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신교의 고민, '작은 지역교회'로 거듭나라

김진호의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등록 2012.06.09 19:24수정 2012.06.0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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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김진호의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책겉그림 김진호의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 현암사

▲ 책겉그림 김진호의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 현암사

개척교회를 시작할 때 '큰 부흥'을 기대했다. 3년이 넘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진솔한 교우 50명만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그런 바람 자체도 '짝퉁 대형 교회'와 같은 건 아닐까?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개념도 없이, 지역의 필요성도 살피지 않은 채, 그저 '교인의 숫자 부흥'에 목을 매단 것 말이다.

 

개척교회를 사고판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나 자신도 전에 사용하던 예배당 월세 때문에 지금의 장소로 옮겨왔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는 시설비를 냈다. 물론 그건 교회를 사고파는 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목회자가 은퇴하는 경우, 병을 짊어진 경우, 후임자에게 그 몫을 요구하는 일들이 많다. 요즘 중소형교회에 부는 몇 몇 흐름이 그것이다. 신뢰와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도 많다. 그만큼 신중해야 할 모습이다.

 

대형교회는 그렇다면 문제가 없을까? 왜 없겠나? 무엇보다 거대한 예배당을 짓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형버스들을 돌려, 교우들을 완전히 만족스럽게 해야 하는 멍에가 있다. 더욱이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멋진 일들을 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을 받고, 명예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배당 빚 때문에, 밀실의 교권주의 때문에, 교회 내 기득권 다툼 때문에 말썽도 생긴다. 그 나름대로 깊은 근심거리다.

 

김진호의 〈시민 K, 교회를 나가다〉는 그와 같은 고민거리들을 풀어 놓으며 함께 고민하고 그 대안을 찾고자 한 책이다. 한국개신교의 어제와 오늘을 반성하고 점검하며, 그리고 내일을 모색하기 위한 '나눔의 장'이다. 교회 안의 목회 경력과 교회 밖 민중의 입장도 대변하고 있어서 그런지 교회와 세상을 위한 '소통의 장'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1970, 80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한국 개신교가 이룩한 가파른 양적 성장의 요인을, 앞에서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설명했다. 첫째, 도시빈민으로 편입된 이농민들의 대대적인 신자화, 둘째, 빌리 그레이엄 전도집회를 비롯한 대규모 선교대회를 매개로 한 시민계층의 광범위한 개종, 셋째, 모던 체험의 문화 공간으로 몰려든 전후 청(소)년 계층의 교회 유입이 그것이다."(100쪽)

 

대부흥기를 맞았던 한국교회의 어제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성공주의 신화와 대규모 성령집회, 그리고 미국식 문화 공간의 영향이 대부흥을 주도했다는 뜻이다. 그러던 한국개신교가 쇠퇴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왜일까? 그야말로 '자본이 된 신'을 숭배한 채 '신뢰를 잃어버린 종교'로 전락한 이유 때문이란다. 한국개신교가 보여주고 있는 오늘의 모습이 그것이란다.

 

"수평적 관계의 틀은 교인들이 이웃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앙을 통해 학습된 수평적 관계에 대한 태도가 이웃과의 관계에도 이어진 것이다. 특히 이웃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그들에게 포교하는 일을 '영적 전쟁'으로 묘사하는 공격적 선교를 포기하고, 삶과 생각을 나누는 친구로서 이웃을 대한다. 나아가 교회가 벌이는 선교적 과제, 가령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거나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는 등의 일에서 '교회 밖 이웃'은 동료다."(216쪽)

 

놀랍게도 이것이 한국개신교가 취해야 할 미래상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작은 교회를 추구하는 것 말이다. 물론 서두에서 꺼낸 것처럼 큰 것에 대한 열망에 찌들어 있는 '짝퉁 대형 교회'를 지칭한 게 아니다. 교회구성원들 간에 깊은 유대관계를 매개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데 매진하는 교회를 일컫는 것이다. 저소득층 어린이방이나 노숙자 생활공동체를 운영하는 일들도 그에 해당될 수 있다.

 

과연 작은 교회의 생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실 개척교회는 혈연을 통하거나 중대형 교회의 선교비로 운영하는 게 관례였다. 그것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속될 흐름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커피숍 목회라든지, 복지목회라든지, 그런 생계전략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아울러 국가 차원의 사회복지제도로 이들의 생계문제를 보완할 것도 일러준다. 그를 위한 한국교회 재정의 투명성 제고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한국개신교는 한국사회가 겪은 식민지와 해방, 전쟁과 개발독재, 민주화와 세계화 등으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격랑의 시대 속에서 교회는 나름대로 탈출구를 보여줬다. 철저한 수직구조와 배타성을 바탕으로 말이다.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그것이 돌아왔다. 대형교회는 대형교회대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으로는 수평적인 구조와 포용성을 바탕으로, 신뢰와 상식 속에서,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작은 지역 교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바라는 한국교회의 미래상이 그것이다. 물론 교회의 사이즈만을 두고서 한 건 아니다.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 한국 개신교의 성공과 실패, 그 욕망의 사회학

김진호 지음,
현암사, 2012


#한국개신교 #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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