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중딜러가 차량카달로그를 펴서 설명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며 고객과의 신경전을 펴야한다.
송상호
10명 중 9명은 가격 흥정하지만 딜러들이 모든 건 양보해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차량 가격이다. 차량 가격은 딜러의 수입과 직결된다. 아쉽게도 고객 10명 중 9명이 가격 흥정을 한다고. 아니면 가격을 그대로 내는 대신 다른 서비스를 요구한단다. 어떤 때는 그 달 실적을 위해 거의 남기지 않고 판매하기도 한다고. 이럴 땐 속이 쓰리다.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선 적어도 3회 이상을 직접 만난다. 처음 차량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두 번째 만남은 차량계약 서류를 주고받으려고. 마지막엔 차량을 출고하는 날이다. 그 외에도 소소한 문제가 생기면 만난다. 고객을 만날 때마다 '상냥한 미소, 성실한 친절' 장착은 기본이다.
고객과 3회 이상 만나면서도 긴장의 연속이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머릿속은 바쁘다. 지금 상대하는 고객에게 어느 정도까지 양보해야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계산하게 된다. 어떤 수를 내놓아야 하느냐며 머리를 굴린다.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의 전쟁이 이루어진다.
어느 장단에 맞추란 말인지...딜러가 차분하게 차량 설명을 하면 고객은 "차 팔 의지가 부족하구만"이라고 한다. 딜러가 적극적으로 차량설명을 하면 "너무 강요하는 거 아니야"라고 반응해온다. 너무나도 천차만별인 많은 사람에게 꼭 맞추어서 영업하는 것은 달인의 경지다.
홍보를 위해 전단지 배포, 명함 돌리기, 현수막 설치를 하곤 한다. 이런 방법들이 크게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는 것은 뭐라도 하고 있어야 불안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혹 여유 시간이 생겨도 즐기지 못하고,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생긴다고.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도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만나는 것이라고. 지인들이 술자리에 불러내면 얼굴 도장이라도 찍으려고 나가곤 한다. 그러다보니 술자리가 주 5회인 경우가 많다. 이 일 시작하기 전엔 주 2회가 고작이었는데 말이다.
'잦은 술자리, 일정치 않은 수입', 그래도...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최소장의 아내에게 "여보, 이 일을 하면 술자리도 잦아질 거고, 월수입이 일정치 않을 거야. 당신이 이해할 수 있겠어?"라고 했다고. 물론 아내는 이 모든 일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밀어줬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전 직장의 "비전 없음'에 비할 바냐"는 게 아내의 마음이었다고.
아내가 두 자녀의 교육비라도 보태고 있으니 그 결정이 가능했단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작은 어쩌면 두 자녀와 아내를 둔 40대 가장의 모험이었다. 모험은 실패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니 쉬운 결정은 아니었단다.
더군다나 최 소장은 원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그 고민은 배가 되었단다. 대한민국 40대 가장의 절박함은 자신의 성격을 능가하는 슈퍼맨이 되게 하기도 하나보다. 아내가 적극적으로 내조해준 덕분에 딜러를 하고 있다는 최소장은 겸연쩍게 웃는다.
"성격도 바뀌더라"전엔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단다. 이젠 사람만나는 걸 즐기는 편이다. 전엔 잘못 걸려온 전화가 오면 끊어버렸다. 지금은 잘못 걸려온 전화라도 "S자동차 영업소장인데요, 다음에 차가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