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1일 새벽 귀가하고 있다.
남소연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31일 전격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57분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 앞에 도착했다. 이에 앞선 오후 2시 35분경에는 우원식 원내대변인이 그의 검찰출석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원내대변인을 통해 "검찰 출석과 관련해 당의 입장도 완강하고 저도 있지도 않은 사실에 대해 조사를 받는 게 억울하지만 당과 여야 동료 의원들에게 부담을 드리기 싫었다"며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를 위해 8월 민생국회가 필요한데 제 문제로 인해 실종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출두의 변을 밝혔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내곡동 사저 특검 등 여야 19대 국회 개원 합의사항이 지켜져야 하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차질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법원에서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국회의 동의요구가 있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검찰에 출석해 저의 입장과 결백을 설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버스터 등 검찰 공작 굴하지 않겠다던 박지원, 왜?하루 전날인 30일, 검찰이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뒤에도 민주통합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겠다"며 "검찰의 수사는 표적, 물 타기, 끼워 넣기 수사이기 때문에 검찰의 의도대로 응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해찬 대표는 "내 명예와 당의 명운을 걸고 검찰에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며 "40년간 민주화 운동을 해오고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살아온 내가 검찰 공작에 굴해 우리 원내대표를 잡아가는 것을 두 눈 뜨고 보겠냐"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도 "나는 그런 일(저축은행으로부터의 뇌물 수수)을 하지 않았다"며 "다시 한 번 결백을 주장한다, 나를 믿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통합당은 필리버스터 등 당력을 총동원해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박 원내대표가 이날 전격 검찰에 출두함에 따라 그가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그 배경을 둘러싸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으로부터 모두 8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에는 세 가지 혐의 사실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지난 2007년 가을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 2008년 3월, ▲ 2010년 6월 전남 목포에서 오문철(59·구속기소)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각각 2000만 원과 3000만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다.
정치권 일각에는 박 원내대표에 대해 정치자금법은 물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나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내용은 그와 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자금법을 제외한 다른 법률 위반을 특정해서 규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박 원내대표에게 검찰이 특정범죄가중철벌법상 알선수재 혹은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했다면 뇌물죄가 적용돼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되지만, 그것이 아닐 경우에는 재판 과정에서 얼마든지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박 원내대표는 전격적인 검찰 출두를 앞두고 당내 의원들과 숙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번 재판을 통해 충분히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설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일피일 검찰수사를 피하느니 차라리 정면대응으로 출구전략을 세웠다는 게다. 그와 함께 이번 사건을 준비해온 한 민주통합당의 고위 관계자는 "검찰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반드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가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2003년부터 깨알같은 수첩 기록... 무죄 입증 가능하다 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