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비박 대선주자들이 그런 비슷한 얘길 일관되게 하고 있다. 이번 대선 전망을 한다면.
"지금은 일단 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 현실을 바탕으로 해서 모든 게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대선주자 지지율이 나오는데 박근혜·안철수·문재인 이렇게 조사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대선 지지율 조사는 1대1 조사가 의미 있는 거다. 또 1대1 구도도 상대방 후보가 확정됐을 때 의미가 있다. 대선은 49 대 51로, 많이 차이 나봤자 45대 55인데, 지금은 사실 돈 아까운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 거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지난 6개월 동안 언론의 각광을 받으면서 독무대에 서 있는데, 안철수 원장은 이따금씩 비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이 둘을 1대1 로 조사하는 게 맞는가. 재미로 해 본다면 모르겠지만... 국가의 운명이 걸린 대선이 재미로 해보는 판이 아니잖나. 현재 명확한 수치와 결과와 현상을 놓고 판단하면, 불리한 구도다."
- 1대1 구도에서도 박근혜 위원장이 진다?
"이대로 가면 진다고 본다. 그동안 실체도 없는 안철수 원장에 계속 져 왔지 않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벌써부터 엄청난 네거티브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박 전 위원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이긴 걸 전제로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 사람들이 지금 현재의 권력을 누리려고 하면서 진짜 권력은 놓치려고 이러는 게 아닌가."
- 이명박 정권 창출 경험자로, 현재 박근혜 전 위원장 주변 인사들을 보면 어떤가.
"박 전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사람들인지, 그걸 방해하는 사람들인지... 내 눈엔 후자에 가깝게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이 될 때는 '뉴DJ플랜'이란 걸 내세우지 않았나. 그 연세에 그렇게 하는 걸 유권자들이 그대로 믿겠나. 바꾸겠다는 그 노력이 가상하다고 표를 준 것이다. 또 당시 동교동계는 DJ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집권하면 우리는 (임명직은) 아무 것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나. 지금 그런 노력이 있는가. 오히려 당이 친박 일색으로 가고 있는 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법안에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서명했다. 친박 대 비박의 세력분포를 보여준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런 구도는 대통령이 되는 데 불리한 구도다. 일부러라도 만들어줘야 하는데…."
- 남경필·정병국·김태호 의원과 공동행보를 취하기로 했다. 정 의원은 여기에 '새누리 진보파'라고 이름을 붙였다.
"비판받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항상 부패에 취약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당의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 이 모임을 정병국 의원이 처음 제안한게 맞나. 모임에서 대선 후보를 낼 계획인가.
"정병국 의원이 발제자 맞다. 대선출마 문제는, 현재는 타이밍이 안 맞다.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 내외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은 다음에 그런 행동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선 주자를 내겠다고 하면 이 모임 자체가 인정받기 힘들다. 우리가 김태호 의원의 대선출마를 뒷받침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고, 아직은 존재감을 더 인정받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실의 계획은 아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지금 새누리당 대선경선은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뻔한 판이 됐다. 정몽준 의원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도면 몰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끼어들면서 대선후보 경선이 마치 아이들 장난판처럼 돼 버렸다. 이명박 정부에서 주역할을 한, 자숙하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대선을 나가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승부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정치 상례에 벗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적 목소리가 뒷받침해서 나가면 힘을 받을 수 있고 당의 대선판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조건이 안 돼 있다."
- 새누리 진보파도 새로 결성되는 '경제민주화 모임'에서 활동하는가.
"4명 중에 경제 민주화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다. 17·18대 국회에서 내가 외롭게 '중도개혁 노선으로 가야 한다' '추가감세 철회해야 한다'고 소수파의 목소리로 외쳐왔는데 그게 어느덧 당의 기조가 됐다. 그러나 사람들은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새누리당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경제민주화에 안 맞는 인사들을 공천한 걸 보면 당연한 의심이지만, 국민들의 신뢰가 생길 만큼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그걸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 친박핵심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도 참여했는데.
"계파모임처럼 되면 안 된다. 유승민 의원은 본인이 엄청난 정책전환을 한 뒤 오랫동안 강한 목소리 내오지 않았나. 모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 비주류하는 건 떳떳하게 주류 되기 위해서"
- 정 의원에게 18대 국회는 자신도 함께 만든 'MB 정권과의 투쟁기'였던 것 같다. 19대 국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려 하나.
"'MB 정권과의 투쟁'이라는 표현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주류가 되고 싶지만 세상이 허락을 안 한다. 4·11총선 끝난 뒤 '박근혜 1인 체제'를 비판하면서 스스로 비주류를 자임한 셈이 됐다. 난 그게 지금의 내 몫이고 역할이라고 본다. 그렇게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스스로 당당하고 떳떳하게 주류가 되기 위해서다. 내가 적당히 눈치보고 타협하면, 나중에 주류가 돼도 당당한 주류가 못된다.
개혁이란 말이 이제는 아무런 감동을 못 주지만,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개혁은 한마디로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우리 사회에서 역동성과 공정성이 사라지고 있는 게 기득권이 독점적으로, 폐쇄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교육, 경제 문제 모두 기득권을 못 깨서 그런 거다. 조직 노동자들과 대기업의 기득권, 그걸 안 깨고 일자리가 어떻게 늘어나겠는가. 우리나라 대기업 근로자들 근로시간이 OECD에서 제일 길고 임금 수준도 가장 높다. 야근·특근하지 말고 근로시간을 정상화하면서 일할 사람을 추가 고용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그게 대기업도, 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이득이니까. 교원평가제가 왜 안 되고 있는가. 교원들의 담합과 저항으로 기득권을 못 깨니까 안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특정 정치인 눈치를 보는가. 공천권 때문이고, 이번 총선 공천도 마찬가지다. 이미 이렇게 하면 19대 국회에서도 눈치 보는 의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공천권을 특정인의 손에서 국민들에게 돌려야 한다. 국회에서 내가 그런 기득권을 깨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 장기간 비주류 자리를 예약한 것 같다.(웃음)
"궁극적인 승리는 비주류가 차지한다. 쿠데타 이전의 박정희가 얼마나 비주류였는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은 비주류 아니었나. 비주류로 남는 건 정말 더 큰 욕심이 있어서 하는 거다. 욕심이 적당히 있는 사람들이 주류를 하고, 욕심이 큰 사람은 주류를 하지 않는다. 항우와 유방이 싸우고, 장개석과 모택동이 싸워서 한 줌도 안 되는 비주류가 이기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장개석과 항우는 기득권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다가 패배한 반면, 유방과 모택동은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기는 거다."
- 최시중 전 위원장과 박영준 전 차관은 구속됐고, 이상득 의원은 수사 대상이다.
"이 정부는 권력사유화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미 많이 터져나왔지만 정권이 끝나고 한참 뒤까지도 계속될 것 같아 두려울 지경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문제가 터져 나왔는데, 정치인들 사찰하고 민간인 사찰한 건 일부분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한 일이 대부분 어떤 거냐면 어디에 이권이 있는데 그걸 먹으려고 하다가 안 되면 가서 사찰하고 그런 거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이권 먹으려다가 안 되면 사찰"
- 공개된 지원관실 문건들을 보고 판단한 건가.
"답답해 하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고 해서 그렇게 알게 된 것이다. 이 정권이 왜 그런가 하니 민주주의가 뭔지를 모르는 거다. 권력은 국민의 것인데,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위임한 거다. 그런데 MB와 그 주변 사람들은 이걸 (위임 받은 게 아니라)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단적으로 나타난 분야가 인사다. 장관이 해야 할 각 부처 인사를, 부처 말단까지도 청와대 행정관들이 다 하고 있으니 장관들이 별 볼일이 없어진 것이다.
권한위임은 '내가 임명했으니 네 권한은 내 권한이다'라는 식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해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장관의 권한을 침해해도 불법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런 의식이 전혀 없다. 예전에도 청와대의 인사개입은 있었지만 장관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간섭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장관이 청와대에 가서 '이 것 좀 해 달라' 이러고 있다."
- 1987년 이후 모든 정부가 '높은 기대와 깊은 절망'을 반복하고 있다. 왜 이렇다고 보나.
"정치가 무능한 거다. 사회 갈등과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할 능력이 없다. 지금의 야당도 전엔 여당이었다. 한미FTA나 강정 해군기지나, 정권 잡고 있을 때 자기들이 하겠다고 했다가 야당 되니 반대한다. 새누리당도 야당 땐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다가 여당이 되고는 낙하산 인사를 하고 거기에 동조한다. 물고 물리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적대적 의존관계가 됐다. 이런 상황이 존속되면 사회 갈등과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좌든 우든 여든 야당 다 기득권구조에 있는 것이다."
- 해법이 있을까. 개헌이 답이라고 보나.
"개헌이 답이라면 국민들이 관심을 나타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지 않나. 제3의 세력이 대안세력으로 기치를 들고 나와 지금의 여야 기득권을 깨야한다. 지금 안철수 원장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도 국민들이 그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종북 논란에도 동요 없는 건 사회가 건강하다는 반증"
- 총선 이후에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금 초저금리 대출'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현재 4.7% 수준인 대출금리를 2% 정도로 낮추자는 것이다. 이자감소분과 세액공제에 따른 세수감소분 등 예산 300억 원만 있으면 되는데, 정부가 이걸 안하고 있다. 정부는 여기저기서 각종 대출금리를 낮춰 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이것만 하면 주택 최초 구입자들에 대한 특혜가 되지 않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연관효과가 크다. 주택 매매 상황이 풀리기 시작하면, 이삿짐센터, 지물포, 철물점, 함바집 등 경기가 연달아서 쫙 풀리지 않겠나.
정부의 수많은 대책이 아무 효과가 없지 않았나. 물 자체가 적은데 중간에 댐 고치고 준설하고 한다고 수량이 풍부해지나. 상류에서 물이 흘러나와야 한다. 주택경기의 경우엔 가장 상류가 최초 구입자다. 최초 구입자가 돼야 할 사람들이 집값이 안 오른다고 집을 안 사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택자금 대출에 이자부담이 거의 없다시피 하면 누가 안 사겠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부터 새누리당이 '아파트표'에서 지고 있다. 이겨도 조금 이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서 그렇다. 부동산 가격이 뛰어도 걱정이지만, 지금은 거래조차 없지 않나. 지금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 수준이다."
-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과 문제 당선자들의 사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우파와 중도가 국민들의 지지를 탄탄하게 받고 있으면 그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온들 대수겠는가. 일본에서도 공산당이 의회 활동하고 있지 않나. 종북주의는 극단적인 좌파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에 별 동요가 없는 걸 보면 사회가 상당히 건강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북한이란 적대 세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 이적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 다들 긴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의심에 대해, 또 북한에 대해 분명하고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면 되는 것인데 그걸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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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박근혜 대통령' 방해하는 사람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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