹굴고 있다. 그 한편에서는 새로 심은 듯 보이는 왕벚나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충북에서 흘러드는 미호천과 금강 본류가 연결되는 곳으로 나들이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던 곳인데 지금은 산 중턱에서나 보던 이팝나무와 벚나무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나무마다 기저귀를 찬 것처럼 파란 봉지를 두르고, 물탱크를 실은 대형차량을 이용하여 나무에 물을 주는 사람들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자전거길 바닥이 울퉁불퉁하여 엉덩이가 저릴 때뜸 대청댐 기준 31km 지점부터~33.5km 지점까지에 '세종 희망의 숲' 2011년 4월 2일 한국수자원공사 목줄을 한 왕벚나무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죽어버렸다. 군데군데 보수해야 할 곳이 널린 것 같다. 충남 연기군 부용리에서 충북 청원군 부용면으로 넘어가는 임시다리에 대형차량이 무서워 한쪽으로 피하면서 조심스럽게 건너보지만, 교통사고에 위험은 도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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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군과 공주시의 경계 구역인 미개통 구간으로 자전거길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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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를 하면서 발생한 산업폐기물 등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어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김종술


세종보 건너편 지방도와 만나는 지점의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급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자전거를 세워야만 했다. 이곳은 한참 자전거길 공사를 하느라 흙먼지가 날리고, 강변에는 콘크리트 및 산업폐기물이 군데군데 쌓여있다.

카메라는 꺼내 사진을 찍자 "야 제기랄 찍지 마"라고 한다.머 이런 황당한 일이? 신분을 밝히고 욕한 이유를 묻자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서 "폐기물을 빼갈 거니까 찍지 말라고 한 겁니다"라며 큰소리를 친다. '방귀 뀐 놈이 성질낸다'라고 하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황당하기 그지없다.

시간은 벌써 오후 4시를 넘고 있어 서둘러 출발해야 했던 우리는 산림박물관 다리를 건너 공주시 청벽대교 아래를 지났다. 강가 풀숲에 4대강 준설에 사용했던 오탁방진막이 버려져 있다. 엉덩이가 불이 난 것처럼 아파서 바닥에 앉아 쉬는데 자전거길 바닥에 홈이 파여 있는 게 보인다. 이왕이면 좀 더 매끈하게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5시가 넘어서야 종착지인 공주 금강둔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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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다면 생활형 자전거길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4대강에 만들어진 자전거길은 레저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 ⓒ 김종술


대청댐에서 청원군까지 강바닥을 파헤치지 않은 강변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준설 구간은 인간에 접근을 막고 있다.

금강이 어떤 곳인가?, 비단강이라 불리며 태곳적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어느 때고 어머니의 품처럼 그 따뜻한 품을 언제든 내어줬든 곳이다. 그런 금강이 그 아픈 속살을 드러내고도 도도한 척 흐르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나들이 와서 물고기를 잡고 춤을 췄던 백발 노인만이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하러 왔다가 돌아가는 발걸음에 무슨 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지...잠시 먼 산만 바라보다 자전거길 취재를 마친다.
#4대강 사업 #금강 자전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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