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산 소백산

등록 2012.05.22 16:39수정 2012.05.2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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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아름다운 능선 능선엔 아직 철쭉이 피지는 않았지만 프르름으로 우릴 반겨주었다.
소백산 아름다운 능선능선엔 아직 철쭉이 피지는 않았지만 프르름으로 우릴 반겨주었다.홍순종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생각만 하면 즐거워지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행복을 주는 모임이 있다는 것도 행복입니다. 그런 모임 '천천히 걷는다'에서 이번 달에 바람의 산 소백산을 간다고 한다.

2012년 5월 19일 서울에서 09시 40분에 출발한 고속버스가 영주까지 2시간 30분 만에 도착을 한다. 요즘 세상이 기술의 발달로 차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실감을 한다. 거기서 창원에서 오신 이미정샘과 구례에서 오신 조윤주샘, 전주에서 올라온 정재욱 아우를 반갑게 만났다.


노란 무늬붓꽃 동산 동산 전체에 노란무늬붓꽃이 피었다.
노란 무늬붓꽃 동산동산 전체에 노란무늬붓꽃이 피었다.홍순종

그리고 오늘 모임 장소인 수철리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팔순의 할머니가 보따리를 들고 있다. 호기심 많은 내가 보따리에 싸여 있는 내용을 물었더니 돌미나리라고 한다. 할머니가 돌미나리 10단을 영주 시장에서 팔려고 했는데 팔지 못하고 집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우린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가격을 물었더니 이천 원이라고 한다.

저렇게 많은 미나리가 이천 원이라 창원에서 올라온 이미정샘이 선뜻 이천 원을 낸다. 그러자 할머니는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한다. 그것을 보고 있던 윤주샘이 이천 원을 더 준다. 할머니 입이 함박만하다. 흐뭇한 광경이다.

버스를 타고 소백산역에 오니 기차로 온 이성호, 주민숙, 김영희, 임정숙샘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우리들이 묵을 민박집으로 갔다. 청춘으로 보이는 아낙은 금년 춘추가 75세라고 한다. 모습도 젊지만 목소리도 우렁차다. 그 분이 직접 담은 솔 순 막걸리를 한 사발씩 마시고 죽령 옛길로 접어들었다.

모데기풀꽃 희귀 야생화인 모데기 풀꽃이다.
모데기풀꽃희귀 야생화인 모데기 풀꽃이다.홍순종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올라갔던 옛 선비들과 장사꾼, 민초들이 다녔던 길을 따라 올라간다. 가파르진 않지만 운치는 남아있다. 그리고 올라가는 곳곳에 돌무덤들이 있다. 그 돌무더기에 돌을 올려놓으며 무사안녕을 빌었던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길이 가팔라지면서 숲도 더 울창하다. 거기다 으름 넝쿨과 다래 넝쿨이 어우러져 숲 터널을 만들어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길 양 옆으로 아름답게 피어 있는 야생화들을 감상하며 올라가니 금방 옛 주막 앞에 도착했다. '산천은 유구한데 인걸을 간데없다'는 옛 글이 생각난다.


민박집 잔디밭에서 성찬이 벌어졌다. 주변의 운치도 운치지만 민박집 할머니의 개인기가 우리들을 더 즐겁게 한다. 그리고 처음 우리 모임에 참석한 김영희샘의 신고식에 우린 마음이 울적했다. 그것은 아들을 낳지 못하는 며느리의 비애 때문이었다. 그리고 늦게 합류한 양이의 잇살과 재치에 모두들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큰 괭이밥 큰 괘이밥 꽃이다.
큰 괭이밥큰 괘이밥 꽃이다.홍순종

그리고 다음 날 우린 바람을 맞으러 소백산을 오른다. 희망 폭포를 지나 희망사에서 부처님에게 각자의 소원을 빌고 본격적으로 등반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깔딱 고개 정상까지가 마의 구간이다. 처음 쉼 호흡을 하고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올라가니 땀이 내를 이룰 만큼 흐른다. 이렇게 땀을 흘리니 몸이 가뿐해진다.


일행들을 기다리면서 올라온 사람들 표정들이 참 재미있다. 그런데 다들 밝은 웃보다 찡그린 모습들이다. 그만큼 길이 가파르면서 힘들다는 것이다. 맨 먼저 이성호샘이 뒷 힘을 발휘하며 도착한다. 뒤를 따라 주민숙샘, 임정숙, 김영희샘이 올라온다. 그리고 양이, 이미정, 조윤주, 정재욱, 호림이가 도착을 한다. 생각보다 다들 잘 걷는다. 그 속도로 연화봉에 도착을 했다.

피나물 피나물 꽃
피나물피나물 꽃홍순종

속도가 엄청 빠르다. 그래서 점심을 제1연화봉에서 먹기로 하고 출발을 했다. 백두대간 능선따라 천상의 화원에 사람들의 넔을 빼앗는다. 그 중에서도 호기심이 가장 많은 양이와 조윤주샘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에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그리고 제1연화봉 올라가는 계단에 사람들이 지쳐간다. 다행히 중간에 전망대가 있어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준다. 바람의 산 답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기분이 상쾌해 진다. 그리고 맛있는 상추쌈에 솔 순 막걸리를 마시니 '천상천하 유아독존'들이 다 되어버렸다.

노란무늬붓꽃 노란무늬붓꽃
노란무늬붓꽃노란무늬붓꽃홍순종

그리고 능선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걸어가는 양 옆으로 희귀한 야생화가 만발해 우릴 반겨주고 있다. 그런 바람과 야생화 때문에 비로봉 정상을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하산을 했다. 하산 길은 햇빛을 정면으로 받고 내려오니 무척 더웠다. 그리고 너덜길이라 하산하기가 몹시 어려웠다. 그런 어려운 길들을 아무런 사고도 없이 해낸 걷기예찬 팀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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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역사는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저도 오마이뉴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내 삶의 역사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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