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서 알콜중독을 치료하고 7년째 금주중인 사회복지사 백덕수씨.
김동환
백씨는 고 1때부터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술을 마셨다. 술은 집안 내력이었다. 아버지도 알콜 중독이었고, 어머니는 알콜 중독에 도박 중독까지 있었다. 큰 형은 알콜중독에 간암으로 일찌감치 세상을 떴다.
그가 유년기를 겪으며 4남 4녀이던 가족은 1남 2녀로 줄었다. 술이 아니어도 사람이 죽는 이유는 많았다.
큰 누나는 사고로 차에 치여서, 작은 형은 불에 타서 없는 사람이 됐다. 백씨는 "아픔 속에서 살다보니 스트레스만 받으면 술을 마셨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어느 순간 그는 알콜중독자가 됐다.
술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하게 되자 직장 생활도 가정 생활도 평탄치 못했다. 해고와 구직을 반복하며 20여 차례 병원에도 가봤지만 소용없었다. 치료를 잘 받다가도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술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구치소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사이 군에 간 아들도 문제성 음주로 조기 전역했다. 알콜중독이 3대로 이어질 판국이었다. 백씨는 무서워졌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일산 백석동에 위치한 센터였다.
"알콜중독은 무서운 병이에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뒤로도 지속적인 관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센터의 장점은 중독자가 중독 치료부터 생활재활, 직업재활을 거쳐 사회에 복귀할 때까지 전 단계를 관리해준다는 점이지요."백씨는 2005년 7월부터 2개월간 센터에서 입원치료를, 6개월간 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2년간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사회복지사, 중독전문가, 음악치료사, 노인상담지도 자격증을 땄다. 그 뒤로 2년 7개월간 알콜중독 치료 시설에서 근무하다가 현재는 자신이 치료를 받았던 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1년째 일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기적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일 주일 이상 술을 끊으면 손에 장을 지진다"던 아들도 바뀐 아버지를 보고 덩달아 술을 끊었다. 백씨는 "알콜중독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제 대에서 그걸(알콜중독) 끊어내서 정말 다행"이라며 웃었다.
일반 병원에 비해 센터의 치료가 월등히 효과가 크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백씨처럼 센터를 찾는 환자 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외래 환자 수는 하루 평균 18.1명, 입원 환자는 71.1명으로 2010년에 비해 각각 29%, 5.3% 증가했다.
현재 센터 병동은 밀려든 중독자들로 빈자리가 없다. 백씨는 "병원에 못 들어간 중독자들은 자기들이 센터 근처에 방을 얻거나 인근 고시원에서 생활한다"고 설명했다. 음주 충동이 일었을 때 빨리 센터로 오기 위해서다. 그는 "일산 백석동은 땅값이 비싸서 고시원도 타 지역에 비해 5만 원 정도 비싼 편인데 그래도 환자들이 그렇게들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중독자들은 센터를 마음의 안식처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알콜중독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수시로 술을 먹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데 그럴 때마다 센터에서 받았던 치료를 떠올리면서 참아간다는 얘기다.
그러나 센터의 이런 역할도 올 11월부터는 어려워질 예정이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운영비가 10월 이후에는 직원들 월급 지급이 불가능해지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백씨는 이 얘기에 대해 묻자 눈에 띄게 굳은 표정으로 자세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신이 그걸 자세히 얘기하다보면 화가 날 것이고 그러면 술을 먹고 싶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자신에게 있어 분통이 터지는 얘기라는 뜻이다. 그는 "술을 한잔이라도 먹으면 7년 전으로 돌아가는 건 초읽기"라며 자세한 사정은 다른 직원에게 묻기를 부탁했다. 대체 무슨 이유에서 센터 운영이 어려워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