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별 깃발을 들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변창기
지난 5월 31일 오후 5시 3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마당에서 '2012년 단체교섭 출정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도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현대자동차로부터 정리해고 당한 상태라 출정식에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30일, 현자노조로 전화를 걸어 출입 협조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31일 오후 5시 10분께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현대차 노조 출정식에 참석하려고 정문 앞으로 갔습니다.
"자, 출입자 명단을 확인해야 하니 차례대로 들어 갑시다."현대차 경비가 우선 출입을 제지 시켰습니다. 그리고는 들고있는 문서를 펴고 일일이 이름 확인을 했습니다. 곁눈질로 보니 50여 명의 이름이 명단에 있었습니다. 문서에 적힌 명단과 대조해서 명단 확인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출입이 허용됐습니다. 문서 안에는 제 이름이 없었습니다. 마침 출입문 쪽에 현자노조 한 간부가 나와 있었습니다. 알아보니 경비가 들고 있던 그 문서 속 명단은 비정규직 해고자였는데 거기에 제 이름과 몇몇 비정규직 노동자 이름이 누락돼 있었습니다.
"모두 들어가도 좋습니다."현자노조 간부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경비조장을 바꿔줬고 이내 출입이 허용됐습니다. 어차피 들여보내줄 것을 왜 그런 방법을 쓰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제 이름이 빠져있는 이유를 출입한 후에야 알게 됐습니다. 들어가니 비정규직 노조 임원단이 반겼습니다.
"이거 변창기 동지도 들어왔네요? 어떻게 들어 온 거예요? 현대자동차에서 절대 출입 불가자 명단에 올라 있던데..." 절대 출입 불가자? 그게 무슨 내용이냐 물었더니 저를 비롯한 다섯 사람은 절대 출입 불가자 명단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블랙리스트 중에도 스페셜 블랙리스트였을까요. 네 사람 모두 초기부터 비정규직 노조에 몸담은 사람들이고 노조 간부를 지낸 사람들 이었습니다. 저는 왜 출입 절대 불가자 명단에 있느냐고 물으니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오마이뉴스>와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 글을 많이 올려 그렇지 않겠느냐"고 답하더군요. 황당한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