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협회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
엄두영
"내 부모님에게 앞으로 적용될 포괄수가제로 진료를 맡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7월 1일 정부의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맞서던 의료계가 전면 방침을 바꿔 이를 '수용'했다. 위의 말은 의료계 대표로 기자회견을 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의 말이다. 이 말만 놓고 보면, '제도를 수용하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한 의협 회장의 생각이 왜 다른 거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아니 그게 당연하다.
사실,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지난 6월 29일 아침까지만 해도 노 회장은 명백히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반대' 입장이었다. 알려졌다시피 의료계는 '수술 거부'라는 초강경 카드까지 꺼내든 마당이었다. 그래서 기자는 긴급하게 노 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지난 6월 28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 자리에서 노 회장에게 의료계의 입장과 개인의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기자가 노 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마무리 할 때쯤 서울 대한의사협회 동아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고, 사태는 급반전됐다. 그 사이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 활동 예정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전격 의협을 방문해 노 회장 등과 대화를 나눴고,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포괄수가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 찬성 여론이 우세하게 나온 것 등이 의협의 방침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기자가 한 노 회장의 인터뷰 기사는 묻히게 됐다.
하지만 궁금했다. 단 하루도 안 돼 포괄수가제에 대한 방침이 왜 바뀌었는지. 그래서 다시 노 회장에게 연락을 했고, 수용 기자회견을 한 지 3일이 지난 2일 전화 인터뷰를 다시 했다.
노 회장은 전화 인터뷰 내내 "의협의 방침은 1주일 '수술 연기'를 철회한 것 이외에는 달라진 점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문제 해결이 안 될 경우 지난 2000년에 경험했던 의료 대란이 분명히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괄수가제(DRG)란? |
환자의 진단에 기초하여 진단명 당 정액으로 진료비를 사전에 책정하는 제도이다.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도 있는 제도로 유럽의 일부 나라와 미국에서는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및 장애자 보험)에서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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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노 회장은 기자회견 직전에 정몽준 의원을 만난 배경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대화 자체를 거부했고, 정 전 대표와 만나기로 한 날도 보건복지부는 약속 6시간 전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였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량이었고, 정 전 대표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노력하기로 약속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의 노력과 역량을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노 회장은 "현재 정부는 행정력과 여론을 동원해 국민에게 포괄수가제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협에는 (포괄수가제의 진실을 알릴) 이런 힘이 없다. 대신 정부는 포괄수가제에 대해 절대 장기전을 할 수 없다. 반면 의사들은 의료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과 만나고 그 부작용을 알기 때문에 포괄수가제의 진실에 대해 장기적으로 홍보를 할 수 있다. 시간이 계속되면 분명히 포괄수가제의 부작용이 나올 것이고 피해 환자들이 나올 것이다."한편, 노 회장은 "의협은 포괄수가제의 피해 환자들을 모아 대정부 소송을 끝까지 전개해서 정부의 왜곡된 포괄수가제의 진실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노환규 의협 회장과 나눈 7월 2일 전화 통화와 6월 28일 직접 만나 나눈 일문일답의 주요 내용이다.
"몇 가지 조건 정부가 성실히 이행한다면 피 흘리는 사태 벌어지지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