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인천지역의 표준점수가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을 두고 '수능 꼴찌'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와중에 인천시교육청이 그 원인으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 보장에 관한 조례(학습선택권조례)'와 '기숙사 설치 일반계 고등학교 전무'를 꼽아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13일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 발표 이후 수능 성적 결과를 자체 분석해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 내용을 정리하면, 인천지역의 표준점수(전체 응시자의 평균을 100으로 환산한 점수)는 언어와 수리(나), 외국어 영역에서 전국 최하위인 16위를 기록했다. 수리(가) 영역은 8위였다.
다만, 1~2등급의 우수학생 학력 향상도 순위는 언어와 외국어 4위, 수리(가) 3위, 수리(나) 8위로 전반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8~9등급의 저조학생 학력향상도 순위도 언어 2위, 수리(가) 1위, 수리(나)와 외국어 4위로 파악됐다.
시교육청은 수능 전국 최하위의 원인으로 ▲ 중학교 3학년 우수학생 탈인천 현상 ▲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 부족 ▲ 타 시도에 비해 기숙사 설치 일반계고 전무 ▲ 학습선택권조례로 인한 학교 현장의 갈등·불신과 신고 문화 팽배로 안정적인 자기주도학습 분위기 미흡 등을 꼽았다.
또한 ▲ 학교·학생·교사의 수시전형 집중 현상 ▲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탈락자 등 기초학력 부진학생 대다수가 일반계고(옛 인문계고)에 배정받아 수능 표준점수 관리에 어려움이 심화된 점 ▲ 수능 언어와 수리 영역 외 영역별 1·2등급과 표준점수 상위 점유를 위한 선제적 대응 미흡 등도 지적됐다.
인천시교육청은 대응방안으로 ▲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의 학업 관리 철저 ▲ 수시 전형 합격자가 수능 시험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 중학생 진로·진학 지도 강화 ▲ 중학교 학력 향상을 위한 선제적인 지원 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우수지역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 자기주도학습 시간 증가를 위한 학습선택권조례 적용의 유연성 확대 및 방학 전후 정기고사 분산 실시 ▲ 전국연합학력평가 및 수능 성과 중심의 관리자 인사 폭 확대 ▲ 기숙형 고교 확대 등의 발전방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노현경 시의원 "시교육청, 학습선택권조례 무력화 시도"
시교육청의 이러한 분석에 대해 학습선택권조례를 발의한 노현경 인천시의원은 20일 <부평신문>과 한 통화에서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해 공포된 것은 지난해 10월 17일이고, 수능은 11월 10일 치러졌다"며 "수능 성적을 꼴찌로 만든 원인으로 (학습선택권조례를) 꼽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노 시의원은 "수능 성적이 최하위로 발표되자, 시교육청이 이를 이용해 학습선택권조례를 무력화하고, 예산이 삭감됐던 일반계고 기숙사 건립 등 논란이 일었던 사안들을 재추진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우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정책실장도 "학습선택권조례가 공포돼 실제 학교 현장에 적용된 것은 올해 1월"이라며 "수능 성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학습선택권조례로 꼽은 것은 시교육청의 비겁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을 학교에 강제로 붙들어놓고 공부를 시킨다고 성적이 오른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라며 "학생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학력증진팀 관계자는 "학습선택권조례 공포 시기와 상관없이 그 과정에서 학교를 옭아매고, 소모적인 논쟁이 있었던 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기숙사 등 다른 시도에 많이 갖추고 있는 것들을 인천에서 하지 못해 수능 결과가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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