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삼성 '상속재산' 소송, 첫날부터 '불꽃공방'

[현장] 이맹희-이건희 소송... "작년 6월 상속침해 알았다" vs "상속재산 없다"

등록 2012.05.31 09:24수정 2012.05.31 10:14
0
원고료로 응원
a

30일 오후,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558호에서 삼성가 상속 소송 1차 공판이 열렸다. ⓒ 김동환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58호 법정에서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2조 원대 차명 주식을 둘러싼 삼성가 형제간의 민사소송 첫 공판이 열렸다. 공판이 진행되는 법정에는 양측 변호인들이 치열하게 맞서며 '제척기간', 참칭상속인'등 법률 전문 용어들이 난무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 서창원 부장판사는 "법리 공방이 중요한 사건"이라며 "앞으로는 2시간 재판에 30분씩 구두 변론을 항상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수조 원대 민사소송... 누가 이길까?

a

서울 강남역 부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서초사옥. ⓒ 권우성


이번 소송은 삼성가의 '맏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차녀 이숙희씨 등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 에버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아버지 이병철 창업주가 상속한 차명 주식을 되돌려달라는 취지다.

이맹희씨와 이숙희씨가 이 회장을 상대로 청구한 주식은 시가로 약 1조 원 정도. 그러나 현재 법원에 제출한 증거신청 결과대로 청구가 확장될 경우 소송가는 3조 원까지도 불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막대한 소송액과 세간의 흥미를 반영하듯 이날 법정에는 80여 명의 방청객이 빈틈없이 들어찼다.

재판부도 사건의 무게감 때문인지 최대한 중립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며 "쌍방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재판"이라며 "법관도 사람이고 파악 못한 미진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나 신중을 기해서 결정을 내릴 테니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는 원고인 이맹희씨와 피고인 이 회장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양측 법률 대리인들이 출석해 첫 변론 기회를 가졌다. 이맹희씨의 변호는 법무법인 화우에서 9명의 변호사가, 이 회장의 변호는 법무법인 세종 등 3개 로펌에서 6명의 변호사가 맡았다.

원고 이맹희 측, "상속회복청구권 살아있어"


이번 소송의 승패는 이맹희씨 등 상속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원고들이 현재 상속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자가 자신의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상속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의 제척기간 동안만 유효하다.

이병철 창업주는 1987년 사망했으니 이미 제척기간이 훨씬 지났고 이맹희씨 등의 상속회복청구권 자체가 소멸되었다는 것이 이 회장 측이 재판 전 언론을 통해 밝힌 입장이었다. 재판 전, 법정에서 환담을 나누던 변호사들은 변론이 시작되자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원고 변론에 나선 화우의 김남근 변호사는 "제척기간이 초과되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시효는 자신이 상속인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이 상속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이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원고 측은 "이맹희씨가 상속 침해 사실을 지난해 6월에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은 상속을 근거로 명의 변경을 하지 않았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참칭상속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하며 상속회복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참칭상속인이란 법률상 상속권이 없는데도 상속인 행세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병철 창업주는 25년 전 사망했지만 상속권 침해는 이 회장이 차명 재산의 명의 변경한 2008년 12월부터 일어난 것이라는 얘기다.

원고 측은 상속회복청구와 함께 소유권에 의한 소유권반환청구도 제기했다. 소유권반환청구권은 상속회복청구권과 달리 제척기간이 아예 없다.

피고 이건희 측, "상속재산분할협의로 재산분배 끝났다"

a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연합뉴스


피고 측은 이 같은 원고 논리에 대해 "원고가 이 회장에게 달라고 하는 주식은 이 회장이 이병철 창업주에게 상속한 차명주식과는 동일성이 없는 재산"이라고 차분하게 맞섰다. 상속받은 차명주식은 특검 조사 밝혀진 대로 이미 처분됐고, 지금 이 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새로 취득한 주식이라는 얘기다.

피고 측 변호를 맞은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원고가 에버랜드를 상대로 청구한 삼성생명 주식들 역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청구 원인을 봐도 에버랜드가 주식을 반환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윤 변호사의 설명이다.

윤 변호사는 김 변호사가 문제 삼은 참칭상속인 문제에 대해서도 "상속인을 참칭하면서 상속재산을 점유하는 경우 참칭상속인의 요건이 성립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소유권에 의한 원고 측 청구에 대해서는 "소유권 청구라 할지라도 상속권과 함께 청구하는 경우에는 상속회복청구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원고의 사건 청구가 상속인들 사이에 있었단 상속재산분할협의에도 반하는 내용"이라며 "심리할 필요도 없이 부적법 각하되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변론을 진행한 재판부는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과 참칭상속인에 대한 양측 입장이 판이하게 갈리자 법리공방을 먼저 한 후 증거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변호인들이 변론을 하느라 자신의 말을 끊는 상황이 반복되자 변호인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재판 초반에 "모든 변론을 서면으로 받겠다"고 말했던 서 판사는 "대리인들의 법리 공방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판 때마다 30분 동안은 어떠한 구두변론이 이뤄져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의 심리검사를 위해 쌍방 대리인들에게 이병철 창업주가 사망한 1987년을 기준으로 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주권발행 여부에 대한 증거자료 제출을 명령했다. 또한 원고 측에는 모든 청구원인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피고 측에는 이 회장의 상속권 침해 행위 시기가 언제이고 목적물이 무엇인지 확정할 것을 명령했다. 두 번째 공판은 6월 27일 오후 2시에 서울중앙지방법원 558호 법정에서 재개된다.
#삼성가 #소송 #이병철 #상속 #삼성생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2. 2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3. 3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4. 4 [단독] 순방 성과라는 우즈벡 고속철, 이미 8개월 전 구매 결정
  5. 5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