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원도시개발조합 건물과 그 옆의 대명복지회관.
성낙선
한국전쟁 직후 한센병을 앓는 제대 군인들이 정착한 곳이 마을 이름은 '대명원'이다. 일명 '한센병 환자 요양촌'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후 한센병에 걸린 제대군인들이 중심이 돼 만든 마을이다. 당시에만 해도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국가에 의해서 소록도 같은 특정 지역에 강제 격리된 채 살아야 했다. 사회적으로 이 병에 깊은 오해와 편견이 있었던 탓이다. 대명원 사람들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람이 못 사는 곳에서 손발이 터지도록 산을 개간해" 이곳에 자신들만의 정착촌을 세웠다.
대명원은 현재 강원도 원주 시내 외곽 호저면 만종리 포복산 북쪽 산비탈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 뒤로는 숲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중앙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원주 시청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1.5km도 떨어져 있지 않다. 포복산을 돌아가는 도로를 달린다고 해도, 채 4km가 안 되는 거리다. 하지만 이 마을은 원주 시내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전혀 다른 세계에 놓여 있는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에 어떻게 마을을 이렇게 방치해 두었는지 의아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42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박달미를 넘어가는 낮은 고개 위에서 도로 너머로 잿빛으로 뒤덮인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겉보기엔 오래 전에 버려진 마을로 보인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
대명원 사람들은 마을이 형성된 이래 60여 년을 사회적인 온갖 편견과 차별을 견디며, 묵묵히 살아왔다. 주민 대부분이 양돈과 양계 사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넉넉한 삶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을 안에서는 같은 병을 앓았던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큰 탈 없이 살았다. 현재 이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130세대에 300여 명이다. 주민들의 나이가 평균 80세에 가깝다.
이 마을이 2007년 시작된 도시개발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다. 2007년은 서울시에서도 뉴타운이니 뭐니 해서 한창 택지 개발 붐이 불 때였다. 당시 원주시는 대명원 일대 53만㎡에 공동주택, 단독주택, 학교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 계획만 정상적으로 진행됐어도 별 탈이 없었다. 당시에는 개발 사업이 2, 3년이면 끝날 줄 알았다. 그 후로 6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