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 말듯'... 시각장애인의 작품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사진전 '보다' 열려..."손으로 만지고, 대화하면서 촬영"

등록 2012.05.15 10:26수정 2012.05.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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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혜광학교(시각장애)학교 사진동아리 '잠상'의 두번째 사진전 '보다'가 인천 동구 금곡동 고서적거리에 위치한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공식적으로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개인소유 사진 전문 갤러리로 문을 연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첫번째 오픈 전시로 열리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사진으로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이 전시장을 꾸민 사람은 학생들의 지도교사인 사진가 이상봉씨다. 그는 여러 번의 개인전시를 거치면서 인천에 대형 전시장만 있어 개인전을 열기에 적합한 자그마한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직접 갤러리를 마련했다. 그 첫번째 사진전을 그의 제자들의 작품으로 전시하게 된 것이다.

 

지도교사인 이상봉은 "보이지 않는 학생들은 흐릿하게 볼 수 있는 저시력 학생과 팀을 이루어 사물을 언어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대화하면서 촬영해 왔다"고 소개했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사진액자 아래쪽에 붙어있는 '전맹' 또는 '저시력'이라는 메모를 보면서 '볼 수 없는데 사진을 찍었다고요? 그럼 자기가 찍은 사진도 못 본다는 건가요?' 하며 의아해 한다.

 

'본다는 것이 뭘까?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본다는 의미를 느끼고 싶다.'

 

보이는 것이 일상인 일반인에게는 가슴 찡하게 하는 충격적인 질문이다.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항상 옆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하는 질문이다. 본다는 것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사진가 16인이 바라본 세상 이야기다.

 

"지난해, 1년간 사진기를 통해 담아온 자신의 일상을 담아온 세상이다. 함께 다니며 촬영하여 만들어낸 사진을 16명 스스로가 보는 방식으로 담아냈다"는 지도교사의 서평을 보고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액자 속의 사진들이 제각각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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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의 하늘 창문 너머에는 세상이 있다. 하늘은 창 너머 세상 중 가장 넓은 세상이다. 하늘은 밝다. 그래서 하늘은 희망이 있는 환한 곳. ⓒ 김수빈

▲ 김수빈의 하늘 창문 너머에는 세상이 있다. 하늘은 창 너머 세상 중 가장 넓은 세상이다. 하늘은 밝다. 그래서 하늘은 희망이 있는 환한 곳. ⓒ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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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솔의 살고있다. 서구 재개발지. 커다란 인형이 주인 잃고 덩그러니 방 가운데 누워 있다. 바닥에 흩어진 깨진 유리창 밟히는 소리. 살짝 만져 베이고 싶은 유혹도 생긴다. ⓒ 문다솔

▲ 문다솔의 살고있다. 서구 재개발지. 커다란 인형이 주인 잃고 덩그러니 방 가운데 누워 있다. 바닥에 흩어진 깨진 유리창 밟히는 소리. 살짝 만져 베이고 싶은 유혹도 생긴다. ⓒ 문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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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의 사랑의 봉사 그냥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함께 한다. 내가 마음으로 기뻐하고 싶어서 함께하니 내게 감동이 스며든다. 좋은 일에 사진 찍는다는 것이 뿌듯하고 따뜻해진다. 봉사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실천으로 시작한다고 한 것. 그것 맞는 말이다. ⓒ 박소영

▲ 박소영의 사랑의 봉사 그냥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함께 한다. 내가 마음으로 기뻐하고 싶어서 함께하니 내게 감동이 스며든다. 좋은 일에 사진 찍는다는 것이 뿌듯하고 따뜻해진다. 봉사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실천으로 시작한다고 한 것. 그것 맞는 말이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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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의 괭이부리말 살아야 하는 힘을 보고 왔다. 어렵더라도 굽히지 않는 용기와 극복의 모습을 보고왔다. 골목 곳곳에 살아 있는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만나는 분들의 밝은 목소리에서 새 힘이 솟구친다. ⓒ 박지은

▲ 박지은의 괭이부리말 살아야 하는 힘을 보고 왔다. 어렵더라도 굽히지 않는 용기와 극복의 모습을 보고왔다. 골목 곳곳에 살아 있는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만나는 분들의 밝은 목소리에서 새 힘이 솟구친다. ⓒ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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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의 차 안에서 한 순간, 한 장의 종이위에 찍어내는 것을 사진이라 한다...수 십년 후... 내가 보낸 시간과 세월만큼 나는 나이들고 둔해지겠지. 그래도 다시 보는 이 사진은 늙지도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진 안에 흐르는 시간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정지된 채 나를 기다린다. 나는 이 사진 안에서 오래된 추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진을 촬영하면서 '영원한 생명'의 존재를 생각해 보았다. ⓒ 박지훈

▲ 박지훈의 차 안에서 한 순간, 한 장의 종이위에 찍어내는 것을 사진이라 한다...수 십년 후... 내가 보낸 시간과 세월만큼 나는 나이들고 둔해지겠지. 그래도 다시 보는 이 사진은 늙지도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진 안에 흐르는 시간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정지된 채 나를 기다린다. 나는 이 사진 안에서 오래된 추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진을 촬영하면서 '영원한 생명'의 존재를 생각해 보았다. ⓒ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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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의 비오는 날 나는 천둥소리가 무섭다. 그 날은 폭우와 천둥과 번개가 심했다. 비닐 우비를 걸치고도 우산을 썼다. 간혹 터지는 천둥소리는 내 고막을 찢는 듯 했다. 무서움에 소리 지르게 했고 소스라치게 놀라 귀를 막게 했다. 그럼에도 촬영하는 친구들과 나는 빗속을 헤집고 다녔다. 계단이 있고 그림이 있는 담벼락이 있다. 그리곤 아무도 다니지 않는 동네 텅 빈 커다란 길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 이슬기

▲ 이슬기의 비오는 날 나는 천둥소리가 무섭다. 그 날은 폭우와 천둥과 번개가 심했다. 비닐 우비를 걸치고도 우산을 썼다. 간혹 터지는 천둥소리는 내 고막을 찢는 듯 했다. 무서움에 소리 지르게 했고 소스라치게 놀라 귀를 막게 했다. 그럼에도 촬영하는 친구들과 나는 빗속을 헤집고 다녔다. 계단이 있고 그림이 있는 담벼락이 있다. 그리곤 아무도 다니지 않는 동네 텅 빈 커다란 길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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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경의 흥 다 같이 흥겹게 노래하며 놀아보세~ 다 같이 모입시다. 이리와서 춤, 노래 놀아봅시다. 오랜 전통을 가진 사물놀이. 우리의 멋진 류현 선생님의 풍물 사물놀이. ⓒ 황태경

▲ 황태경의 흥 다 같이 흥겹게 노래하며 놀아보세~ 다 같이 모입시다. 이리와서 춤, 노래 놀아봅시다. 오랜 전통을 가진 사물놀이. 우리의 멋진 류현 선생님의 풍물 사물놀이. ⓒ 황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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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제의 소래 소래는 바다가 가까운 곳이었다. 그런데 간척공사가 진행되고 상업지구가 들어서면서 바다는 자꾸 멀어지고 아파트와 상가들이 가득하다. 작은 철교 하나였던 소래는 이제 커다란 다리가 자꾸 생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북적인다. 바다는 없어지고 사람만 자꾸 늘어난다. ⓒ 김희제

▲ 김희제의 소래 소래는 바다가 가까운 곳이었다. 그런데 간척공사가 진행되고 상업지구가 들어서면서 바다는 자꾸 멀어지고 아파트와 상가들이 가득하다. 작은 철교 하나였던 소래는 이제 커다란 다리가 자꾸 생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북적인다. 바다는 없어지고 사람만 자꾸 늘어난다. ⓒ 김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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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원의 도시 도시는 내가 살아가는 곳이다. 거대한 도시는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복잡한 도로와 상가들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은 내게 새로운 힘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간혹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곳이지만 나는 도시속에서 편안함과 평화로움과 도전의식을 느낀다. 나는 사진으로 그런 느낌을 담고 싶다. ⓒ 임희원

▲ 임희원의 도시 도시는 내가 살아가는 곳이다. 거대한 도시는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복잡한 도로와 상가들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은 내게 새로운 힘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간혹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곳이지만 나는 도시속에서 편안함과 평화로움과 도전의식을 느낀다. 나는 사진으로 그런 느낌을 담고 싶다. ⓒ 임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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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의 숲 우리는 일상 속에서 소중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곁에서 사라졌을 때 우리는 그것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되살리려고 한다. 숲이 바로 그것이지 않을까? 어딜가나 볼 수 있었던 나무들, 수풀, 숲. 그것들이 발달이라는 이름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것을 되살리려 한다. 그러하기 전에 미리 아끼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건만... ⓒ 이희승

▲ 이희승의 숲 우리는 일상 속에서 소중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곁에서 사라졌을 때 우리는 그것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되살리려고 한다. 숲이 바로 그것이지 않을까? 어딜가나 볼 수 있었던 나무들, 수풀, 숲. 그것들이 발달이라는 이름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것을 되살리려 한다. 그러하기 전에 미리 아끼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건만... ⓒ 이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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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도의 가족 아버지는 목사님이시다. 나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치만 공부가 되지 않아 많이 흔들린다. 기도와 노력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지고, 보고 싶다. 내가 맏인데 멀리 나와 있어 같이 하지 못해 부모님께 죄송스럽다.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행복한 우리 가족 ⓒ 김선도

▲ 김선도의 가족 아버지는 목사님이시다. 나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치만 공부가 되지 않아 많이 흔들린다. 기도와 노력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지고, 보고 싶다. 내가 맏인데 멀리 나와 있어 같이 하지 못해 부모님께 죄송스럽다.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행복한 우리 가족 ⓒ 김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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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의 안개비 닿을 듯 말듯, 보일 듯 말듯...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가서야 비로소 진실이 보입니다. ⓒ 김현정

▲ 김현정의 안개비 닿을 듯 말듯, 보일 듯 말듯...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가서야 비로소 진실이 보입니다. ⓒ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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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성의 인천대공원 자연은 꽃과 나무와 수 많은 생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소중한 곳이다. 어릴 적 7살 전에 아파트에 잘 가꾸어진 풀밭이 있었다. 거기서 아빠와 함께 뛰어놀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 나는 항상 자연이 그립다. 자연 안에서 편안함과 평화스러움을 느끼고 싶다. 자연은 스스로 자신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자연을 자유롭게 두지 않아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자연이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아름다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윤우성

▲ 윤우성의 인천대공원 자연은 꽃과 나무와 수 많은 생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소중한 곳이다. 어릴 적 7살 전에 아파트에 잘 가꾸어진 풀밭이 있었다. 거기서 아빠와 함께 뛰어놀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 나는 항상 자연이 그립다. 자연 안에서 편안함과 평화스러움을 느끼고 싶다. 자연은 스스로 자신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자연을 자유롭게 두지 않아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자연이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아름다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윤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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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의 마음의 고향 여행을 한다. 여행에서 어릴 적 시절을 만난다. 기억이 흐릿하고 친구들이 생각난다. 하고픈 일과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 이형진

▲ 이형진의 마음의 고향 여행을 한다. 여행에서 어릴 적 시절을 만난다. 기억이 흐릿하고 친구들이 생각난다. 하고픈 일과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 이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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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의 생명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녹슨 문고리에서 돌 틈에 힘겹게 피어난 민들레에서 생명의 숨소리를 들어본다. 바람불면 소리내어 우는 풍경소리는 내게는 거친 생명의 숨소리이다. 거대한 나무도 작은 새순으로 생명의 존재를 알린다. 튀어 오르는 친구의 당찬 목소리에서 힘이 솟고 나도 함께 큰소리로 외친다. 생명의 소리가 거세게 밖으로 달음박질한다. ⓒ 전수연

▲ 전수연의 생명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녹슨 문고리에서 돌 틈에 힘겹게 피어난 민들레에서 생명의 숨소리를 들어본다. 바람불면 소리내어 우는 풍경소리는 내게는 거친 생명의 숨소리이다. 거대한 나무도 작은 새순으로 생명의 존재를 알린다. 튀어 오르는 친구의 당찬 목소리에서 힘이 솟고 나도 함께 큰소리로 외친다. 생명의 소리가 거세게 밖으로 달음박질한다. ⓒ 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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