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만든 오디션은 가라"

청소년이 청소년을 위해 만든 오디션 현장을 가다

등록 2012.05.29 10:38수정 2012.05.29 10:3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른이 만든 오디션은 가라"고 외치는 청소년들이 경기도 안성에 있다. 그들은 2회째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을 열어가는 안성 청소년들이다.


a 가온고 댄스팀 위의 사진은 가온고 댄스팀 '다온'이 오디션을 보고 있는 중이다. 이 오디션은 청소년이 만들고 청소년이 참가하는 오디션이다.

가온고 댄스팀 위의 사진은 가온고 댄스팀 '다온'이 오디션을 보고 있는 중이다. 이 오디션은 청소년이 만들고 청소년이 참가하는 오디션이다. ⓒ 송상호


'대한민국은 지금 오디션 중', 하지만...

사실 '대한민국은 지금 오디션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보이스 코리아> <K팝스타> 등 가수 오디션부터 <코리아 갓 탤런트>와 같은 각종 재능 오디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수 오디션인 <슈퍼스타K4>는 5월 16일 기준으로 1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마감일인 7월 4일까지 갈 경우 200만 명은 넘을 걸로 보인다. 단 한명의 우승자를 위해 200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가 참가하고 있다.

이들 오디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유명 방송국에서 진행한다는 것. 그러다보니 지원자의 수는 엄청나다. 일각에선 1명의 우승자를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들러리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명 오디션 때문에 지역 오디션 등은 묻히곤 한다.

a 보컬 장수진 보컬 오디션에 참가한 장수진 양이 열창을 하고 있다.

보컬 장수진 보컬 오디션에 참가한 장수진 양이 열창을 하고 있다. ⓒ 송상호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문제다. 청소년들이 유명오디션에 지원할 경우, 거기에 목숨 거는 청소년들이 아니라면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부모로부터 승낙 받지 못한 청소년은 예선통과를 해도 더 높은 코스로 진출하기 쉽지 않다. 방송이라는 매체 특성상 익명 오디션은 어렵다. 연예인은 되고 싶진 않지만, 예능의 끼를 가진 청소년들. 그들이 오디션을 볼 곳이 거의 전무하다.


거기다가 모든 오디션은 어른이 만든 오디션이다. 그런 오디션은 상업적인 목적과 연관 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들이 끼를 발산하고 순수하게 즐기는 오디션이 되기 힘들다. 이런 현상은 지역에 있는 각종 청소년 행사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만든 행사에 청소년들이 출전하는 형식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마당에 청소년들이 놀고 빠지는 형태다.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오디션


하지만, 경기도 안성에선 이런 형식을 과감하게 탈피한 청소년 오디션과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 안성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청소년 축제 오디션이 진행됐다.

a 이채영 양 초등학교 6학년 때 언니오빠들이 하는 걸 보고 감명 받은 이채영 양이 중1이 되어 댄스 오디션을 봤다. 미모도 뛰어난 이채영 양은 이왕 참가한 것이니 우승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채영 양 초등학교 6학년 때 언니오빠들이 하는 걸 보고 감명 받은 이채영 양이 중1이 되어 댄스 오디션을 봤다. 미모도 뛰어난 이채영 양은 이왕 참가한 것이니 우승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 송상호


이 오디션은 올해로 세 번째 이루어지는 청소년 오디션이다. 이 오디션은 올 9월에 있을 청소년 축제에 참가하여 경연할 팀을 선발하는 오디션이다. 말하자면 '선 오디션 후 축제'라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도 처음부터 청소년들이 선택한 방식이다.

이 오디션에 참가하는 대상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까지 안성 지역청소년이 대부분이다. 간혹 평택 청소년도 참가한다. 종목도 댄스, 밴드, 보컬 등은 물론이고 국악, 줄넘기 댄스, 밸리 댄스 등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이 오디션은 철저하게 청소년들이 준비했다. 지난해 '2회 야단법석 안성 페스티벌(2011년 9월)'을 끝내고부터 청소년들이 모여 앉아 평가회를 끝냈다. 그 이후부터 매월 청소년들이 정기회의를 했다. 축제와 오디션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의 땐 안성지역에 있는 중고생 20여 명이 모여 진행해왔다.

"작년에 언니오빠들 하는 거 보고 참가했죠."

이날 오디션 현장에는 총 8팀이 지원했다. 밴드(ATP, 스크리머, 라온하제) 3팀, 댄스(사파이어, 다온) 2팀, 보컬(김미경, 장수진, 김선비) 3팀 등이다. 그들은 그동안 청소년들이 직접 전단지 홍보, 휴대폰 홍보, 알음알음 홍보 등을 한 열매였다.

a 행사 리플렛 이 오디션에 통과한 참가자들은 올해 9월 1일에 치루는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 본 대회에 진출에 실력을 겨룬다. 8월 4일에도 2차 오디션이 한 번 더 있을 예정이다.

행사 리플렛 이 오디션에 통과한 참가자들은 올해 9월 1일에 치루는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 본 대회에 진출에 실력을 겨룬다. 8월 4일에도 2차 오디션이 한 번 더 있을 예정이다. ⓒ 청사모 제공


오디션 심사위원도 청소년들이 직접 섭외했다. 안성시민회관 접수, 음악 장비 옮기기, 오디션 준비와 진행, 현수막 제작과 설치 등도 직접 진행했다. 청소년들이 진행하는 것이라 미숙했지만, 같은 청소년 참가자들에겐 문제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날 비룡중학교 1학년 여학생으로 구성된 사파이어 댄스 팀이 눈길을 끌었다. 이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매주 4일 정도를 모여 연습을 해왔다고 했다. 요즘 청소년들 좀 바쁜가. 서로 시간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이 팀의 리더 이채영 양(14세, 비룡중 1년)은 "작년에 언니 오빠들이 하는 이 축제를 보고 감동받았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제 중학생이 되어 이 오디션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이왕 참가한 거 우승했으면 좋겠어요"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한편 올 8월 4일에도 2차 오디션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오디션을 끝내고 나면 오디션 합격자들은 작년처럼 거리홍보, 전단지 홍보 등을 함께 할 예정이다. 손님과 주인이 따로 없다. 청소년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인 셈이다. 올 9월 1일에 있을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도 기대가 된다.

a 참가자와 스텝 이 오디션에 참가한 모든 팀과 이 오디션을 준비한 모든 스텝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가자와 스텝 이 오디션에 참가한 모든 팀과 이 오디션을 준비한 모든 스텝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송상호


현대 대한민국에 사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이뤄낸다는 일은 아주 드물다. 모두가 어른들이 만들어준 매뉴얼대로 살아야 하고, 어른들의 주문을 따라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이 행사는 자신들의 힘으로 이뤄내는 소중한 경험이리라.
#청소년 오디션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 #오디션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