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란 이름은 일제잔재...고유지명 되찾자

식민사관 '언어의 쇠말뚝'...지금 뿌리 뽑아야

등록 2012.06.07 17:07수정 2012.06.0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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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함 '송도호'는 침몰한 지 28년이 되는 1936년, 인천부 문학면 옥련리의 정명(町名)으로 부활하였다. 일찍이 인천에 '송도(松島)'란 이름의 섬이 없었으며, 육지 한가운데의 지역을 '소나무 섬'이라 칭한 얼토당토않은 명명(命名)은 군국주의 일본이 전승을 과시하는 한편 무력의 위세를 암암리에 과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블로거 '깊은생각'의 글 중에서)

현충일이었던 어제 오후 11시, <e-채널 씨리얼>방송에서는 '창씨개명보다 더 독했던 일제의 창지개명'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방영했다. 이번 방송은 인천 등 전국 각지에 아직 남아있는 일제 잔재 지명을 소개하며 한국은 아직도 식민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진국이라는 비판의 날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짧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소개된 이날 방영분에서는 인천의 송도, 삼각산에서 유래된 일제 식민지식 표기인 북한산의 지명을 소개하며 하루속히 고유지명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표기 '송도'를 '먼우금'으로 정정해야

지난 2005년 8월, 광복 60주년을 맞아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일제 문화잔재 바로 알고 바로 잡기 시민 제안 공모'에서 인천도시환경연대가 누리상의 수상을 안았다. 수상의 이유로는 이 단체가 출품한 '송도 지명 일제잔재'였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문화관광부는 인천을 비롯해 부산, 원산, 포항 등 일본인이 다수 거주한 항구를 중심으로 송도와 송도원이라는 유원지 성격의 일본식 지명이 등장했다는 이유를 받아들여 수상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2005년 인천작가회의가 발간하는 종합문예지 <작가들 2005 겨울호>에서 이희환 작가는 송도라는 지명이 '마츠시마'라는 한자표기에서 비롯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며 이 작가는 역사와 설화를 바탕으로 한 '먼우금'이라는 지명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기서 먼우금이란 송도를 포함한 지금 인천 연수구의 옥련동, 동춘동, 청학동, 연수동을 포괄한 지역으로 '멀고도 가깝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옛날 옥련동 능허대가 사신들이 배를 타고 중국 대륙으로 떠나던 나루라서 '떠날 때는 먼 길이나 돌아올 때는 가깝다'라는 말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박아놓은 언어의 쇠말뚝을 뽑아라

블로거 '깊은생각'은 광복 직후인 1945년 이후 인천시가 '정명개정위원회'를 두고 연구를 해 일제지명을 올바로 환원하는 작업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로 인천 부평구의 명치정이 부개동, 소화정은 부평동, 이등정은 구산동으로 바뀌었다. 또 계양구의 대정정은 계산동, 남동구의 목월정은 간석동, 서구의 천대정정은 가정동으로 제자리를 찾게 됐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송도동'은 2005년 확정 표기 이후 아직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깊은생각'은 "역사의 시계바늘을 되돌려놓은 몽매한 처사"라 지적하며 "아직도 이 땅에는 군국주의 일본이 박아놓은 '언어의 쇠말뚝'들이 녹이 슨 채 깊숙이 박혀있는 실정이다. 이런 식민사관 잔재를 우리 국민 스스로 청산하지 못한다면 식민역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인천작가회의 조우성 시인도 지난 2005년 한 지역 언론 사설에서 "송도는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섬(島)이름으로, 오늘날 일본 전역에는 약 1천 개의 '송도'란 섬이 현존하고 있다"며 인천시의 송도동 지명표기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프로그램 방영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지난 시기 프로그램이 호국의 달을 맞아 재인식 차원에서 재방영된 것 같다. 2005년 당시 인천학연구소가 송도라는 지명이 역사적 근거에서 유추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아 인천도시환경연대 주장과 부닥쳐 제대로 이름을 정립하지 못한 걸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방 국장은 "우리 연구소에서도 프로젝트로 따로 진행한 바가 없어 구체적으로 답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세부적인 연구 자료가 나오면 다시 확인해 드릴 것"이라며 "이 논란이 더 이상의 문제제기와 논쟁거리로만 치부되지 않도록 좀 더 세밀한 차원의 연구접근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2005년 인천 연수구의 '송도동' 지명 확정표기에 대해 당시 정구운(한나라당) 구청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외래식 언어사용이 전부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지역 주민이 사용하기 쉽고 부르기 편한 지명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 역사정체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천 송도동 #창지개명 #식민사관 #먼우금 #언어의 쇠말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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