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설악동탐방지원센터와 신흥사의 일주문을 지나고
변종만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이고 일행들이 내는 발소리만 들려온다. 랜턴의 불빛에 의지하며 앞사람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간다. 신흥사의 일주문, 신흥교, 와선대계곡을 지나는데 밤새도록 그 자리에서 같은 소리를 냈을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반긴다.
비선대계곡의 다리를 건너 금강굴 방향으로 직진하면 가파른 돌계단이 이어진다. 금강굴입구 못미처에서 엉덩이를 걸친 채 물을 마시며 흐르는 땀을 식혔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해야 능률이 오르듯 어둠 때문에 막힌 시야가 오히려 발걸음을 빠르게 한다. 누군가 감탄사로 일출을 알린다. 5시 20분경 붉은 태양이 설악산의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산위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그 자체가 감동이다. 날카롭게 솟아오른 설악산 줄기들이 갑자기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침햇살이 보이는 모습들을 더 황홀하게 만든다. 금강문 주변의 봉우리들이 실루엣처럼 보인다. 이곳저곳 멋진 풍경들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높이 솟아오른 바위 사이를 통과한 후 다리를 건너면 해발 1320m의 마등령정상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다. 이곳의 좁은 공간에서 일행들과 아침을 먹었다.
마등령정상과 가까운 거리에 우리가 지나온 비선대 3.5㎞, 오세암 1.4㎞, 희운각대피소 5.1㎞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국립공원 제1경' 공룡능선은 마등령부터 시작된다. 이곳에 천불동계곡과 가야동계곡을 끼고 들쭉날쭉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절경을 만들어 놓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거칠어진 숨소리가 '하아악~' 소리를 낼만큼 험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땀을 흘린다. 며칠 동안 조심하고 왔지만 수술한 무릎이 아파 다리가 무겁다. 누가 시키면 이렇게 생고생을 하며 산에 오르겠느냐는 농담도 건넨다.
몇 번을 더 오르내려야 하는지를 계산하면 더 힘이 든다. 그냥 마음 편히 걸으면 저절로 힘이 난다. 나한봉(높이 1298m), 1275봉, 신선대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몸이 고달프지만 눈을 호강시키는 풍경들이 피로를 풀어준다.
신선대 못미처의 널찍한 바위에 서니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높이 1708m)을 비롯한 중청봉, 소청봉, 귀때기청봉과 공룡능선을 걸으며 바라봤던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추억남기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고가 났는지 헬리콥터도 부지런히 오간다. 공룡능선을 60회 이상 산행한 815투어 신광복 사장 덕분에 점심을 먹고 신선대 뒤편의 암벽을 오르내렸다. 바위 아래편에 펼쳐진 설악의 멋진 풍경이 마음을 빼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