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주무르기만 한다고 '안마'가 아닙니다

[주장] 국가인권위원회 안마사 자격 의료법 개정 권고에 대한 반박

등록 2012.05.20 14:59수정 2012.05.20 14:59
0
원고료로 응원
a

안마 봉사활동에 나선 시각장애인 봉사자.(자료사진) ⓒ 김희제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안마사 자격을 명시한 의료법 제82조 제1항 제2호의 개정을 권고하였다.

의료법에는 안마사가 될 수 있는 자를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의료법 제82조 제1항) 중 "초·중등교육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특수학교 중고등학교에 준한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제4항에 따른 안마사의 업무한계에 따라 물리적 시술에 관한 교육과정을 마친 자"(의료법 제82조 제1항 제1호)와 "중학교 과정 이상의 교육을 받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의 안마수련과정을 마친 자"(의료법 제82조 제1항 제2호)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에 인권위가 권고한 사항은 이중 "중학교 이상의 학력"을 명시한 제2호 안마사 자격 취득 요건이 사실상 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그 이유로 첫째, 시각장애인은 일반적으로 학습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어 중학교 과정을 마치지 못한 저학력자 비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높으며, 둘째, 맹학교 고등부 과정에 직업교육으로 안마과정만 있어 안마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고려하기도 곤란한 실정이고, 셋째, 초등학교 졸업자인 시각장애인이 안마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 별도로 거쳐야 하는 고입검정고시 과목은 안마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교양과목들로 안마사 자격 취득을 위한 필수적 사항이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꼭 학력제한이라는 진입규제방식이 아니더라도 2년간의 안마수련과정의 이수 관리 강화를 통해 안마사의 전문성과 안마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안마는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행위의 일종'... 전문지식 필요

이런 인권위의 안마사 자격과 관련한 의료법 개정 권고안에 대하여 정작 당사자들인 시각장애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운영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통신공간인 '넓은마을(bbs.kbuwel.or.kr)'에는 이와 관련해 인권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Tyiqzero' 회원은 "안마는 아무나 하는 걸로 생각하나 보네요! 학습능력 떨어져도 그냥 주물러대면 그만이라는 건가? 적어도 안마도 인체 치료 목적이라 학습능력 필요합니다"라고 비판했고, 또 'jkp' 회원은 "오히려 중학교 학력을 규정한 현행 제도는 고등학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어야 안마사 질적향상에 필요할 듯 싶은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깊은산속' 회원은 "시각장애인이 배우는 교재를 보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정말 어이가 없군요. 이런 주장이라면 굳이 법과, 의과, 전자과 등의 과정에 왜 필요로 하는 학력을 요구할까? 심히 의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회원들의 반응은 "안마는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행위의 일종'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고 이에 따라 현행 제도는 오히려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또 현재 비안마 마사지사들이 안마사 자격이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는 유보직종인 점에 대해 위헌 신청을 하고 있는 현실을 의식한 듯한 반응도 많았다. 'Cap' 회원은 "꼼수죠. 안마의 수준을 낮추어 놓고 그걸 트집잡아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안마를 개방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는 거라 하겠죠"고 주장했다.

인권위가 내세운 세 가지 이유, 그리고 세 가지 반론

이번 인권위가 "시각장애인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제시한 이유도 설득력이 없다. 인권위는 먼저 시각장애인은 일반적으로 학습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어 중학교 과정을 마치지 못한 저학력자 비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에서 기인한다. 우선 현재 모든 국민은 의무교육으로 중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또한 현재 시각장애인의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 등 시각장애인이 일반인에 비해 저학력자 비율이 높다는 인권위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실제로 대한안마사협회(안마사협회) 산하 수련기관에서 안마 교육을 받고 있는 수련생들의 학력은 고졸, 대졸자가 전체 훈련생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안마사협회는 밝혔다.

또 인권위는 "맹학교 고등부 과정에 직업교육으로 안마과정만 있어 안마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고려하기도 곤란한 실정"이란 이유를 들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인권위가 업무태만 또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권위의 지적대로 현재 시각장애인의 특수교육기관인 맹학교에서는 '안마'만을 직업교육으로 실시하고 있다. 맹학교 고등 과정에 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자신의 선택과 관계없이 안마 교육을 받아야 한다(관련기사 : <나는 안마하기 싫은데 학교에선 강제로...>)

a

영화 <블라인드>에서 김하늘은 시각장애인 '수아'를 연기했다. ⓒ 문와쳐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일반학교의 입학을 거부당한다. 할 수 없이 모든 시각장애 학생들은 맹학교에 입학을 하여야 하고 맹학교에 입학하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안마 교육을 받아야 한다. 다른 직업이나 장래의 꿈을 위해 대학을 진학하려 하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업시간의 상당 부분을 안마 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시각장애인의 교육권과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현행 시각장애 특수 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하고서도 이에 대한 교육적 사회적 차별은 묵인하고 안마사 취득 자격의 학력 조항만을 차별로 본 것은 문제가 있는 인식이다.

마지막으로 인권위는 "초등학교 졸업자인 시각장애인이 안마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 별도로 거쳐야 하는 고입검정고시 과목은 안마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교양과목들로 안마사 자격 취득을 위한 필수적 사항이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인권위의 이러한 시각은 안마라는 의료행위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서 내린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안마는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행위로써 단순히 몸을 주무르거나 하는 간단한 동작이 아니다. 현재 안마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과목을 살펴보면 보건개론, 해부생리학, 병리학 등의 기초의료분야와 이료임상학, 한방학, 진단학 등의 의료 전문 분야 그리고 안마지압론, 침구론, 전기치료론등의 실무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또 일정시간의 실기실습 시간을 이수해야만 안마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의료유사업종으로 전문성이 매우 강한 분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이수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학업 이해력이 요구되고 현재 시각장애인들은 '중학교 졸업 이상'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안마사협회'의 강용봉 사무총장은 "이번 인권위의 판단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안마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이다. 이는 인권위 스스로도 인정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 할 수 없다"고 했다. 강 총장은 "인권위는 안마사 자격 취득시 국가시험을 거쳐야 함이 타당하다며 안마가 전문적 의료행위임을 인정했으면서도 교육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없애라는 것은 시대 착오적 발상"이라고 했다.

시각장애인과 국민의 건강권에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의 수기요법을 의료 행위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타이 마사지, 인도의 머리 마사지(Head massage)등이 WHO에 자국의 수기요법으로 등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안마와 유사한 일본의 안마는 '의료마사지(Medical massage)'로 이미 등록되어 있다. 일본에서 안마사(일본은 안마 지압 마사지가 하나의 면허로 되어 있다)를 취득하기 위해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의 전문 교육을 받은 뒤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WHO에서는 이런 일본의 면허 취득의 까다로움과 3년간 3000시간의 교육시간 그리고 건강보험의 적용 등을 이유로 일본 안마는 일반적 안마와 구별해 의료마사지로 인정한 것이다.

일본의 안마에도 위기가 있었다. 일본은 1945년 전까지만 해도 안마 지압 마사지 자격에 학력 조항이 없었다. 당시엔 3년간의 교육 과정만을 필요로 했는데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미군정이 실시되면서 안마 등의 수기요법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미군정은 "안마나 침구등의 전통 의료가 과학성이 없고 특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력 제한 규정이 없어 국민 건강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침구, 안마 등의 전통 의료 행위를 없애려 하였다. 일본은 부랴부랴 제도를 정비하고 전통 의료 분야를 지켰다.

현재 우리나라도 2년이 넘는 교육기간을 필요로 한다. 충분히 의료마사지로 등록이 가능하며 국민 보건과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러가지 요건을 갖추고 있다. 안마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선 안마사 취득 자격의 학력 조항을 현행보다 오히려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안마사의 자격을 마련한 것은 40년 전의 일이다. 같은 시기에 마련된 간호조무사 등은 이미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안마사만이 아직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인권위의 결정은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도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다.

덧붙이는 글 | 신경호 기자는 현재 일본 국립츠쿠바기술대학 침구수기요법 석사과정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신경호 기자는 현재 일본 국립츠쿠바기술대학 침구수기요법 석사과정에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국가인권위원회 #안마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사 3년 만에 발견한 이 나무... 이게 웬 떡입니까
  2. 2 '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3. 3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4. 4 장미란, 그리 띄울 때는 언제고
  5. 5 '입틀막' 카이스트 졸업생 "석유에 관대한 대통령, 과학자에게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