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1순위 사랑은 후순위
주간지 <시사IN>이 보도한 '여기는 결혼불능사회'라는 특집 기사의 헤드라인 제목이다.
그렇다. 이제는 연애, 취업,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와 여성들의 '결혼파업'을 넘어 '결혼불능세대'가 출현하여 결혼이 사회구조적으로 점점 불가능해지는 '결혼불능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도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삼포세대'는 연애, 취업, 결혼(출산)을 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 젊은 세대의 고통을 뜻하는 말이다. '결혼파업'은 여성의 결혼비용 증가와 같은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임신, 출산, 육아, 맞벌이, 부부생활, 살림, 명절, 시댁의 스트레스와 가부장적 가족문화에서 겪는 고통, 외모지상주의와 경쟁, 비교가 가득한 사회에서 겪는 열패감 등으로 인해 결혼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삼포세대'와 '결혼파업'을 넘어서 '결혼불능세대'와 '결혼불능사회'라는 말이 등장하는 현상은 한국사회에서 결혼이 사회구조적인 이유로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결혼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사회구조적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우리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듯이 경제적 양극화(소득과 자산의 양극화)에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집값은 1순위 사랑은 후순위"라는 기사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부동산자산의 양극화에 있다.
부동산이 결혼도 좌우한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할 때 여성이 남성에게 원하는 것은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다. 여성의 이런 요구는 잘못이 아니다. 남자는 자신의 가정을 책임져야 하며 그럴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남자는 밭(직장)에 나가 열심히 땀 흘려 일해서 가정을 부양하도록 조물주가 그렇게 만들었다. 남자의 숙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혼불능사회가 된 게 남자의 잘못도 아니다. 남자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다. 우리나라 남자는 (아닌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성실하고 유능하다. 문제는 남자가 밭(직장)에 나가 열심히 땀 흘려 일하기 위해 필요한 '만민의 평등한 토지권과 주거권'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결혼불능세대가 출현하여 결혼불능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조물주는 모든 인류에게 베푼 만민의 평등한 토지권과 주거권을 통해 일할 수 있는 기회(안정적인 소득)와 쉬고 먹고 사랑하고 생명을 낳고 유지할 공간(안정적인 주거)을 모든 사람이 누리도록 세상을 만들었다. 이는 천부인권(天賦人權)이며 자연법적인 정의다.
물, 공기, 햇빛이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것처럼, 토지, 즉 이 지구는 본질적으로 모든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조물주가 온 인류에게 베푼 하늘의(자연의) 선물이다. 국토는 모든 국민이 사용해야 할 국민 모두의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같은 종인 다른 인간에게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한 생존권(만민의 평등한 토지권과 주거권)을 부정하고 허용하지 않는다.
만민의 평등한 토지권과 주거권을 부정하는 제도가 바로 일제가 우리나라에 심어놓은 토지사유제다.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려면 토지사유제를 청산하고 사회가 만든 토지가치를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토지가치공유제(land value sharing system)를 실시해야 한다. "자기가 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해주어야 한다"는 정의의 황금률(Golden Rule)을 따르지 않고 거부한 결과, 지금 우리사회는 결혼도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일할 수 있는 기회와 가정을 꾸릴 공간을 소수가 차지하고 이를 통해 소수는 다른 사람이 노동한 결과로 막대한 부를 흥청망청 즐기면서 자신은 결혼도 하고(혼자 살면서 돈으로 성적 쾌락을 즐기며 사는 사람도 있음) 자식도 낳는 반면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쉴 수 있는 공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지대추구(rent-seeking)를 통해 합법적으로 빼앗기면서 결혼도 못하고 대가 끊어지는 '멸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형식적인 자유만 있을 뿐 사실상 노예제와 다름없다.
'만민의 평등한 토지권과 주거권'을 주창한 미국의 사회사상가 헨리 조지(Henry George)가 말한 것처럼, 최첨단 문명사회라는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토지가 없으면 진정한 자유가 없다!(No land, No liberty!)".
땅과 집을 차지한 소수의 사람들이 집이 없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지대추구(rent-seeking)라는 빨대로 쪽쪽 빨아먹으면서 결혼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어리석게도 자신들이 앞으로 계속 빨아먹을 노동력의 원천마저도 멸종시키고 있다. 결국 인구가 확 줄어들면 빨아먹을 노동력도 줄어들고 토지가치도 낮아지게 된다.
원시시대에도 모든 사람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자연(땅)과 비록 초라하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자기 집이 있었다. 그러나 최첨단 문명사회라는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는 대학(원)을 나왔어도 일할 수 있는 기회와 가정을 꾸릴 주거공간이 없는 사람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고학력 엘리트 실업자가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해 길거리에 넘쳐나고, 서울은커녕 수도권에서도 웬만한 아파트 하나가 몇 억 단위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부모가 부동산부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젊은 사람들이 삶의 보금자리를 자기 소득으로 스스로 마련하여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진보한 것이 아니라 원시시대보다도 못한 상황으로 퇴보한 것이다.
두려움과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은 같은 종인 다른 사람의 평등한 토지권과 주거권을 부정하고 허용하지 않는다. 동물은 같은 종을 잡아먹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의 생존권을 부정하는 인간은 짐승만도 못하다. 만민의 평등한 토지권과 주거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연법적인 정의다.
정의가 무너지면 결혼은 꿈도 꿀 수 없고 생명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가족을 먹여 살릴 안정적인 소득과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공간이 없는데 누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려 하겠는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출산파업'과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정의를 세워야 한다. 결혼을 못하는 여자와 남자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사회가 원시시대보다도 못한 비정상적인 야만사회로 퇴보하고 있는 것이 결혼불능사회의 핵심이다.
부동산은 결혼생활도 좌우한다
부동산은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했어도 결혼생활에도 여전히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으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와 이로 인한 살인적 고통은 허니문 푸어, 베이비 푸어, 워킹 푸어, 하우스 푸어로 연결되고 맞벌이 부부, 출산을 회피하는 부부, 아태지역 13개국(한국·중국·일본·인도·홍콩·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호주·뉴질랜드·대만·태국·싱가포르)중에서 12번째로 낮은 성생활 만족도를 나타내는 한국 부부, 각방을 쓰면서 성생활을 거의 안하는 섹스리스(sexless) 부부, 경제적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한 부부싸움, 가정불화, 가정파탄, 이혼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부동산으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로 졸지에 졸부가 된 사람은 돈으로 성적 쾌락을 사거나 결혼을 했어도 넘쳐나는 돈으로 외도와 불륜을 저지르면서 가정이 무너지게 된다. 또 결혼을 못해서 결혼적령기가 무한정 연장되어버린 남자들은 음란물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성적 욕구를 성매매와 같은 불법을 통해 채울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반면 가난한 집안의 여성들(엄마와 딸들)은 생활비, 주거비, 의료비, 사교육비, 대학등록금, 부채 등으로 인해 유흥업소나 윤락업소에 빠져 자신의 성을 파는 비극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돈이 많은 가정도, 돈이 없는 가정도 함께 무너지게 된다. 정의가 무너지면 결혼도 못할뿐더러 결국 가정도 무너진다. 우리나라의 가정을 건강하게 세우려면 먼저 정의를 세워야한다.
결혼은 일자리, 부동산(주거), 자녀(육아와 교육)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핵심모순과 얽혀 있는 대단히 현실적인 문제다. 잘 알다시피 일자리, 부동산, 교육은 빈부 양극화를 일으키는 우리 사회의 핵심문제다. 이중에서 가장 큰 경제적 양극화를 일으키는 부동산자산 양극화 문제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결혼불능세대와 결혼불능사회는 지속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만민의 평등한 토지권과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가 만든 토지가치를 사회가 환수하여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지공주의(地公主義)의 토지가치공유제(토지가치세제와 공공토지임대제)를 하루 빨리 도입해 실시해야한다. 아울러 소득이 낮은 젊은 계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장기전세 주택, 토지임대 건물분양 주택, 주거 바우처, 세입자 보호 등의 주거복지 정책도 더 강화해야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자 결혼불능사회를 만든 핵심 원인인 부동산문제가 상당히 해결되고, '결혼불능세대'가 자연스럽게 '결혼가능세대'가 될 것이다. 정의를 실행하면 열심히 일하는 우리나라의 꽃다운 청춘남녀들이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 생명의 선순환 축제를 벌일 것이다.
정의는 청춘남녀의 결혼을 꽃 피운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토지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는 지공주의로 결혼불능세대와 결혼불능사회가 아닌 결혼가능세대와 결혼가능사회를 만들자. 우리 모두 사랑하고, 결혼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자. 결혼할 권리를 가진 대한민국의 모든 꽃다운 청춘남녀들이여, 지공주의로 단결하라! 그리하여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하라!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희년함께(www.landliberty.org)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고,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운영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기독교언론인 뉴스앤조이에도 수정하여 기고하였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집 없어 결혼 못해...이런, 원시인만도 못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