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선 전 <조선일보> 무가지 배부 '입건 의견'

조선일보사 국장 등 3명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검찰 지휘 건의

등록 2012.07.20 15:10수정 2012.07.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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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부평지역 한 지국장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나흘 앞둔 지난 4월 7일 오전 4시부터 <조선일보> 수백부를 무료로 부평지역에 배포했다. 조선일보사는 이날 신문 3만여 부를 인천지역에 배부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샀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4·11 총선을 나흘 앞두고 특정 후보와 정당을 비난하는 기사 등이 실린 <조선일보>를 인천 전역에 무료로 배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조선일보사 CS본부(전 판매국) 국장 A(62)씨와 경인지역 팀장 B(47)씨, 경기서부지사(인천·부천·광명) 지사장 C(45)씨 등 3명에 대해 경찰이 '입건 의견'으로 검찰에 지휘를 건의했다.

19일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인천지방경찰청은 조선일보사 A 국장 등 3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도록 지휘해달라고 지난주에 인천지방검찰청에 신청했다. 입건 지휘 대상은 주요 범죄 가운데 국가보안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사범 중 공안 관련 범죄로 한정돼있다.

조선일보사 소속 A 국장 등은 4·11 총선 나흘 전인 4월 7일, 신문 3만여 부를 인천 전역에 무가지로 배포했다. 이 신문의 1면에는 '한국 정치가 창피하다'는 제목과 함께, 당시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민주통합당 김용민(노원갑) 후보의 사진이 크게 실렸다. 다른 면에는 '김연광(새누리당, 부평을) "홍, 친일파 손자" … 홍영표(민주통합당, 부평을) '막판 네거티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특히 조선일보사는 이날 젊은 유권자가 많이 찾는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문학경기장에서도 신문 5000여 부를 직원 등을 동원해 무가지로 배부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사는 4월 7일자 신문을 다른 야구장에서도 배부했지만, 스포츠 섹션만 무가지로 배부했다.

또한 경찰에 따르면, A 국장 등은 4월 7일자 <조선일보>를 인천지역 아파트 등 인천 전역에 2만 5000여 부 무료로 배부했고, 홍보용 신문을 돌렸던 방법과 다르게 지국 50여 곳을 통해 적게는 100부에서 많게는 1000부를 아파트 등에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무료 배포 3만부 '단순 홍보' 차원 넘어섰다고 판단

이에 대해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4월 7일자 1면에 인천을 홍보하는 기획기사(뉴 인천 길은 있다)가 있어, 인천시민이 많이 볼 수 있도록 신문을 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 등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사가 실린 신문 3만여 부를 무료로 배부한 것 자체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신문 기사를 복사해 선거 전에 뿌린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신문 자체를 무가지로 배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무료 배포된 3만부가 <조선일보> 인천지역 유가부수 9만부의 3분의 1에 달하는 점도 단순 홍보 차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ABC협회 신문 발행부수 공사 보고서를 보면, <조선일보>는 2009년 7월부터 12월까지 평균 184만 4783부를 발행했다. 이중 9만 7670부를 인천에 발송했으며, 인천 지국에서 9만 4407부를 가정 등에 배달하고, 나머지 3263부는 가판대에서 판매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A 국장을 비롯해 조선일보사 직원과 지사 관계자 10여 명의 핸드폰과 사무실 전화 통화 내역 등, 통신 수사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이를 통해 경찰은 이들이 거짓말한 것 등을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조선일보> 지국 직원 등은 경찰에서 처음 조사를 받을 때 동원된 인원과 무료 배포한 신문 부수를 축소해 진술했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실 여부가 밝혀졌다.

현행 공직선거법 95조는 '누구든지 선거법 규정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에 관한 기사를 게재한 신문·통신·잡지 또는 기관·단체·시설의 기관지, 기타 간행물을 통상 방법 외의 방법으로 배부·살포·게시·첩부하거나 그 기사를 복사해 배부·살포·게시·첩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선거에 관한 기사'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의 당락이나 특정 정당에 유리 또는 불리한 기사를 말한다. 통상 방법에 의한 배부라 함은 종전의 방법과 범위 안에서 발행·배부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이번 <조선일보> 무가지 배포 사건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될지는 미지수이다. 통상적 경우를 벗어나 배부됐지만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됐다는 등의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김용민 #김연광 #홍영표 #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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