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권우성
이제 이 법이 통과되고 2013년 7월 1일 시행되면 현대, 기아, 한국지엠 등 자동차 완성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회사,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모든 제조업의 재벌회사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게 됩니다.
현대자동차에는 4만5000여 명의 노조원을 가진 힘 있는 노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회사가 곧바로 정규직을 정리해고 한 뒤, 그 자리를 '합법적인' 사내하도급으로 채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회사는 1차적으로는 시트나 변속기 등의 업무부터 블록화, 외주화, 분사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현대차는 2020년까지 1만 명 이상이 정년퇴직으로 공장을 떠납니다. 그 자리는 사내하도급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내하도급 노동자는 늘어나고, 정규직의 조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와 협력적인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나 노조가 없는 회사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엄청난 태풍이 몰아칠 것입니다. 회사는 유럽발 경제위기를 핑계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고, 그 자리는 '합법적인' 사내하도급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감히 임금인상의 요구도 함부로 꺼내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기아자동차 모닝공장, 현대모비스 11개 공장 중 8개 공장,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STX중공업, 현대위아 3개 공장 등 처럼 정규직은 관리자들 뿐이고, 모든 생산 공정은 합법적인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이 일하는 야만적인 공장이 전국에서 들불 번지듯 번져나갈 것입니다.
공공, 병원, 서비스 등 모든 영역으로 확대더욱 끔찍한 것은 사내하도급법안이 제조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노동부의 '가이드라인 준수 우수기업'에는 서울성모병원, 롯데백화점, 조선호텔 등 공공부문과 서비스 산업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동부는 시설, 경비, 주차, 안전, 청소, 계산원, 식품, 전기A/S, 객실정리, IT, 주차관리, 기획광고, 경호, 응급수납 등 많은 업무들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우수'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철도공사는 '경영혁신'과 '비핵심업무'라는 이유로 역무, 차량정비, 보선, 승차권발매, 레일교환, 전산정보 등 수많은 업무를 외주화해 왔고, 철도노조는 이를 막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해왔습니다.
이제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이 통과되면 주변업무뿐만 아니라 핵심업무까지 합법적인 사내하도급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고, 정규직의 일자리는 빠르게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정년을 1~2년 앞두고 있는 노동자가 아니라면, 새누리당과 재벌이 추진하는 사내하도급법의 총구를 비켜나갈 정규직 노동자는 많지 않을 것이고, 이제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게 됩니다.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안이 경영에 부담을 준다며 사용자단체와 보수언론, 경제신문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듯한 '짜고 치는 쇼'를 하고,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대타협을 하라며 장단을 맞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