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그것 참 힘드네요

등록 2012.06.08 10:21수정 2012.06.0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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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딸 아이 봉사활동을 위해 온가족이 나섰다.

딸 아이 봉사활동을 위해 온가족이 나섰다. ⓒ 김동수




지난해 큰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초등학교 때와 다른 풍경 하나가 생겼습니다. '봉사활동'입니다. 큰아이는 '놀토'만 되면 봉사활동 가야 한다며 부리나케 학교로 갔습니다. 어떤 날은 학교 가는 날보다 더 일찍 집을 나설 때도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봉사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 알아?"
"선생님이 하라고 해요."

"1년에 몇 시간을 해야 하는데?"
"10시간요."
"10시간?"
"봉사활동 안 하면 안 돼?"
"내신에 문제가 있어요."


참 답답했습니다. 봉사활동이 '의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봉사란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인데, 필수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봉사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놀토만 되면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이 일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봉사활동입니다. 이런 딸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서헌아, 아빠가 너에게 봉사활동할 수 있는 기회 줄까?"
"아빠가 나에게 무슨 봉사활동을 시킬 수 있어요?"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 소식지 보내야 하는데 네가 라벨지 다 붙여라."
"라벨지가 뭐예요?"
"주소를 적은 용지를 말해. 전에는 사람이 손으로 다 적었지만 요즘은 컴퓨터로 인쇄하는데 뒷면에 풀이 있어. 그대로 봉투에 붙이면 된다."
"어렵지 않겠네요?"

"아니지. 200부 정도를 해야 하니까? 힘들어."
"200부요?"



a  막둥이도 하고 싶어했지만 그놈의 공부가 무엇인지

막둥이도 하고 싶어했지만 그놈의 공부가 무엇인지 ⓒ 김동수


딸아이는 그냥 붙이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쉽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직 구식이기 때문입니다. 21칸 라벨지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낑낑거리며 하는 모습이 참 애처로웠습니다. 다른 단체에 보낼 공문도 큰아이의 일거리였습니다. 이 공문도 100부 정도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어제(7일)는 첫째와 둘째가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무려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혼자서 200부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라벨을 붙이고, 공문 넣고, 풀칠했으니 그렇게 걸린 것 같습니다. 어른 손길이면 1시간 정도면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그때 막둥이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문제는 봉사활동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공부가 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아빠, 나도 하면 안 돼요?"
"누나 봉사활동인데 네가 왜 하는데?"
"나도 하고 싶단 말이예요."
"솔직해 말해. 라벨지 붙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공부가 하기 싫지?"
"응."
"그래 한 번만 하고, 그만둬."


a  봉사활동과 공부 과연 병행할 수 있을까요

봉사활동과 공부 과연 병행할 수 있을까요 ⓒ 김동수


공부가 하기 싫어 누나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싶은 막둥이. 결국 한두 장 붙이고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빠만 있으면 그래도 할 수 있는데 엄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막둥이는 역시 공부보다는 몸으로 하는 것이 훨씬 즐겁습니다.

아무튼 봉사활동을 다 마치니, 밤 10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봉사활동 그것 참 힘듭니다. 그런데 봉사활동을 의무처럼 되어버리는 현실 참 답답합니다. 즐거움 마음과 섬김만 있는 봉사활동 어디 없을까요.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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