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야생동물 아닌 생선으로 보는 정부"

정부 26년 만에 '과학적 포경' 방침... 환경단체-국제사회 반발

등록 2012.07.06 14:57수정 2012.07.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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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포경재개선언 취소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래 모형을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포경재개선언 취소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래 모형을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포경(고래잡이) 재개 방침에 환경단체와 포경반대국가의 반발이 거세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고래에 의한 어업 피해, 먹이 사슬 관계 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대 역행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포경을 빌미로 한 사실상 '상업포경'이라는 지적이다.

6일 오전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래를 야생동물이 아닌 생선으로 보는 농림수산부 관료들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은 오랫동안 지켜온 포경금지결정을 뒤집고 19세기적 발상으로 포경을 재개하겠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지탄 받아온 일본의 과학포경을 따라 하겠다는 말인가"라며 "과학연구는 추적장치를 달아 모니터링을 하는 등 고래를 죽이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극히 일부분만 시료를 채취한 뒤 99% 이상의 고래 사체를 시장에 유통시키는 것은 '상업포경'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09년 여론조사, 67% 국민 '포경 반대'

정부는 지난 4일(한국시각) 파나마에서 개최한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에서 고래잡이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국제사회는 지난 1986년부터 국제포경규제협약에 따라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 12종에 대한 상업적 포경 활동을 규제하기로 했다. 다만 '과학적 연구 목적의 포경'은 열어 놓았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국제사회가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과학 포경'을 명목으로 고래잡이를 해온 일본 사례에 이어 두 번째이다. 현재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가 이 협약을 따르지 않고 있고 일본은 '과학적 포경'을 근거로 고래잡이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에서 포획된 고래는 결국 대부분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한국은 일본에 이어 고래고기 소비 2위 국가다.

정부는 1986년부터 모든 고래잡이를 법적으로 금지해 왔으나, 고래고기에 대한 오랜 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울산 등 동남해 일대 주민들의 요구와 일본의 포경 허용 등을 감안해 지난 2009년 포경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번 '과학적 포경'은 제한적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26년 동안 포경을 금지하면서 고래 개체 수가 늘어나 주변 어획량이 감소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러한 정부의 설명에도 국제사회의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는 "한국정부가 고래 개체 수 증가로 어획량이 줄다는 이유로 포경을 선언했다"며 "밍크고래 개체 수와 어획량의 관계는 입증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방침은 국제사회의 고래 보호 노력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대표적인 반포경국가들도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 비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의 발표 이후 낸 성명에서 "일부 수산업계의 왜곡된 요구를 반영한 농수산식품부의 어업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불법포경과 혼획(쳐놓은 그물에 우연히 고래가 걸려 죽는 것)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나라"라며 "여기에 고래고기를 사고파는 시장이 '실질적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실시된 전 국민 여론조사에서 67.9%가 '고래잡이를 반대하고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포경을 찬성하는 여론은 15.4%에 불과했다"며 "'살아있는 바다'를 만들자는 세계해양엑스포를 주최하는 나라에서 바다생태계를 보호하려는 각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IWC 정부대표단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 연안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4722마리의 밍크고래가 혼획된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단체들은 이중 상당수가 의도적인 불법 포획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적 보호대상인 고래와 관련해 특별한 보호 조치 없이 포획만 금지해 왔다.
#포경 #고래 #고래잡이 #고래고기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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