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Jiri, 1995m)에서 만난 지렐(Jirel)사람들

[새로운 나라 네팔, 내가 만난 네팔 사람들 3]

등록 2012.05.31 11:26수정 2012.05.31 11:26
0
원고료로 응원
경황없이 지나간 9개월이다. 간간히 한국의 지인이 찾아오기도 하고 네팔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만남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거침없이 지내온 9개월 동안 지친 마음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복잡한 마음에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왔다. 그곳이 몇 해 전 들은 바 있는 지리(Jiri, 해발 1995미터)라는 곳이다.

a

지리(Jiri, 1995m) 전경 지리는 1995미터에 자리잡고 있는 요새와도 같은 아름다운 곳이다. 스위스 사람들이 취리히와 닮았다며 병원도 지어주고 도로도 닦아주었다고 한다. ⓒ 김형효


새로운 나라 네팔, 내가 만난 네팔 사람들의 연재를 시작한 것은 네팔 헌법 제정을 염두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제헌국회 해산과 함께 물거품이 되었다. 하지만 산 깊은 곳에서도 네팔인들의 새로운 기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리는 과거 네팔의 소형 비행기가 활발한 운행을 하기 전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 8850미터)를 찾는 사람들의 주요 경유지 중의 하나였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경비행기 사고가 잦아졌다. 이후로 관광객들이 다시 지리를 찾기 시작했다. 보통의 여행자들이 경비행기를 이용해 사가르마타 베이스캠프를 찾으려면 루크라를 향한다. 그러나 루크라 공항은 매우 위험한 공항 중 하나다. 이후 안전문제로 인해 지리에서 3~4일 걸리는 루크라까지 발품을 파는 트레커들이 다시 늘고 있다.

보통의 사가르마타 베이스캠프 산행을 위해 지리에서 출발하게 되면 루크라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일주일 정도의 여정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안전문제는 담보할 수 있다. 느리게 걷는 여유와 사색을 위해 좀 더 발걸음을 하는 수고는 필수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더구나 루크라 공항을 한 번쯤 이용해본 사람은 더욱 실감할 것이다.
a

지리에서 첫 밤을 보낸 로지 지리에서 첫 밤을 보내고 지렐족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공부한 로지 뉴에베레스트다. ⓒ 김형효


나의 경우도 지난 2008년 5월 루크라 공항을 통해 사가르마타 베이스캠프를 다녀왔고, 돌아오는 길에도 루크라 공항을 이용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해당 공항으로 향했던 경비행기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최근 들어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포카라를 출발한 경비행기가 좀솜 공항에서 추락해 23명 중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생존하고 전원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네팔을 여행하려는 여행객들의 경비행기 이용에 더욱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나는 여행 첫날인 지난 5월 27일 카트만두 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아침 8시 출발하여 오후 3시경 지리에 도착했다. 도착 후 곧바로 숙소를 잡았다. 숙소 이름은 뉴 에베레스트(New Everest)였다. 숙소에 도착하고 곧 주방을 찾아 네팔 찌아를 마시며 지리에 대한 공부에 들어갔다. 난 그곳에서 네팔의 또 다른 종족 지렐족(Jirel National)만났다. 그리고 지리라는 이름은 지렐족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a

로지 여주인 샤누 지렐(27세) 10여년 전부터 뉴에베레스트라는 로지를 운영해왔다는 지렐족의 후손 샤누 지렐이다. ⓒ 김형효


a

지리에서 본 꽃 꽃의 이름을 몰라도 좋았다. 청초하고 맑으며 휘황찬란한 꽃이 지리에 산기슭에 피어있었다. 나는 이 꽃의 이름을 모른다. 참 아름답다. ⓒ 김형효


로지의 여주인인 샤누 지렐(Shanu Jirel, 27세)은 해당 로지를 10년 전부터 남편 비제야 지렐(Vijaya Jirel, 30세)와 함께 운영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해당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과거처럼 늘고는 있지만 버스가 많이 다니면서 여행객들이 다양한 지역에 분산되어 과거처럼 소득은 올리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전혀 힘든 느낌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힘든 푸념도 없었다.

그들은 딸 머니따 지렐(Manita Jirel, 9세)과 아들 머노즈 지렐(Manoj Jirel, 7세)가 있었다. 둘은 매우 맑고 밝은 인상의 아이들이었다. 물론 보통의 아이들도 대부분 그런 표정이지만, 네팔 산골의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평온함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a

로지 주인의 딸, 머니따 지렐(9세) 에베레스트 로지 주인의 딸인 머니따 지렐(9세)의 나마스떼! 맑은 눈빛의 그는 간호사가 꿈이란다. ⓒ 김형효


a

지렐족의 미래가 될 아이들 지레족 아이들이 이방인을 반기고 있다. 비가 내린 오후 물기 젖은 아이들이 서로 다른 표정으로 활기가 넘친다. ⓒ 김형효


그곳에는 언니를 돕는 여무나 지렐(Yamuna Jirel, 17세)도 함께 있었는데 그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 그래서인지 로지 주인의 딸인 머니따 지렐도 간호사가 꿈이라 했다. 우리네 고등학생 정도 되는 10학년 학생인 그는 익숙한 솜씨로 우리의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기도 하였다.

샤누 질레의 말에 의하면 지렐족은 대표적인 네팔 몽골리안인 셀파족과 타망족의 문화와 매우 흡사하고 네팔 대부분의 지렐족은 지리에 살고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지렐족 #지리(JIRI, 1995M) #루크라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 #김형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AD

AD

AD

인기기사

  1. 1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2. 2 아름답게 끝나지 못한 '우묵배미'에서 나눈 불륜
  3. 3 '검사 탄핵' 막은 헌법재판소 결정, 분노 넘어 환멸
  4. 4 스타벅스에 텀블러 세척기? 이게 급한 게 아닙니다
  5. 5 윤 대통령 최저 지지율... 조중동도 돌아서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