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오후 9시20분께 충남 태안군 근흥면 격렬비열도 서쪽 15마일 해상에서 45t급 안강망어선 J호가 쳐놓은 그물에 길이 7.4m, 둘레 4m 크기의 밍크고래 1마리가 잡혔다.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DNA 샘플링과 원격 모니터링의 시대에 고래를 죽여 연구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IFAW(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의 자료에 따르면 샘플은 고래의 허물, 고래기름, 분변으로부터 수집할 수 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고래가 숨구멍으로 숨을 내쉴 때 샘플을 채집하여 병원균 탐지에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육안 관찰과 각 개체의 사진, 음향 조사 등의 연구 기술로도 고래 개체수와 추세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정부와 울산시의 포경 허용 방침에 대해 그린피스 국제본부는 2009년 5월 20일 성명을 내고 "현재 고래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고래가) 어류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주장은 딱다구리가 산림자원을 훼손한다는 말과 같다. 고래가 어족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밝혔다.
그간 한국에서 과학적 명분의 고래 포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6년에만 과학연구 목적으로 밍크고래 69마리를 잡았으며, 과학적 용도를 소명할 정보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2010년 개정된 고래자원의 보전과 관리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도 고래류 포획의 예외조항에 과학적 조사를 위한 포획과 교육용, 전시용, 공연용 목적을 위한 포획이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과학적 연구라는 용어의 애매모호성이다. 고시의 5조에 따라 사업계획서 등 간단한 서류를 제출하고 고래 포획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연구의 목적을 검증할 수 없다. 또한 포획한 고래를 과학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정부는 고래포획 금지 조치 이후 우리나라 연근해 수역의 고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
정부는 5일 포경재개 허가 보도에 따른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설명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정부 자료의 한 부분을 보자.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 모라토리움 시행 이후 국내 고래 자원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국내 어업인들은 고래에 의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솎음포경' 등의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4년부터 연근해에 분포한 고래자원의 조사 평가 실시 중에 있으나 대부분 목시조사(눈으로 관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어업 피해에 대한 조사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입니다."사실상 고래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주장은 일부 어업인들의 주장이고,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함을 시인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어족 감소는 고래가 원인이 아니라 무분별한 남획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논리에 따르면 개체수를 측정하고 피해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고래를 죽여야 한다. 가장 정확한 개체수 조사는 바다에 사는 고래를 모두 죽이면 알 수 있으니까.
1946년 포경협정의 '과학적 목적으로 포경을 허용하는 방침' 자체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실상 과학을 가장한 상업적 포경이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경을 하는 국가의 포획 허용치는 국제포경협회가 아닌 해당 국가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과학적 포경 허용치를 외부 검토 없이 스스로 승인하고 있다. 또한 과학적으로 허용된 포경은 고래 고기의 소비를 요구한다. 사실상 과학적 포경은 고래 고기 판매 면허보다 조금 나은 것에 불과하다.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에 속한다. 즉 고래를 잡아 죽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포경업자들은 고래를 포획하여 끌어내기 위해 폭파작살을 사용하고, 고래를 죽이기 위해 고출력 소총을 이용한다. 고래는 일단 작살에 맞기 직전까지 탈진할 지경에 이르도록 쫓기게 된다. 폭파작살은 대개 치명적이지 않아 일부 고래는 죽기 전까지 몇 번이나 작살에 맞는다. 작살에 맞아 상처를 입은 고래들은 죽음에 이를 때까지 더 많은 작살 혹은 고출력 소총에 맞아 포경선으로 끌려 나온다. 꼬리쪽에 작살을 맞은 고래는 살아 있는 채로 포경선뱃머리에 들어 올려지게 되고, 결국 머리가 물에 강제로 잠긴 채 질식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