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목련 축령산 치유의 숲에서 만난 산목련
윤숙희
숲 속에는 수많은 들풀과 나무들이 살고 있었다. 길가에는 초록의 쇠뜨기가 줄을 이었고, 쑥대밭이었으며, 미나리아제비 노란꽃은 어쩜 그렇게 예뻤는지 모른다. 산방꽃차례로 가지마다 층층이 하얗게 피어난 '층층나무'가 있었고, 부끄러워 고개 숙인 하얀 산목련꽃의 애틋한 자태가 있었으며, 때죽나무와 팥배나무, 그리고 그들을 아우르며 품고 있는 장대한 숲의 병정 아름드리 잣나무가 있었다. 그 아름다운 숲을 통해 시각과 청각, 후각, 공감각적으로 전해져 오는 그림과 노래, 향기와 촉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한 편의 공연이었고, 희열과 감동을 자아내는 창조적인 조화로움이었다.
숲 속의 아리아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과 숲에서 노래했다. 한시를 조아리며 읊었다. 숲 속 바다에 일렁이는 맑고 고운 목소리는 산새소리와 어우러져 숲 속의 아리아가 되었고, 넌지시 읊어대는 한 토막 한시는 절로 이백의 '파주문월'이 되었다.
지금 사람 옛 달을 보지 못하였으나지금 달 일찍이 옛사람 비추어 왔네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모두 흐르는 물과 같아서밝은 달 보는 것이 이와 같았지바라노니 술 마시고 노래할 동안이라도달빛은 오래도록 술잔을 비추기를...축령산 잣나무 숲에서 나누었던 노래와 시, 유쾌한 이야기와 맛난 음식은 그렇게 모두에게 참을 수 없는 충만함과 잔잔한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숲 속의 작은 음악회 산새 소리와 어우러져 울리는 노래소리는 숲 속의 아리아였다.
윤숙희
숲에 있는 구름다리를 건넜고, 올챙이 떼가 꼬물꼬물 바글거리는 아담한 호수를 지났다. 길을 걸으며 향기로운 피톤치드로 목욕을 했고, 소박한 길 위에서 깨소금처럼 달콤한 낮잠도 짧게 누릴 수 있었다. 걸어가다가 쉬었고, 쉬면서 걸어갔다. 꼬리치며 안내하는 길의 끝자락을 따라 사람들이 소곤소곤 길을 걸었다.
축령산 잣나무 숲에서 만나 교감하며 체험했던 그 모든 것들에 의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 아픔과 상처를 다독이며 보듬는 마음, 갈등과 증오를 버리고 덜어내는 자기만의 평온한 치유...숲은 만인에게 벗이었고, 자애로운 의사였다. 그렇게 우리는 숲을, 길을 누리며 향유했다.

▲치유의 숲 잣나무 가득한 축령산 치유의 숲을 사람들과 걸었다.
윤숙희
잣나무 숲 둘레길을 가로질러 놓인 나무계단을 걸어 내려왔고, 물레방아 도는 너와집 쉼터를 지나며 맑디맑은 숲의 공기를 흠뻑 마셔 취했다. 피곤한 정수리를 차갑게 적셔 흘러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한 줄기 소나기처럼 치유의 숲은 상쾌했다. 그 아름다운 숲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초록의 들풀들과 이야기 하고, 가슴으로 나무를 안아 보듬으며 자연과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햇빛 맑았던 어느 초 여름날, 축령산 치유의 숲에서 함께 동행 하며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표정에는 발그레하게 염화시중의 미소가 은은하고 향기롭게 피어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 지난 6월 2일 <고양올레>에서 축령산 잣나무 숲 둘레길을 걷고 와서 쓴 글입니다.
도보 구간 : 축령산 매표소~잔디광장~절골~잣나무 숲 서쪽 임도~구름다리~너와집~잣나무 숲 동쪽 임도~호수~너와집~행현리까지 약 1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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