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즐겁고 행복한 모임은 없었어"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6월 정기산행... 해운대 장산

등록 2012.06.28 10:56수정 2012.06.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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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장산 가는 길... 행복한 동행...
부산 해운대 장산 가는 길...행복한 동행...이명화

포도원 등산선교회 6월 정기산행은 해운대 장산(해발634m)이었다. 지난 23일 교회에 도착하니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어린아이부터 나이많은 사람들까지 세대를 초월한 만남이 있는 등산선교회는 이날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 데 모였다. 처음 온 사람들도 보이고 자주 못 보던 얼굴들도 있어 서로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회장과 회계집사님은 일찍 와서 지하1층 예배실 입구 옆에서 회비(2천 원)을 받고 이름표를 나눠주며 산행 참가자들을 반기고 있었다.

이번 등산참가 신청은 70여 명. 하지만 갑자기 일이 생겨 못가겠다고 속상해 하며 연락 온 사람들도 있고 이래저래 여러 사람이 빠졌지만 빈자리가 제법 찼고 김문훈 목사님도 오셨다. 회장의 광고 및 주의사항 전달 후 목사님의 기도 후 오늘 우리들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교회를 나와 화명동 지하철역으로 함께 이동해 부산지하철 2호선을 탔다. 중도에 3호선을 갈아타는 번거로움은 없었지만 화명역에서 장산역까지 가는 시간은 꽤 길었다. 하지만 모처럼 정기산행에 와서 만난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대하면서 소곤소곤 대화하면서 가다보니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도 금방 지나갔다.


해운대 장산 ... 체육공원에서...몸풀기 운동...
해운대 장산 ...체육공원에서...몸풀기 운동...이명화

해운대 장산역에서 내려서 10번 출구로 나왔다. 대천공원까지 가는 길도 꽤 길다. 그나마 울창한 가로수들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어 걷기에 편했다. 대천공원에 도착해 땀을 식히며 휴식하고 다시 체육공원까지 걸었다. 꽤 먼 거리다. 체육공원에 도착한 일행은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으며 한숨 돌린 뒤 둥글게 모여 서서 산행대장(임용순 집사)의 인도에 따라 몸 풀기 운동을 했다. 단련된 몸으로 유연한 동작으로 잘 따라하는 사람도 있고 평소에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쓰다 보니 뒤뚱대는 사람도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우리는 이제 산 들머리로 들어섰다. 이번엔 사전답사 때 갔던 왼쪽 계곡 길을 두고 오른쪽에 있는 길이다. 다행이다. 가지 않은 길, 낯선 길 앞에서는 설렌다. 이 길은 또 어떤 길이 전개될지 궁금증과 설렘이 동반됐다. 처음엔 가파른 시멘트 길로 되어 있어 발이 피곤했지만 곧 흙길이 나왔다.

장산 가는 길... 아름다운 동행...
장산 가는 길...아름다운 동행...이명화

숲에 들어서니 밤꽃 향기가 진동했다.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나온 데다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자꾸만 뒤로 처졌더니 앞서 갔던 사람들은 장로님이 사주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었다고 나중에야 전달받았다. 에고, 맨 꽁지에서 허위허위 헤매다시피 걷다보니 먹지도 못했네. 완만한 오름길은 계속됐지만,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급경사는 없었다.

한참 걷다보니 억새밭 입구다. 여기서 점심도시락을 먹고 간단다. 휴, 다행이다. 삼삼오오 둥글게 모여 앉았다. 넓은 안부라 많은 사람이 모여앉아 쉬기에 딱 좋았다. 산행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도시락 먹는 시간이다. 휴식하면서 힘들게 올라와 먹는 음식은 꿀보다 달다. 내가 가져온 반찬이 한두 가지라 해도 함께 모여 앉으면 열 가지 스무 가지가 된다. 산상 만찬, 산상 뷔페가 돼 즐겁다.

장산... 바위 위에 올라 망중한...
장산...바위 위에 올라 망중한...이명화

이것도 좀 먹어봐라, 저것도 좀 먹어봐라 서로 오가는 음식에 정이 난다. 먹는 데서 마음 문 열리고 먹는 데서 정이 나고 먹는 데서 오가는 정이 무르익는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밥 힘으로 사나 보다. 맛난 산상 뷔페를 먹고 보니 이제 좀 기운이 나고 살 것 같다. 밥 먹고 과일 먹고 커피까지 알뜰히 마신 후 휴식하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억새밭을 지났다. 갈수록 점점 조망이 드러났다. 오르막길 이어지던 길 끝나고 산허리를 감싸고도는 호젓하고 완만한 오솔길로 이어졌다. 길은 멀리 멀리 한껏 에둘러 가는 길이다. 유월의 숲은 향기롭고 울창했다. 산책하듯 데이트하기 좋은 길이다. 레베카 솔닛이 <걷기의 역사>에서 말했던 것처럼 걷기의 리듬이 사유의 리듬을 낳는 듯했고 풍경 속을 지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사유의 움직임을 자극하는 그런 길이었다.

해운대 장산 정상에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해운대 장산 정상에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명화

해운대 장산... 장산 정상에서 망중한...
해운대 장산...장산 정상에서 망중한...이명화

언제쯤 장산 정상에 도착할까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듯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고지로 향하고 있었다. 산허리를 감고 돌아가던 숲길 어느 지점에서 위쪽으로 난 길이 나왔다. 이제 오르막길이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니 숲은 밑에 있고 철조망을 둘러친 군사시설이 보였다. 장산 정상이 지척이다. 탁 트인 조망에 시야가 넓어졌다.


철조망 아래 난 길을 따라 돌며 걷다보니 장산 정상에 당도했다. 힘들게 올라온 장산 맨 꼭대기에 군사시설이 버티고 있어 좀 아쉽지만, 그렇다고 사방이 열렸고 부산 시가지며 바다며 광안대교가 한눈에 드러났다. 시야가 넓어지고 가슴이 탁 트였다. 장산 정상에 도착한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고 가슴 후련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큰 숨을 내쉬었다. 상쾌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망중한.

해운대 장산 정상에서... 세대와 세대를 초월한 따뜻한 만남이 있는 등산선교회를 아시나요?!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목사님과 함께 행복해 하는 소년들...
해운대 장산 정상에서...세대와 세대를 초월한 따뜻한 만남이 있는 등산선교회를 아시나요?!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목사님과 함께 행복해 하는 소년들...이명화

여름에는 웬만한 산이면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것 같다. 사전답사 때 만났던 아이스케키 장사를 오늘도 만났고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이번에도 목사님이 쏘시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들고서 모두들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마냥 행복해 했다. 아이스케키 장사 하는 분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우리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시원한 얼음과자로 더위도 날려버리고 피로도 날려버렸다.

목사님은 대학 3학년 때 급성 뇌종양을 앓았다. 사선을 넘나드는 경험을 했던 그는 시대의 우울을 거절한다. 목사님 특유의 유머는 이따금 폭소가 팡팡 터지게 만들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유쾌 통괘 상쾌하게 만들곤 했다. 목사님은 '냉혹한 현실의 늪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는다면 하나님께 쓰임 받는 인생, 역전승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고 복의 근원이 되는 삶, 생기 있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강조한다.

장산... 하산 길...
장산...하산 길...이명화

장산... 하산길에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장산...하산길에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이명화

목사님이 사주신 얼음과자를 빨며 모두들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표정엔 천진난만, 순진무구, 생기발랄한 표정이 한껏 실려 있었다. 모두 해맑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스케키 하나씩 들고 망중한을 즐겼던 우리들. 이제 다음 산행을 기대하며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이날 처음으로 등산에 참여한 사람들이 포도원교회 등록 이래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모임은 본 적이 없었노라고 감동하며 앞으로 빠짐없이 참석하겠다고 했다.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오는 길 끝에서 계곡 물에 발을 담그며 피로를 풀었다. 6월의 싱그러운 숲에 안겼다 가는 더 없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 앞서 흐르는 물로 길을 열며 /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 살아가면서 / 늙어가면서 /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함민복의 시 <산>)

해운대 장산... 싱그러운 숲길...
해운대 장산...싱그러운 숲길...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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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2. 6. 23(토) 약간 흐림
2. 산행: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6월 정기산행
3. 산행기점: 대천공원
4. 산행시간: 5시간
5. 진행: 대천공원(11:20)-폭포사(11:40)-체육공원(11:45)-애국지사 강근호의 집(12:10)-
하늘 아래 첫 집(12:45)-억새밭 입구(나무데크 입구 12:50)-점심식사 후 출발(1:30)-억새밭(1:40)
-장산 정상(2:15)-하산(2:40)-억새밭(3:05)-하늘아래 첫집(3:15)-애국지사 강근호의 집(3:40)-
체육공원(4:00)-폭포사(4:05)-대천공원(4:20)

6. 교통: 포도원교회(9:25)-화명지하철역(9:35)
화명지하철역-장산역(10:50)
장산역 10번 출구-대천공원


덧붙이는 글 산행수첩

1. 일시: 2012. 6. 23(토) 약간 흐림
2. 산행: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6월 정기산행
3. 산행기점: 대천공원
4. 산행시간: 5시간
5. 진행: 대천공원(11:20)-폭포사(11:40)-체육공원(11:45)-애국지사 강근호의 집(12:10)-
하늘 아래 첫 집(12:45)-억새밭 입구(나무데크 입구 12:50)-점심식사 후 출발(1:30)-억새밭(1:40)
-장산 정상(2:15)-하산(2:40)-억새밭(3:05)-하늘아래 첫집(3:15)-애국지사 강근호의 집(3:40)-
체육공원(4:00)-폭포사(4:05)-대천공원(4:20)

6. 교통: 포도원교회(9:25)-화명지하철역(9:35)
화명지하철역-장산역(10:50)
장산역 10번 출구-대천공원
#해운대 장산 #포도원교회등산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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