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행사에서 마포대교를 횡단하고 있는 '발바리'와 '자출사' 회원들. 저마다 취향에 따라 자전거 종류도 제각각이다.
김시연
행정안전부가 20km/h 이상 과속, 음주운전, 안전모 미착용 등 5대 자전거 안전수칙 마련 캠페인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관련 내용을 어길 경우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언론은 받아쓰기 바쁘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말을 옮기기 바쁘다. 각종 포털사이트와 관련 게시판은 이에 대한 의견으로 떠들썩하다.
처음 이에 대한 기사가 났을 때 사실 시큰둥했다. "또야"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9월 경찰청이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그때도 지금처럼 시끄러웠다. 분위기만 보면 당장 법안을 마련할 것 같았지만 조용히 법안은 어디엔가 묻혔다.
2009년 12월엔 국토해양부가 자전거 교통안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역시 자전거 음주운전 규제 법안이 포함돼 있었고, 반사등 의무 설치도 법안에 들어 있었다. 역시 용두사미였다.
매년 발표 주체만 다를 뿐 내용은 비슷했다. 자전거 음주운전과 헬멧 착용은 단골손님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발표 주체가 행정안전부라는 것만 달라졌다. 몇 번이나 이런 일을 겪다 보니 '늑대가 나타났다' 우화를 보는 심정이 돼 버렸다. 지나치게 냉소적인 것인가.
자전거 음주 단속·헬멧 착용 법안 필요, 하지만...만약 누군가 이번 법안에 대해 필요하다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냉소적이냐 묻는다면 거기에 대해선 몇 가지 할 말이 있다.
우선 성실함이 보이지 않아서다. 2008년, 2009년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심도 깊게 했다면 이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쌓여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매년 나오는 자료가 한결 같이 똑같은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전거 사망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유는 헬멧을 쓰지 않아서다(이번엔 여기에 두 개가 추가된 것 같긴 하다. 과속과 음주)."
자전거는 자동차와 달리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운행한다. 전용도로를 달리기도 하고, 차로를 달리기도 하며, 보행자겸용도로를 달리기도 한다. 큰 대로를 달리는가 하면 골목길을 달리기도 한다. 사고유형 또한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자전거길 형태가 달라지면서 사고 유형 또한 매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책마련을 한다면서 매년 들고 나오는 자료가 자전거 사망자가 늘고 있다, 밖에 없을까.
게다가 "자전거 사고가 났다. 살펴보니 헬맷을 쓰지 않았다"는 문장에선 큰 비약이 느껴진다. 만약 이와 같이 조사를 한다면 이와 같은 결론도 가능하다. "자전거 사고가 났다. 살펴보니 자전거 전용복장을 입지 않았다"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전거 실제 이용자수와 사고건수, 사망자수를 반영한 자료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는가. 자전거 이용자수가 늘면 사고건수도 자연스럽게 느는 것인데, 정부 자료에는 오로지 사고가 늘었다는 것만 나와 있다. 주장을 위해서 이용 가능한 자료만 갖다 쓴 것이다.
두번째는 자전거를 타는 이들을 범죄자로 모는 듯한 기분 나쁨이다. 자전거 사고가 늘어나나는 것은 결과다. 왜 사고가 났는지 원인에 대해 심도 있게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발표를 할 때 사고가 느는 이유를, 자전거 운전자가 제대로 자전거를 타지 않아서라고 진단한다. 술을 마셔서, 과속을 해서, DMB를 시청해서, 라고 말한다.
물론 자전거를 모는 이들 중에는 이런 이들이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행동을 하는 이들이 어느 정도 되는지, 그들이 과연 사고의 주범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부 몇몇 사례를 놓고 전체로 확대 해석하면 대다수는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불쾌감... 부주의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