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이권' MB맨들, 막장 드라마의 끝이 안보인다

[데스크 칼럼] 형님 이어 '문고리 권력'까지... 교도소 담장 위에 선 20번째 MB맨

등록 2012.07.16 10:06수정 2012.07.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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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 권우성


벌써 스무 번째다. 대선까지도 아직 5개월, 퇴임까지는 224일이나 남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 중에서 부정·비리로 사법처리될 운명에 처한 이가 벌써 20명째다.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데 이어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정까지 관리하는 최측근인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으로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

임기 말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이 비리로 구속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슬 퍼런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납작 엎드렸다가 힘이 빠진 권력 앞에서는 보란 듯이 권력의 수족을 치는 것이 검찰권의 생리임을 생각하면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대통령 재임중에 스무 번째를 기록한 MB의 측근 비리

대통령 자신들이 비리로 구속된 전두환-노태우는 말할 것도 없지만, 김영삼 대통령도 친아들 현철씨와, 자신이 아들처럼 여겼던 장학로 부속실장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YS가 청와대에서 "학로야"라고 불렀던 장 부속실장은 1996년 기업인 등으로부터 27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당시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기업인 등으로부터 수백만 원의 떡값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았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재임중에 두 아들 홍업-홍걸씨가 감옥에 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양길승 제1부속실장이 '청주 나이트클럽 향응 사건'으로 출범 6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또 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형 건평씨가 인사 청탁으로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자 "청탁에 개입할 만한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방어막을 쳤으나, 그 '주변머리 없는' 형이 재임 중에 로비 대가로 30억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처럼 과거 정부에서도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통령 재임중에 측근 비리가 스무 번째를 기록할 만큼 많지는 않았다. 또 측근 비리가 터지는데도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딴소리를 할 만큼 후안무치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역대 정부 대통령들은 측근 비리가 생길 때마다 국민 앞에 머리 숙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정권은 돈을 안 받은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점을 생각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기 말 대통령이 느닷없이 2002년 '대선자금' 사례와 견주며 노무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도 안 되어 이상득 전 의원이 2007년 대선 무렵에 수 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은 이 대통령도 대선자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친형님에 이어 자신의 '사적인 업무'를 보좌하는 부속실장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으로 물러남에 따라 도덕성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는데도 이 대통령은 사과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듯하다. 어쩌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주워담기에는 너무 많이 나갔거나, 그보다는 측근들이 줄줄이 엮인 '막장 드라마'의 끝이 안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애국가' 대신 '우리가 남이가'를 부른 '영포 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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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로비·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이 11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유성호


돌이켜보면, 친인척과 측근 비리의 싹이 튼 것은 취임 직후부터였다. 이 대통령의 사촌 처형 김옥희씨는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2~3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 원을 챙겨 그해 8월 구속됐다. 11월에는 현대그룹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지하철 사장을 지낸 측근인 강경호 코레일 사장이 강원랜드 인사 청탁과 함께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처럼 취임 첫해부터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로 비상 경고등이 켜졌지만 이 대통령은 친인척 관리를 맡은 민정수석실 업무를 강화한 게 아니라, 국무총리 산하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이름으로 영포(영일-포항) 친위대를 설치했다. 청와대 밖에 별도의 공직기강-감찰업무를 수행하는 친위조직을 만들어 민정수석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편법을 쓴 것이다.

이 친위 조직에는 각 부처에서 감사관실 근무 경력이 있는 영일-포항 출신들이 차출되었다. 현직 공직자들만으로는 영포 인력이 부족하자 퇴직한 영포 출신 경찰들까지 특채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채웠다. 이들은 일종의 MB 정부 비밀경찰 노릇을 했다. 독일 히틀러의 게슈타포에 비유하면 '이슈타포'였던 셈이다.

그러나 영포 라인 인사들이 '애국가' 대신에 '우리가 남이가'를 부르면서 끼리끼리 해먹는 판에 조직에서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될 리 없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별점(★)을 매기고, 이영호 고용노동비서관이 거기에 순위표를 매겨 올리면 MB가 '바로 이거야'라고 칭찬했다는 '장·차관·청장 직무역량 평가'를 검증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한심한 짓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지원관실에서 작성한 직무역량 평가를 보면, 강희락 경찰청장(2009년 3월 9일 임명)에 대해선 "오랜 공직생활 동안 사생활-복무기강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을 정도로 청렴하다는 평을 받았다"며 별점 4개반(★★★★☆)을 매겼다. 또 장수만 국방부차관(2009년 1월 22일 임명)에 대해선 "공사 구분이 분명하며 맡은 소임을 성실하게 처리하고 청렴도가 높음"이라며 별점 5개(★★★★★) 만점을 매겼다.

이에 비해 호남 출신 장·차관·청장들은 직무역량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별점을 받았다. 그러나 영남 출신인 강희락-장수만은 이른바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로 구속되어 각각 징역 3년6개월(2심)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이 근무중인데 부속실장이 전화로 사표 내고 잠적한 '막장 정권'

영포 라인 친위대는 공직자 직무감찰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으련만 무소불위의 힘에 취해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국기문란 행위까지 손을 뻗쳤다. 검찰의 재수사에도 불법사찰과 은폐조작은 이뤄졌는데 지시를 내린 사람은 밝히지 못한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으로 이 대통령이 지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1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거부하고 전화로 사의를 표명한 뒤 잠적한 것도 역대 과거 정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막장 정치 드라마'다. 총칼로 정권을 잡은 군사 정권에서는 물론,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통해 권력을 잡은 문민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최측근이 비리 의혹을 받자 전화로 사의를 표명하고 잠적한 적은 없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대통령이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일정을 관리하는 비서관급 직책으로 대통령의 최측근이 맡는 자리다. 대통령의 일정과 면담을 조정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도 보좌한다. 그래서 부속실장을 흔히 '문고리 권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대통령은 근무중인데 '문고리'가 잠적한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부속실장 역시 1997년 당시 신한국당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연을 맺은 이후, 15년간 참모이자 개인비서로 곁을 지켜왔다. 서울시장 시절엔 4년 내내 의전비서관을 역임했고 대선 캠프와 인수위 시절엔 일정을 담당했으며,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제1부속실장에 임명됐다.

한마디로 말해, 김 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의 지난 15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잠적했다는 것은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현실에서는 한보에서 10억 원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될 당시 'YS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홍인길 전 총무수석이 밝힌 '깃털론'을, 픽션의 세계에서는 SBS 인기 드라마 <추적자>의 대통령 후보 강동윤과 그의 보좌관을 떠올리게 한다.

애당초 MB 대선캠프는 '이권으로 뭉친 이익공동체'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온스퀘어에 있는 미국 최대 대형 서점 체인 반스앤노블(Barnes&Noble) 4층에 진열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미지의 길>(The Uncharted Path). ⓒ 최경준


지난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 <중앙일보>는 이명박 당선자를 중심으로 20여 명의 캠프 인사들을 세로(시간) 축과 가로(접촉빈도) 축으로 나누어 '시․공간에 따른 이명박의 핵심 측근들'이라는 인포그래픽을 실은 적이 있다. 당선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인사는 '이상득 국회부의장, 최시중 전 한국갤럽회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두언 총괄기획팀장, 박영준 네트워크팀장' 순이었다.

현재 이들 가운데 국회의원들만 감옥 밖에 있을 뿐, 대통령의 형님도, '멘토'도, '왕비서관'도 감옥에 있다. 대통령의 '15년 문고리 권력'은 잠적한 채 기자들의 전화를 안 받고 있다. 현재까지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MB맨'(친인척과 측근) 19명이 받은 검은 돈의 총액은 밝혀진 것만도 100억 원이 넘는다.

애당초 MB맨들은 동교동계나 상도동계처럼 오랜 야당생활과 민주화운동을 통해 혈육처럼 끈끈해진 가신도, 동지 관계도 아니었다. 또 '친노 세력'처럼 개혁의 가치를 공유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MB 대선캠프는 '이권으로 뭉친 이익공동체'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들이 챙긴 100억 원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대한 지분투자의 배당금쯤으로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출간된 영문 자서전 <The Uncharted Path>의 서문에 김희중 실장을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을 정도로 그를 각별히 신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잠적이 정치 드라마 <추적자>에서처럼 대통령 후보의 재가를 받았든 독단적 행동이건, 이 대통령 또한 그의 책 제목처럼 남들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가고 있다.

<추적자>는 개혁을 내세워 도덕적으로 완벽함을 가장한 '막장 정치인'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추적자>는 '막장 정치인'의 말로를 보여주면서 종영으로 치닫고 있지만, '뼛속까지 이권'으로 뭉친 MB맨들이 펼치는 현실세계의 '막장 드라마'는 아직 끝이 안 보인다. 그것이 MB의 비극이자,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솔로몬 로비 #뼛속까지 이권 #MB맨 #공직윤리지원관 #부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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