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안 와서 다행".... 죄송합니다

전남 영광 염산 두우리염전의 소금작업... 구릿빛 피부의 '부부 염부'

등록 2012.06.25 14:20수정 2012.06.26 09:08
0
원고료로 응원
[기사 수정: 25일 오후 3시 35분]

a

전남 영광 염산에 있는 두우리염전에서 박윤구씨가 대파질을 하고 있다. ⓒ 조정숙


삶의 애환이 녹아 들어있는 현장, 염전은 오래 전 내가 사진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작품으로 담아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염전을 찾아가 염부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만,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만 돌아오면 도지는 병이기에 나도 어찌할 수가 없다.

4~5년 전인가, 집 근처 소래에 있는 소래 폐염전이 철거되기 전에도 수없이 찾아 갔었고 2년에 걸쳐 사계를 담기도 했다. 하지만 폐염전이기에 소금작업을 하지 않아 무너져 내린 건물들을 보면서 그곳에서 나누었을 염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질펀한 삶이 어우러진 애잔한 휴먼스토리를 작품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었다.

a

대파로 소금물을 밀어 소금을 모으고 있다. ⓒ 조정숙


a

전남 영광 염산에 있는 두우리염전에서 부부가 대파로 소금물을 밀어 소금을 모으고 있다. ⓒ 조정숙


30도가 넘는 더위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땡볕 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 생동감 넘치는 그들의 모습을 찍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삶의 현장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둘러메고 전남 영광 염산에 있는 두우리염전을 찾아갔다.

두우리염전은 고향 근처에 있다.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가끔 찾아갔지만 날씨가 따라 주질 않아 언제나 2%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늘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곤 했었다. 염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꿈틀거리면 고향 다녀오겠다는 핑계를 삼아 곧장 달려가곤 했다.

태양 아래 대파질 하는 염부... "지난해에 참 보람있었제~"

뜨거운 태양 아래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소금가루가 입가에 하얗게 말라붙은 염부. 구릿빛 피부가 지는 해의 노을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난다. 인기척에 잠깐 놀라더니 이내 부부는 묵묵히 대파(소금을 긁어모으는 나무 도구)질을 하고 있다.


"저기요~ 고생이 많습니다. 힘드시죠?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요?"
"찍으시오. 머 찍을 거나 있간디."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흔쾌히 허락을 한다. 한 시간여가 흘렀을까, 맘씨 좋아 보이는 부부는 시원한 보리차 한사발로 목을 축인 후 다시 일을 시작한다.

"막걸리 한잔 하실래요?"
"좋제, 막걸리가 있다요."
"아 네! 지금 가서 가져올게요."
"뛰다가 잘못하면 소금물에 빠진당게, 뛰지 말고 천천히 가시오."

a

전남 영광 염산에 있는 두우리염전에서 김영임씨가 소금을 모으고 있다. ⓒ 조정숙



a

소금이 쌓여 있다. ⓒ 조정숙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에 부랴부랴 차를 몰아 가게를 찾아 마을로 달렸지만 생소한 동네이기에 도무지 가게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달려 마을 사람에게 물어 시원한 막걸리 두 통과 안주가 될 만한 과자를 사 가지고 가서 건넸다.

"난 또 차에 있는 줄 알고 마시겠다고 했는디, 마을로 사로 갔당가요? 참말로 고맙소. 어이 이리오쇼, 같이 한잔 합시다."
"아닙니다. 저는 운전해야 해서 술을 못 마십니다. 두 분 드세요."

"30년 했더니 해지는 것만 봐도 날씨를 알 수 있당게"

"아따 시원허요, 목말랐는디, 이제 힘이 펄펄 나니 일도 덜 힘들겄소. 잘 먹었소, 오늘 비 온다는 소식 듣고 다른 사람들은 뚜껑이 덮여 있는 저기 함수창고로 염수를 보내고 들어 갔는디, 우리는 그냥 두었더니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오늘 이렇게 많은 소금을 거두게 됐지 뭐요.

저기 좀 보시오. 오늘처럼 해가 붉게 내려가면 내일도 비가 안 올 것이여. 30년을 이 일을 하다 보니께 이제는 해지는 것만 봐도 다음날 날씨를 다 알 수 있당게. 오늘 30kg 포대로 120개는 나올 것 가튼디요. 지난해에는 일본 지진 났을 때 원전사고 덕분에 소금이 재고 하나 없이 모두 바닥이 났지라우.

사람들이 질 좋은 천일염을 먹기 위해 너도나도 사가는 바람에 소금창고가 텅텅 비었당게요. 지금까지 소금농사 지으면서 지난해에는 고생한 보람을 느꼈었제. 있다 가실 때 소금 한 포대 선물로 줄탱게 가지고 가시오. 이곳 소금은 천일염인 게 아주 좋제."

"아니에요. 소금은 무슨… 이렇게 힘들게 일 하시는데 도와드리지는 못할망정 제가 일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30년간 소금 만드는 일을 해 왔다는 박윤구(59)씨와 김영임씨, 부부는 막걸리 두 병을 뚝딱 해치우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 허리를 펴고 쉴 틈도 없이 해가 지기 전 마무리를 해야 하기에 능숙한 손놀림으로 소금을 모은다. 하얀 소금결정체가 노을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이 난다.

a

소금을 수레에 담는 모습. ⓒ 조정숙


a

소금을 수레에 담아 실어 나른다. ⓒ 조정숙


#영광염산두우리염전 #염부 #소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