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회 강창희-유신판사 황우여가 헌정수호 세력?

[取중眞담] 헌정유린 5·16 미화하며 헌법수호한다니

등록 2012.06.14 17:41수정 2012.06.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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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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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종북공세 확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새누리당 내에서도 힘을 얻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칠 줄을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정수호'를 내세워 색깔론을 펴고 있는 이들이 유신이나 5공화국을 미화하는 걸 보면 헌정수호의 개념이 헛갈리기 시작한다.

새누리당 안에서 '종북공세가 지나치다'는 지적은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남경필 의원이 지난 9일 의원연찬회 자유토론에서 "더 이상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고, 사석에서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힌 의원들도 더러 있었다. 새누리당으로의 변화를 이끌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도 12일 "(종북논란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훈수를 뒀다.

홍일표 원내 대변인도 12일 "(야당은 새누리당을) 매카시즘이라고 공격하는데, 종북논란을 확대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내 한편에선 멈출 생각이 없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종북공세 계속 여부에 대해 "이 문제는 대선까지 우리가 가져가도 관계없다. 오히려 (종북세력의) 목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번 크게 벌여놓은 종북공세판의 기세는 꺾었지만 멈출 줄을 모른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발언을 보면 과연 19대 국회가 당을 초월해 인권 및 자유민주적 질서라는 헌법가치를 과연 지켜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던 지난 5일의 발언을 11일 한 행사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도 그대로 사용했고, 이한구 원내대표도 "차츰차츰 밝혀질 것"(11일)이라며 자신이 지난 7일 했던 '간첩출신 국회의원' 발언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불붙은 종북논란에 부채질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은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충일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자들이 있다"고 한 발언은, 종북논란의 최종명분이 '헌정질서 수호'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상 최대의 헌정유린... 5·16, 유신, 12·12

그런데, 대한민국 건국헌법이 제정된 이래, 가장 헌정질서를 유린한 사건은 무엇인가. 1961년 5·16군사쿠데타와 이를 통해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연장을 위해 단행한 1972년 유신체제다. 이에 뒤지지 않는 게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군내 사조직 하나회가 최규하 대통령을 협박해 군부를 장악하고 결국 정권찬탈에까지 이른 1979년 12·12사태라 할 수 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수립된 제2공화국을 무너뜨린 군사쿠데타는 헌법을 유린했을 뿐 아니라 시민의 피로 이뤄낸 민주공화국을 군부의 손아귀로 송두리째 앗아갔다. 이에 이은 유신체제는 종신집권을 위해 권력자가 마음대로 헌법을 고쳐 쓴 초헌법적 체제였다.

유신체제와 5공화국의 공통점은 현재의 종북논란에 앞장선 인사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가 '체육관선거'라 불리는 대통령 간접선출 방식이었고, 김대중·김영삼 등 권력자에 맞선 야당 지도자들은 죽음의 위기에 처하기도 하도 집에 갇혀 사는 고초를 겪었다.

유신과 5공화국이라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죽음이 동반된 것도 공지의 사실이다. 인혁당사건과 같은 '사법살인'이 공공연히 행해졌고, 5공화국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에게 총질을 하면서 탄생했다.

그런데 유신과 5공이 끝난 지 25년이 다 돼가는 2012년에, 국회의장을 하나회와 민정당 출신인 강창희 의원이 맡게 될 처지다. 그토록 헌정과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를 외치는 원내다수당 새누리당이 그를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해놨기 때문이다.

유신·5공 때 판사·경제관료·군인..."5·16은 구국의 혁명일수도"

헌정질서 수호를 외치며 한편으론 헌정파괴 세력인 하나회 출신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해놓은 이 웃기는 상황은 종북논란에 명분으로 붙는 '헌정 수호'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종북공세를 펴고 나선 이들의 과거를 봐도 헌정 수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황우여 대표는 1969년 사법시험에 합격, 유신과 5공시절 판사를 지냈다.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 요구 세력을 탄압한 정권을 돕던, 사법부가 '권력의 하수인'이라 불리던 시절이 황 대표가 법관으로 있던 시절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96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무부에서 근무하다 유신시절인 1975년 대통령비서실 서기관으로 근무한 바 있고, 1985년 대우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신시절 정권의 핵심부에 있었고, 5공 중반에 공직을 떠난 셈.

자신이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조선 말 십자가를 밟고 가게 해 천주교인들을 잡아냈던 것처럼 종북의원을 검증하자'는 주장을 했던 한기호 의원은 1971년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1975년 소위로 임관한 뒤 장교로 복무하고 2010년 중장으로 전역했다.

이들이 유신시절이나 5공 때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화 요구를 탄압한 정권에 대해 어떤 저항을 했는지 들어본 바가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 직을 유지하지 못했을 터. 더구나 이들의 최근 발언은 유신시절과 5공을 미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생기게 한다.

한기호 의원은 지난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사 생도 사열 논란과 이에 대한 야당의 책임자 문책 요구를 "오버하는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5·16 쿠데타는 시간이 흐른 뒤 구국의 혁명일 수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가나안 농군학교 이전과 관련 "새마을정신과 새마을운동이 확산되도록 하는 데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시작했던 새마을운동이 근대화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부정할 순 없지만, 유신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게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을 '헌정 수호 세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헌정과 민주주의 유린에 저항해본 적도 없고, 헌정이 유린된 시절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세력이 '헌정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외쳐봤자 당리당략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헌정질서 #민주주의 #종북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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