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이 전 재산인 가장, 개인 파산 거절한 이유

이자 갚기 위해 장시간 비정규직 일자리 전전하는 서민들

등록 2012.05.22 15:01수정 2012.05.22 16:18
0
원고료로 응원
"생계비로 돌려쓴 카드 빚 1000만 원을 갚기 위해 햇살론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통장에 들어온 돈은 수수료를 떼고 900여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더라고요. 실업 상태라서 그냥 생활비로 햇살론을 쓰고 있어요."

체감 실업률이 13%를 넘는 대한민국에서 환갑을 바라보는 N씨가 꼬박꼬박 돌아오는 카드 결제금과 햇살론 이자를 갚기 위해 장기간 근속할 수 있는 일터는 별로 없다. 한부모 가장이기도 한 N씨는 실업 수당이 끊어진 지도 3개월이나 흐른 상황이다. N씨의 부채는 어느새 3000만 원으로 불어 있다.

"대학 등록금을 그나마 쉽게 빌릴 수 있는 길은 이자 30%가 넘는 대부업뿐이었어요. 그나마 10% 미만의 학자금 대출로 갈아탈 수 있어서 전 운이 좋은 편이에요."

사회연대은행과 신용회복기금이 공동으로 빌려주는 대학 등록금 대환 대출을 신청한 대학생 L씨는 비록 3년 이후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우선 매월 100만 원이 넘는 이자 부담에서 벗어난 것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다만, 대환 대출 한도에서 벗어난 나머지 400만 원에 대한 고금리 대출을 막을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복지비 지출 8%의 민낯

경제 우등생들만 가입한다는 OECD 가입 국가들의 국내총생산 (GNP)대비 평균 복지비 지출은 약 21%다. 그 중 대한민국은 8%로 가입국가 중 꼴찌다. 이뿐이 아니다. 하물며 비가입국인 멕시코의 11.6%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그러나 복지비 8%에는 또 다른 꼼수가 있다.

즉 서민금융과 같은 정부의 종합 서민 금융 대출 세트 관련 지출마저 복지비 지출 8%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빚은 세상 그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갚아야만 하는 돈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서민에게 돈 빌려주고 이자 챙기면서 정부의 재정 지출, 그것도 복지비 지출로 여기는 정부가 지구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인생의 당연한 이슈들이 있다. 교육과 실직 혹은 주거문제와 의료비 문제. 당연한 이슈라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리고 살아야 하는 권리와도 닿아 있다는 뜻이다. 인권의 또 다른 얼굴인 인생의 4대 이슈는 그래서 국가가 제 1 정책으로 풀어야만 하는 지상 과제다. 많은 이들은 이 문제를 복지라는 이름으로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대한민국 멘탈 붕괴(MB) 정부는 반쪽자리 복지마저 빚으로 해결하고 있다.

서민금융, 경제적 약자 구제책의 시작? 

1998년 IMF와 2003년 카드대란을 거치며 대거 양산된 금융채무불이행 (신용불량) 상황에 빠진 서민과 고리의 대부업을 이용해야만 하는 다수의 경제적 약자를 구하기 위한 출발이 서민금융제도였다. 본격적으로 이 제도가 다종다양한 종합대출세트가 된 시발점은 2009년 3월 희망홀씨대출 부터다.

700만 명이 넘는 저 신용자의 돈줄을 대주겠다는 것이나 실상 그 맨얼굴은 대출 상품의 종합 정책이다. 작년 2011년 4월 서민금융 기반강화 종합대책으로 발표한 정부의 각종 자금 지원 제도는 종합 대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권의 4대 이슈 즉 생계비는 생활안정자금으로 일자리는 창업지원 자금, 주거는 주거안정 자금과 교육은 교육자금으로 모두 대출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둔갑했다.

"통장에 90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 찍히는데, 빚이 아니라 그냥 어디서 떨어진 공돈 같았어요. 늘 돈에 쫓기고 돈에 목말라 있는데 거액이 들어오니 카드 빚 갚기가 너무 아깝더라고요. 돈은 돈이잖아요."

고리의 카드론을 갚기 위해 신청한 햇살론이 어느 순간 생활 자금으로 둔갑했다는 N씨의 변명이다. N씨는 아직 신용불량자는 아니다. 연체를 하거나 갚지 못하면 더 이상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는 공포감에 계속 돈을 빌려 빚을 막고 있다. N씨의 외줄타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서민의 생계와 같은 인생의 이슈를 서민금융으로 풀겠다는 정부의 복지정책은 그러나 신용불량자를 400만 명 더 양산했다는 중간 결과만 남겼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의 몫이다.

"파산하게 되면, 카드를 쓸 수 없다고요? 그러면 우리 집 이번 달 생계비는 어떻게 하라고요? 차라리 지금처럼 그냥 카드 쓸래요."

햇살론 부채 등 빚의 무게를 덜어주기 위한 한부모 가장 N씨를 위한 해결법은 개인 파산뿐이다. 월세 보증금 300만 원이 전 재산인 N씨는 그러나 개인파산을 거절했다. 부채로 인한 매월의 이자 부담도 고통스럽지만, 무엇보다도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언제 일거리가 끊어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신용카드 없이 산다는 것은 N씨를 벼랑 끝으로 미는 것과 같다.

한국, OECD 국가 중 상대적 빈곤 격차 가장 높아

인간이 생존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최소한의 물자를 얻기 위한 소득을 빈곤선이라고 백과사전은 정의한다. 저소득층의 평균 소득과 빈곤선의 격차가 클수록 국가의 상대적 빈곤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2011년 10월에 발표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가입국가 중 상대적 빈곤의 격차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복지비 지출 비율과 상대적 빈곤율과의 관계는 비례다. 

국가로부터 받은 복지를 다시 이자를 붙여서 되돌려줘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서민들은 그래서 오늘도 그 이자를 갚기 위해 장시간 비정규직 일자리로 혹은 그 이자를 갚기 위해 학업을 미루고 유흥업소로 인권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있다.

"구성원의 절대 다수가 빈곤에 빠져 있는 사회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래의 번영과 안녕의 길로 들어설 수 없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준엄한 일갈이다.

현재 한국은 사회 구성원인 서민의 절대 다수가 서민금융이라는 또 다른 약탈적 복지인 부채에 빠져 있다. 현실적인 복지비 지출 실현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의 생활을 개선해야 할 순간에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과 서민금융이라는 부채로 풀어낸 당연한 결과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절대로 미래의 번영과 안녕을 약속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에서 공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미선 본부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에서 공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미선 본부장입니다.
#서민금융 #복지비 지출 #햇살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사 3년 만에 발견한 이 나무... 이게 웬 떡입니까
  2. 2 '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3. 3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4. 4 장미란, 그리 띄울 때는 언제고
  5. 5 "삼성반도체 위기 누구 책임? 이재용이 오너라면 이럴순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