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받은 상처, 복수할까 용서할까

[서평] 할런 코벤 <용서할 수 없는>

등록 2012.06.29 10:56수정 2012.07.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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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없는> 겉표지 ⓒ 비채

자신에게 피해나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해가 크고 상처가 깊을 수록 더욱 그렇다.

상습적인 음주운전자가 술 마시고 운전하는 승용차에 자신의 가족이 받혀서 죽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운전자에 대한 원망이나 증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그 운전자가 과실치사로 법의 처벌을 받고 죄값을 치르더라도,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면서 사죄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도 극복되겠지만, 극복이 용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할런 코벤의 2010년 작품 <용서할 수 없는>에서도 이렇게 타인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가해자들이 고의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나쁜 줄 알지만 고치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또는 객기로 벌인 장난이 지나쳐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남자

문제는 그 피해의 정도가 꽤나 심각하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가해자를 용서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은 가해자를 상대로 복수에 나선다.

주인공인 웬디는 몇 년 전에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아들을 키우는 방송국 기자다. 그녀는 방송을 통해서 한 남자의 정체를 폭로한다. 그 남자는 대도시 빈민가 학생으로 구성된 농구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댄 머서다. 겉으로 보기에 댄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봉사활동에 열심인 청년처럼 보인다.


실제로 댄은 파렴치한 아동성범죄자라는 것이다. 웬디는 이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함정을 파고 댄은 여기에 걸려든다. 설상가상으로 댄의 집 차고에서 아동포르노사진들이 대량으로 발견된다. 이제 댄의 인생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댄의 손을 들어준다. 웬디는 불법으로 함정을 파서 댄을 유혹했고 역시 불법으로 댄의 집에 무단침입해서 사진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확보한 증거는 증거로서의 효력을 갖지 못한다. 판사는 댄에 대한 모든 혐의를 기각하고 방송국에서는 웬디를 해고한다. 이제 웬디의 인생도 끝난 것처럼 보인다.

이때 댄이 웬디에게 만나자고 제안해 온다. 그러면서 사건의 진상은 당신이 알고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웬디도 댄을 위한 함정을 설치하면서 '이건 실수가 아닐까'하는 직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 직감을 따르지 않은 것이 댄과 자신의 인생 모두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고 만 것이다.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 여자

작품 속에서 타인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은 한 사람은 말한다. 남을 증오하려면 정말 많은 것들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그러고 있는 동안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치고 만다고.

어찌보면 맞는 말이다. 증오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계속해서 되새겨야 한다. 세월이 흘러도 누군가를 증오한다는 것은, 과거에 받았던 상처를 극복하지도 못하고 치유하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중요한 것들을 놓친다고 해서 남에 대한 증오가 말처럼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증오가 극단에 달하면 복수의 심정으로 바뀐다. 복수한다고 해서 상처가 씻기는 것도 아니다. 작품 속의 또다른 인물은 말한다. 복수가 해주는 일은 자신 의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죄는 인간이 짓고 용서는 신이 한다고 하던가. <용서할 수 없는>을 읽고나면 '용서'라는 행위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누군가를 원망하고 증오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힘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용서할 수 없는> 할런 코벤 지음 / 하현길 옮김. 비채 펴냄.


덧붙이는 글 <용서할 수 없는> 할런 코벤 지음 / 하현길 옮김. 비채 펴냄.

용서할 수 없는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비채, 2012


#용서할 수 없는 #할런 코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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