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현대차 울산공장을 포위했나

노동자·시민사회 21일 '울산공장 포위의 날'

등록 2012.07.22 11:06수정 2012.07.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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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1일 저녁 울산북구 양정동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열린 울산공장 포위 문화제에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 김동일 시민기자


7월 21일 저녁 9시,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 1000명은 족히 넘어보이는 사람이 모여 앉았다. 이들은 "오늘 현대차 울산공장을 포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손에 쥐었던 수천 개의 소형 폭죽이 형형색색 소리를 내며 현대차 공장을 향해 날아갔다. 뒤이어 참석자들은 손에 쥔 풍선을 터뜨렸다. 모두 비정규직 철폐를 소망하는 것들이다.

담 하나 너머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동차공장이 보였다. 지난 2010년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25일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벌였던 그곳이다. 당시 담 넘어 정문 앞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던 노동운동가, 인권운동가들이 텐트를 치고 철야농성을 하며 비정규직을 응원했었다.

그후 1년 8개월. 이들은 다시 현대차 울산공장 담 너머 정문앞에 모였다. 그들은 왜 이곳에 다시 모여 "현대차 울산공장 포위"를 외치는 것일까.

점거농성 후 1년 8개월, 돌아온 건 수백 억 손배소송과 해고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이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와 노동계, 시민사회는 21일 오후 7시부터 22일 오전 10시까지 1박 2일간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을 중앙무대로 '현대차 울산공장 포위의 날' 문화제를 열었다.

앞서 이들은 행사를 위한 공동기획단도 꾸렸고 전국 각 도시에서 18일부터 100만인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서명운동과 문화제에서 요구한 것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을 위한 현대차 정몽구 회장 구속, 새누리당이 제출한 사내하도급법 폐지다.


현대자 비정규직노조의 힘겨운 싸움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127개 사내하청업체 9234개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림으로써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겨울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공장점거 농성을 벌인 배경에는 그해 7월 22일 대법원 3부가 내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라"는 환송 결정이 있다. 회사 측이 꿈적도 않자 비정규직노조는 공장 점거라는 극한 방법을 택했다.

다시 2년 뒤인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은 현대차의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파업과 농성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해고 딱지가 날아들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2010년 파업 이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해고된 조합원은 160명, 정직자는 600명이다. 아산공장에서는 해고 41명, 정직 160명, 전주공장에서는 해고 16명(계약해지자 2명), 정직 55명이라는 보복성 징계가 내려졌다.

더욱 더 비정규직들의 목을 죄고 있는 건 손해배상 청구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323명에게 점거농성을 이유로 약 30억 원, 파업에 참가한 162명에게는 162억 원 이라는 큰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아산공장 비정규직들도 14억9000만 원의 손배소를 당했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6월 26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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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열린 원하청 연대투쟁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현대차비정규직 밴드의 공연에 맞춰 풍선을 흔들고 있다 ⓒ 김동일 시민기자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와 노동계, 사회시민단체가 21일 저녁 1박 2일의 울산공장 포위 행사를 하면서 요구한 핵심은 바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분노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처하는 현대차의 접근방법이다. 오는 8월 2일로 예정된 개정 파견법 시행을 앞두고 2년 미만 근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현대차에서 직고용 하는 기간제로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8년 만에 현대차가 생산직 신규채용을 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정규직화 대상인 하청노동자들이었다. 비정규직노조는 "대법원이 판결한 정규직화를 회피하고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꼼수"라고 맞서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관련 일지
‣ 2004년 노동부 현대자동차 아산, 울산, 전주 전 업체(127개 업체)와 전 공정(9234개 공정) 불법파견 판정.
‣ 2005년 불법파견 시정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08명 해고
‣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 판결
‣ 2010년 11월 15일~12월 9일 비정규직노조 현대차 울산1공장 점거농성
‣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행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16명 해고
‣ 2012년 2월 23일 대법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 판결
‣ 2012년 5월 2일 중앙노동위원회 "현대자동차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절차 무시한 해고는 부당해고" 판정
‣ 2012년 7월 현대차, 사내하청을 기간제로 변경 움직임, 생산직 신규채용 246명 중 사내하청 196명 채용 

"현대차 순이익 8조 원은 비정규직노동자 갈취 결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와 시민사회는 21일 "2004년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 이후 9년 동안 불법파견 시정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울산노동지청과 노동위원회는 핑계와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고, 현대차와 대표이사인 정몽구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결과 지난 2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현대차에서는 불법적인 파견노동자가 채용되고 있다"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8월 2일 개정 파견법 적용을 앞두고 2년 미만 불법파견노동자 1564명를 집단해고 하고 직고용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들은 "정몽구 회장이 거둬들이는 수익은 2011년 배당금 456억원과 현대차 순이익 8조 1049억원"이라며 "진실은 바로 불법행위를 기반으로 한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갈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새누리당은 사내하청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불법파견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영구화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대차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노동법을 위반하는 정몽구 회장 사법처리와 사내하도급법 상정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를 응원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텐트에서 밤새 토론하는 난장을 꾸몄다.

또 인근 현대차 울산2공장과 4공장 문앞에서는 2012 인디다큐페스티발 개막작 <아무도 꾸지 않는 꿈> 영화상영을 한 후 이 영화 홍효은 감독과의 대화도 마련했다.

문화제에서는 박준, 극단새벽 밴드 ACT, 페다스쿨, 노동자뉴스제작단, 대구대·경북대연합몸짓패, 현대차 원하청노동자풍물패 등의 공연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풍물패를 선두로 수 백개의 '비정규직 철폐' 등이적힌 깃발 수백 개를 들고 현대차 울산공장 주변을 행진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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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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