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하며 인위적으로 물길을 막고 준설을 했다.
낙동강지키기부산운동본부
4대강 사업을 통해 실제로는 변종 대운하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대통령. 그의 롤모델 가운데 수나라 양제(수양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양제는 당대에 욕을 먹고 죽었지만, 대운하는 오늘날까지 중국을 움직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지금은 욕을 먹지만, 훗날 남긴 것은 '운하'가 수양제의 그것처럼 한국을 움직일 것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자신의 희망사항과 관계없이, 수양제보다는 제3의 인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대륙의 문명 교류를 매개한 3대 루트는 초원길·비단길·바닷길이었다. 초원길은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 부근에서 시작해서 몽골초원을 지나 북중국에서 끝난다. 비단길(사막길)은 중동에서 시작해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북중국에서 끝난다. 19세기 이전만 해도 아시아 바닷길은 중동에서 시작해서 인도양과 말라카해협을 지나 남중국에서 끝난다.
이 대통령, 수양제 꿈꾸겠지만... 중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운하가 뚫리기 전에, 이 3대 루트는 통합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세 길을 연결하는 매개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 길을 이어준 것이 바로 대운하였다. 물론 3대 루트의 종착점과 완전히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운하는 어느 정도 육로의 도움을 받아 3대 루트를 하나로 연결해 주었다.
북쪽으로는 초원길·비단길과 연결되고 남쪽으로는 아시아 바닷길과 연결되는 대운하의 등장은, 아시아의 육로와 해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로써 아시아는 대운하를 매개로 동그라미 모양의 루트를 갖게 되었다. 아시아 동쪽에서 세 루트를 이어주는 것이 대운하였으니, 수양제 본인은 욕을 먹고 죽었을지라도 대운하만큼은 두고두고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대운하가 3대 루트를 연결하지 못했다면, 수양제는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 '헛질'만 했다는 이유로 훨씬 더 많은 욕을 먹었을 것이다. 수양제가 자신에 대한 비난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대운하가 이룩한 문명사적 역할이 결코 적지 않다.
그럼, 이명박 대통령이 구상한 한반도 대운하는 중국 대운하만큼 문명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 그 답은 뻔하다. 한반도 대운하가 아시아 문명사에 기여할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중국 대운하만큼 역사적 의의를 남길 수 없는 것은 한국의 역량이 중국보다 못해서가 아니다. 한국과 중국이 세계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은 각기 다르다. 대운하는 한국 몫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세에 '한국판 수양제'로 기억되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