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에 대한 제명처분은 헌법파괴 행위

국회의원 제명처분, 그 요건과 한계는 무엇인가?

등록 2012.05.24 15:48수정 2012.05.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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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19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과 관련하여 당 지도부가 경선을 통해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 전원에 대하여 사퇴하도록 권고하였으나 일부 당선자와 후보들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당내분란을 넘어 정치권 전체에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는 일부 정당에서 부정경선을 통해 선출된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하여 19대 국회가 개원한 후 제명처분을 고려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들 당선자들에 대하여 국회에서 제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먼저 국회의원 제명절차(징계절차)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동시에 구회의 구성원으로서 헌법에 의해 그 신분이 보장되는 헌법기관으로 여러 가지 특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의원의 자격심사 및 징계, 체포·구금 등에 대한 동의여부, 구속된 의원에 대한 석방요구, 의원의 청원의 허가, 의원의 사임허가 등 신분에 대하여 국회가 스스로 자율권에 의해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자율권에서 비롯된 국희의원의 제명절차는 어느 경우 어떠한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며 그 통제절차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검토되어야 한다.

국회는 자율권에 기하여 의원 징계권을 갖는다(헌법 제64조 제2항). 국회의원이 내부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국회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경우 질서유지를 위하여 당해 의원에 대하여 징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징계의 종류로 ①공개회의에서 경고, ②공개회의에서 사과, ③30일 이내의 출석정지, ④제명이 있다(국회법 제163조).

제명의 경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헌법 제64조 제3항), 제명처분에 대하여는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헌법 제64조 제4항). 또한 제명이 의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본회의는 다른 징계의 종류를 의결할 수 있다(헌법 제64조 제5항). 물론 의원의 징계를 심사하기 전에 윤리특별위원회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하고, 이 경우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국회법 제46조 제3항).

그렇다면 국회의원의 구체적인 징계사유는 무엇이고, 국회에서 제명처분이 의결되었을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다툴 수 없는 것일까?

국회법 제155조에서는 징계사유로 12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①헌법 제46조제1항(국회의원의 청렴의무) 또는 제3항(지위남용에 의한 이권개입 금지)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때, ②국회법 제54조의2 제2항(정보위원회 위원의 기밀공개 또는 누설금지)을 위반한 때, ③국회법 제102조(의제외 발언금지)를 위반하여 의제 외 또는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하는 발언을 하거나 이 법에서 정한 발언시간의 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의사진행을 현저히 방해한 때, ④국회법 제118조제3항(의원이 배부받은 회의록을 타인에게 열람, 전재, 복사금지)을 위반하여 불게재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이를 전재(轉載) 또는 복사하게 한 때, ⑤국회법 제118조제4항(공개되지 아니한 회의내용 공표금지)을 위반하여 공표금지 내용을 공표한 때, ⑥국회법 제145조제1항(회의의 질서유지)에 해당되는 회의장의 질서문란행위를 하거나 이에 대한 의장 또는 위원장의 조치에 불응한 때, ⑦국회법 제146조(모욕 등 발언의 금지)를 위반하여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한 때, ⑧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집회일부터 7일 이내에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의장 또는 위원장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후 5일 이내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 ⑨탄핵소추사건의 조사를 함에 있어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사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때, ⑩'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7조(제척과 회피, 주의의무 위반에 의한 징계)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한 때, ⑪'공직자윤리법' 제22조(공직자의 징계 등)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한 때, ⑫'국회의원윤리강령'이나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위반한 때가 그것이다.


이를 유형화 하면 직권남용 금지 및 청렴의무 위반, 국회법상의 의무 위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공직자 윤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국회법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사유는 모두가 국회의원 신분에서 의원활동과 관련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법률이나 도덕감정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재판을 통하여 처벌을 받고 그 결과 의원직을 상실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에는 해당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진보통합당 소속의 국회의원 당사자가 비례대표 후보 경선과정에서 불법행위에 가담내지 연루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가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으면서 발생한 사유도 아니므로 징계처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물론 공직선거법 등에 의해서 처벌받아 의원직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국회법 위반을 이유로 국회에서 징계하는 것을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 헌법 헌법 제64조 제4항은 '제제명처분에 대하여는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법상 제명처분(징계처분)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제명처분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형식논리에 의할 경우 헌법 제64조 제4항을 근거로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는 없다. 제명처분의 사유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결국 법원의 재판을 통해야 하는데 헌법에서 명문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서 인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 입법기관으로서 폭넓은 자율권을 가지고 있고, 그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국회의 지위, 기능에 비추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한편 법치주의의 원리상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기속을 받는 것이므로 국회의 자율권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에도 국회가 자율권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1997. 7. 16.선고 6헌라2 결정).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징계처분으로써 제명처분을 받은 국회의원은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등의 형태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제명처분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법원에 제명처분의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본안으로 징계처분사유 부존재 확인의 소송형태로 국회의 제명처분을 막을 수 있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권력분립에 의해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을 핵심으로 하며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인치가 아니라 법치주의를 그 생명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 자율권에 기한 제명처분이라 하더라도 그 내재적 한계를 벗어난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통제방법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감정이나 도덕감정이 허용되지 않는 행위라 하더라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에 위반해서, 그리고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절차에 의해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낳게 되고, 그러한 예외가 반복되면 원칙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며 결국은 사회전체를 지탱하는 건전한 법치질서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로, 한양대 법대와 로스쿨 겸임교수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로, 한양대 법대와 로스쿨 겸임교수입니다.
#이석기 #김재연 #재명처분 #헌법파괴 #경선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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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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