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 팔아 220억! 말 그대로 '짭짤'하네

전남 영광 설도항 토요장터

등록 2012.07.23 13:54수정 2012.07.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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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설도항 풍경. 어선의 선주들은 항구 장터에 판매장을 따로 내고 잡아온 수산물을 팔고 있다. ⓒ 이돈삼


서해안 칠산 바다와 맞닿은 전남 영광 설도항이다. 바닷바람이 소금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 갯벌에 짱뚱어와 농게가 얼굴을 내민다. 그 모습에 갈매기들이 날개를 접고 저공비행을 한다.


포구에선 갯것들이 해풍에 꼬들꼬들 말라가고 있다. 한켠에선 상인들의 새 보금자리가 될 젓갈타운 공사가 한창이다. 포구로 배 한 척이 비집고 들어온다. 배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에 맞춰 어부의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만선인 모양이다.

배가 포구에 들어오자 갯것들이 포구로 올라온다. 모두 펄떡펄떡 뛴다. 갯것이 포구에 내려지자 할머니들의 손길이 부산하다. 멸치는 멸치대로, 새우는 새우대로 골라내는 솜씨가 능숙하다. "평생 이짓(?)만 하고 살아서 그런다"는 게 한 할머니의 얘기다.

할머니에 의해 선별된 갯것들이 바로 앞 수산물 가게로 직행한다. 가게 앞 널찍한 함지박엔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 들어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좁은 함지박을 유영하는 간자미도 보인다. 그 옆에서는 낙지가 필사적으로 함지박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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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항에서 좌판을 펼쳐놓고 있는 할머니. 갯것을 말려 팔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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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에서 방금 내린 갯것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싱싱한 갯것 그대로다. ⓒ 이돈삼


설도항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철 따라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봄이면 주꾸미, 낙지, 조기, 장대, 생새우가 포구를 주름 잡는다. 여름이면 황석어, 송어, 병어, 덕자, 민어, 꽃게가 주인공이다. 가을엔 전어와 서대, 농어가, 그리고 겨울엔 새우와 숭어 석화, 모시조개가 장터를 차지한다.

오늘은 민어, 덕자, 광어, 병어, 갑오징어, 꽃게, 미역이 장터의 주인공이다. 좌판을 벌인 할머니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금세 황석어를 놓고 흥정이 벌어진다.


"이놈을 젓 담가놨다가 겨울에 김장하면 끝내 준당께요. 2만5000원에 가져가부쑈. 그 정도믄 내 공력 값도 안 들어간 거여."

지난 21일 설도장터 풍경이다. 이곳 설도항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장이 선다. '설도항 토요장터'다. 주민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알리고 팔기 위해 3년 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싱싱한 수산물과 각종 젓갈, 천일염을 싸게 살 수 있다.


파프리카와 태양초, 쌀보리, 영광굴비, 모싯잎송편 등 특산품도 저렴하다. 각설이 공연과 가수 초청, 거리 공연은 장터의 흥을 돋운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경품을 추첨, 특산품도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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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항 장터 풍경. 집집마다 어선의 이름을 그대로 가게에 내걸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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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항 토요장터에 펼쳐진 갯것들. 서해안 칠산바다가 고스란히 옮겨져 왔다. ⓒ 이돈삼


장터는 해산물 가게와 젓갈가게, 그리고 건어물을 파는 좌판으로 나뉜다. 나란히 줄지어 선 수산물 가게가 눈길을 끈다. 삼영호, 금양호, 신성호, 성진호, 충남호, 동명호, 금성호…. 가게 이름치고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포구에 정박해 있던 어선의 이름이었다. 어선의 이름을 그대로 가게로 옮겨온 것이다.

삼영호의 남주인은 배를 타고 칠산 바다로 나가 병어를 잡고, 여주인은 뭍의 가게에서 병어를 판다. 이렇게 어선과 가게의 이름이 같은 곳이 20여 곳에 이른다. 여기서 파는 수산물에 믿음이 더 가는 연유다.

"품질을 보증하제. 상인회에서 조를 편성해 자체적으로 원산지 표시와 위생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거든. 젓갈도 마찬가지고. 젓갈협회에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당께. 물건은 확실해. 걱정 안 해도 되아."

양덕렬(60) 어르신의 얘기다. 본인의 이름 석 자를 내건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를 따라 조그마한 젓갈가게로 들어갔다. 곰삭은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설도항의 명물은 누가 뭐래도 맛난 젓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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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에 절여진 황석어젓. 육젓과 함께 설도항을 젓갈의 주산지로 만들어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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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군침 돌게 하는 육젓. 설도항의 대표적인 젓갈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입안을 황홀하게 하는 창란젓이 보인다. 짭조름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인 새우젓도 있다. 젓갈 가운데 최고라는 오젓과 육젓이다. 뿐만 아니라 조개젓, 황석어젓, 멸치젓, 오징어젓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짓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따끈한 밥 한 그릇이 절로 생각난다.

설도 젓갈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간수를 뺀 천일염 외엔 어떠한 감미도 하지 않는다. 젓갈 맛을 안다는 사람들이 이곳을 즐겨찾는 이유다. 그 맛을 찾아 김장철이면 전국의 주부들이 몰려든다. 연간 60만 명 정도가 젓갈을 사러 온다.

이 젓갈로 벌어들인 돈이 연간 220억 원 정도 된다는 게 설도항젓갈축제추진위원회의 설명이다. 서해안 끄트머리 작은 바닷가 마을의 소득치곤 쏠쏠한 액수다. 평범했던 작은 포구가 젓갈 하나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셈이다. 그 명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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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항 토요장터에 나온 사람들이 갯것을 구경하고 있다. 이 장터는 젓갈과 갯것 등 수산물이 주종을 이룬다. 모두 서해안 칠산바다에서 얻은 것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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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항 토요장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각설이. 장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설도항 #설도항토요장터 #영광 #남도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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