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일 노사공동포럼
보건의료노조
노동운동의 양 날개는 강력한 '진보정당'과 '산별노조'라고 했던가. 그런데 그 노동운동의 양 날개가 최근 한국에서는 제대로 날갯짓을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이라는 한 날개는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노동 없는 진보정치, 대중조직이 배제된 정파연합당의 벽에 부딪쳐 꺾이고 있다. 또 다른 날개인 산별노조는 2000년 전후로 힘차게 치고 올라가다가 2006년 자동차 등 대공장 노조들의 산별노조 전환으로 기세를 올린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노동운동이 날갯짓을 못하고 침체기를 겪는 동안 비정규직 문제와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사회양극화 현상도 악화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은 10% 이하로 추락했고, 노조의 사회적 존재감과 영향력 또한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노동 없는 복지, 노동 없는 정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운동은 과연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가.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노동의제가 각각 그 원인과 문제점, 해결방안을 갖고 있지만 근본적·총체적인 돌파구는 개별 기업을 뛰어넘는 초기업노조 활동 강화와 초기업교섭,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전면재편에 달려 있다.
노조 활동과 교섭을 기업별로 묶어 두고 거기에서 지금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손발을 묶어 놓고 무거운 짐을 옮기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이런 점에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2012년 한국에서 '노동운동의 모든 길은 산별노조로 통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4월 총선 전에 여소야대 국회를 전망하면서 산별노조운동의 제도화로 위기국면을 돌파하려는 기존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제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같은 '기동전'이 아니라 '진지전' 방식의 투쟁, 모범과 모델을 만드는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노동운동 내부에서 산별운동의 내실을 기하면서 산별운동의 동력을 발굴해 내용을 재구성하고, 그 힘으로 법·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 오는 12월 정권교체를 하고, 새 정부의 의지로 적극적 노동행정을 통해 산별 노사관계를 다시 추동해야 한다.
노동현장이 새롭게 움직이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그동안 산별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롭게 나아가려고 하는 제2산별노조운동을 이야기한다, 당위에서 현실로, 제2산별노조운동의 방향과 내용을 둘러싸고 다양한 모색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운동포럼에 이어 산별특위 활동을 시작했고, 더불어 제2산별노조 발전전략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처럼 활발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금속·금융·공공·보건과 함께 건설·사무·교육·민간서비스 등에서도 산별운동이 꾸준히 모색되고 있다. 물론 산별 추진으로 인해 조직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필자가 참석한 '새로운 노사관계 비전 모색 좌담회'에서는 한국 노사관계 시스템을 평가한 후 2012년 전략과제로 △ 기업과 지역, 업종 단위에서 협의와 조정의 노사관계 구축 △ 고용-복지 친화적 노사정 사회적 협의모델로 더 많은 고용, 더 나은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