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하라."
16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인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물론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현 위원장의 자질과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청문회 내내 현 위원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의혹을 부인하려 애썼다. 그러나 봇물 터지듯 제기되는 의혹과 답변 과정에서 불거진 위증 등으로 얼룩진 청문회를 닦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새누리당 의원 가세해 의혹 집중 공격... "반성하라"
현 위원장의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의혹 백화점'이었다. ▲ 논문 표절 ▲ 아들 병역 특혜 ▲ 부동산 투기 ▲ 과도한 업무추진비 사용 ▲하금열 대통령실장 면담 등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이 모두 도마에 올랐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그동안 민주당이 제기해 온 의혹에 수긍하며 현 위원장을 다그쳤다. 이철우 의원은 "그 정도로 투기하고 논문을 표절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여기서 더 이상 진도 나갈 필요 없이 그만둬야 한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김을동 의원도 현 위원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인권위에 행정조치를 요청한 사실을 몰랐다고 대답하자 "이미 언론에도 보도된 사실인데 모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지만 의원은 평택 미군기지 헌병들이 한국인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간 사건과 관련해 현 위원장이 "인권이 유린됐다"면서도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고 답하자 "인권위원장이 그런데도 안 가보는가,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의원도 현 위원장이 재임 3년 동안 모두 17차례에 걸쳐 청와대를 방문했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 인권 옹호를 위한 독립적인 활동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현 위원장의 잦은 청와대 방문은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청문회 자료에서 총 8차례 청와대를 찾았다고 밝혔지만, 관용차 운행 기록을 확인한 결과 3차례의 청와대 방문이 누락됐다"며 "청와대를 방문하고도 목적지에 태평로라고 쓴 사례도 있다, 태평로를 목적지로 적은 다른 6차례 역시 청와대를 찾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찬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현 위원장 해명에도 불구하고 "방문 시각을 보면 밥 먹는 시간이 아니다"라며 "방문 횟수를 누락하거나 감추는 것 자체가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몰아세웠다.
현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와 업무추진비 유용 등의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일부 의혹 제기에는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논문 표절과 관련해 "과거 표절 기준이 지금과 달랐다"고 해명하며 잘못을 시인했다. 하금열 대통령실장을 만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직권조사 상황을 설명했다는 의혹에는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그런 취지였다"며 "하 실장의 물음에 간단히 대답했다"고 언급했다.
11명 중 찬성 6명인데 "과반 아니다"... 위증논란도
청문회 과정에서 위증 논란도 불거졌다. 북한 인권 문제를 대표 업적으로 내세우는 현 위원장은 2011년 5월 북한 인권침해 사례를 모으기 위해 탈북자 1만 5000여 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 겉봉투에는 '탈북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신고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노출한 것이다. 이는 탈북자의 신상을 보장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다.
현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통일부의 허가를 받고 탈북자 주소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탈북자 주소 사용을) 통일부는 허가해준 적이 없다고 밝혀왔다"며 현 위원장이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2009년 12월 '용산참사' 안건을 다룬 전원위원회 당시 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폐회했다는 주장을 두고 증언을 번복하는 일도 벌어졌다.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김태훈 인권위 비상임위원(북한인권특위 위원장)은 "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막아서 의견을 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찬성하는 위원의 수가 재적위원의 과반수가 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심상정 통합진보당 원내대표가 "당시 11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이 찬성했는데 과반이 안 됐다는 건가"라고 묻자, 김 위원은 "그렇다면 과반이 된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외에도 야당 의원과 방청객으로 온 인권시민단체들은 현 위원장이 ▲ < PD수첩 > 수사 의견표명 ▲ 장애인 농성 당시 전기·난방 차단 등과 관련해 위증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치지 않고 임명할 수 있다. 국회가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 결과보고서를 보내면 대통령이 판단해 임명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당 인사청문위원들은 17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 모여 '부적격' 입장을 내놨다. 운영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우원식 의원은 "현 위원장은 청문회가 아니라 법정에 서야 할 사람"이라며 "양당 합의로 현 위원장이 부적격하다는 청문회 결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건은 새누리당이다. 운영위원회 구성의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현 위원장의 연임에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보고서 내용이 결정된다. 우원식 의원은 "오늘 간사 회의를 거쳐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여당측과 합의할 것"이라며 "내일(18일) 최종 결과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세금탈루 등 각종 의혹 속에 비판여론이 큰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이어 현병철 후보자 문제까지 겹치면서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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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백화점' 현병철, 여당의원까지 "당장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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