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열린 '희망의 우리학교' 개교식지난 12일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열린 '희망의 우리학교' 개교식이 열렸다. 개교식중 최훈민군이 발언하고 있다.
희망의우리학교
아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학교 운영개교를 한지 4일이 지난 지금(16일)도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만들기'에 한창이다. 아이들은 학교를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고 있다. 기존에 있던 대안학교 관계자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지만 아이들은 그저 그 이야기를 '참고'만 할 뿐이다. 대신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모두의 이야기를 듣는다.
조계사의 도움으로 사무실 1곳과 강의실 2곳을 마련해 구색을 갖췄으니 이제 내용을 채워야 한다. 학교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무엇을 배울 것인지,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운영비는 어떻게 쓸 것인지 정해야 될 것이 많다. 학교에 다니기만 할 때는 몰랐지만 실제로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려고 하니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효율적인 준비를 위해 아이들은 교육팀, 행정팀, 홍보팀으로 서로 팀을 나누었다. 교육팀은 커리큘럼을 짜고, 멘토를 섭외하고(이 학교에서는 선생님을 멘토라고 부른다), 교육과정을 관리하고, 과외 활동을 계획한다.
행정팀은 대외 기관과 협력하고, 대외 업무와 관련한 공문서를 작성하고, 운영자금을 관리한다. 행정업무를 처음 접해본 아이들은 이를 굉장히 낯설어 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서울시대안교육센터에 가서 행정 업무를 배워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려워 한다. 공문서 작성을 담당하고 있는 한 학생은 "공문서 작성이 그렇게 어려운줄 몰랐다"며 "나중에 진짜 수업을 시작하면 (수업) 틈틈이 행정업무를 해야 하는데 빨리 손에 익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보팀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희망의 뉴스레터'라는 소식지를 만들고, 카페관리, 회원관리 등을 담당한다. 홍보팀에서 일하는 한 학생은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건지도 잘 모르고 해서 어렵고 피곤하다"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마음은 즐겁다"고 웃으며 말했다.
"세상이 우리의 학교다"기존에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아이들은 다양한 공부거리를 마련하고 있다. 개교식 중 프레젠테이션에서 "세상이 학교다, 서울광장이 우리의 잔디 운동장이고, 정독도서관이 우리의 도서관이다"라고 말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용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커리큘럼을 기획한다.
미래에 작가가 꿈인 친구들은 글쓰기 강좌를 통해 글 쓰는 법을 공부하고,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철학 강좌를 통해 동양철학에 대해 공부를 한다.
아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커리큘럼의 하나인 '고궁탐방프로젝트'는 우선 멘토와 함께 고궁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기본지식을 쌓은 후 직접 서울 시내 5대 고궁을 다니며 수업했던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멘토'로 초빙했다.
이들이 멘토를 초빙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저 자신들이 배우고 싶은 분야를 정한 후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에게 '멘토링'을 요청한다. 그 대상 또한 다양해서 전·현직교사, 각 분야의 전문가, 대학생 등 특별한 자격 요건을 따지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배울만한 사람'에게 가르침을 요청한다. 최근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매스컴을 타면서 먼저 멘토링을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그거 원하는 것을 배우는데서 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실제로 활용할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창업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카페를 열어 그곳에서 빵과 커피를 만들어 팔 계획이다.
장래에 파티쉐가 꿈이라는 정유진(17)양은 "중학교 때 이미 제빵 자격증을 땄고, 앞으로 제과와 슈가크래프트(설탕공예)를 배워 카페를 운영하는데 활용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학생들 최초의 '자유독립선언' 한거나 마찬가지"멘토를 제외하고 아이들로 가득 찬 '희망의 우리학교'에는 유일하게 딱 한 명의 '성인'이 있다. 이 학교의 학생인 한가주(15)양의 어머니이기도 한 권옥주(53)씨다. 그는 이곳에서 상담 활동을 하며 새로 입학을 희망하는 아이들을 상담하고 있다.
권씨는 "(학교가 개교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며 "최초로 학생들 스스로 '자유독립선언'을 한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아이들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자신은 이 학교에서 "학교지킴이와 관찰자의 역할을 하며 앞으로 이 학교가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보고 그것을 글로써 기록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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