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상남도지사가 2일 오전 경남도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직원조회 때 훈시를 한 뒤, 이날 특강하러 온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세한도'가 그려진 부채를 받고 펼쳐 보이고 있다.
윤성효
그런 점에서 지난주 애써 찾아간 서울 대림시장 뒷골목 생선좌판은 "우리나라 정치가 지긋지긋한 친인척 비리의 굴레를 벗어날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한 지난 6월 27일, 오랜만에 회사에 월차를 내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무작정 '대림시장'을 검색해 봤습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자신의 자서전 <아래에서부터>에서 말한 "40년 동안 대림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해온" 누님을 찾아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대림시장이 두 곳이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처음에 찾은 곳은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대림시장, 감자탕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김두관 지사 누나가 생선 장사를 한다는데 혹시 어딘지 아시냐?"는 막연하고 뜬금없는 질문에 주변 상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어떤 상인은 "아니, 세상에 도지사 누나가 왜 생선장사를 하겠어? 하다못해 공무원 누나도 이 동네에선 어깨 펴고 다니는 세상인데…"라며 면박을 줬습니다.
30분여를 수소문하고 다녀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 같아 감자국 한 그릇을 먹고 또 다른 대림시장을 찾았습니다.
영등포구 대림시장. 역사가 제법 오래된 전통시장인데 의외로 한산했습니다. 여기저기 문 닫은 가게들이 많고 곳곳에 8월 말이면 시장이 폐쇄된다는 소식이 붙어 있었습니다. 시장 없어지고 대학병원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실패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손님도 없고 휑한 시장에서 '현역 도지사의 누나가 생선을 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아껴둔 월차를 무리해서 낸 만큼 용기를 내 주변 상인에게 물었습니다.
"저, 죄송한데 여기에서 김두관 경남도지사 누나가 생선 장사를 하신다는데 혹시 어딘지 아세요?""누구? 도지사 누나? 이 사람이 뭘 잘못 잡쉈나. 예끼, 어느 도지사가 제 누나가 시장서 장사한다는데 그냥 놔둬. 그게 나쁜 놈이지. 내가 도지사면 하다못해 번듯한 상회라도 하나 내줬겠다."(상인 1)"여보슈. 아무리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민, 서민 해도 그 서민이라는 게 한 30평대 아파트 정도에는 살고 고급차 한 대는 굴리는 게 서민 아녀? 우리 시장에는 그런 사람 없으니까 딴 데 가서 알아 보슈. 참 웃기지도 않네. 도지사 누나는 무슨."(상인 2)상인들의 대답은 냉담했습니다. 아니, 조롱에 가까웠습니다. 하긴 요즘 같은 세상에 도지사 누나가 생선 장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기는 합니다. 동네 이장 하는 친척만 있어도 어깨 펴고 사는 게 시골이고, 아파트 부녀회장 친척이면 방문객 주차도 일사천리 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몇몇 상인들께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누나를 아시냐?"고 묻기를 10분여 허리가 다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손가락 끝으로 '남해생선'이라는 간판을 가리키며 한마디 거드십니다.
"저 집인데 워낙에 동생 자랑을 안 하고 다녀서 웬만한 시장 사람들은 물러. 나도 언제여 그 도지사 되고 나서 한참 뒤에 알았어."대림시장에서 야채장사를 30년 넘게 해왔다는 할머니가 아니었으면 돌아서야 했을 길입니다. 김 지사의 누나가 40년 정도 생선 장사를 해왔다고 하니 장사로는 아마 이 할머니보다는 10년 선배쯤 되시나 봅니다.
낡은 선풍기 돌아가는 시장 좌판에서 만난 대선주자의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