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야간산행북문에 도착했을 땐 어둠이 번지고...
이명화
사람 사는 지붕아래 하나 둘씩 피어난 불빛이 모이고 모여서 보석을 흩뿌려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반짝거렸다. 검은 산들이 가만히 감싸고 그 어둠 속에서 모여 있는 불빛들, 그것은 사람 사는 곳의 불빛들이었다. 어둠에 가려진 삶의 누추한 모양들, 그리고 보석 같고 별빛 같은 불빛으로 그 누추한 삶을 위로하고 있는 듯 했고 어둠에 가려진 도시는 밤이 깊을수록 더 환해졌다.
이렇게 좋은 밤. 야간산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나 서로가 있는 듯 없는 듯 사색을 방해하지 않고 호젓이 걸으면 좋을 일이다. 하지만 첫 야간산행에 설렘 가득 안고 온 사람들 마음은 그저 들떠서, 좋아서 산행 길 내내 얘기하며 파안대소하며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처음으로 등산선교회 산행에 참여한 어떤 권사님은 '난 야간산행만 할래!' 하고 말했고 '다음 달에도 한다고 하자, '다음 주에 당장 하자고 해서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들었다. 달빛사냥을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아서, 보름달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아도 우린 마냥 즐거웠다. 넘치는 끼,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느라 산성 길을 흔들고 고요한 숲을 흔들어 잠을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