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위즈덤경향
"평소 인터뷰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유명인들도 김제동과 한다면 거부하는 법이 없었다."- 오광수(<경향신문> 부국장, '김제동의 똑똑똑' 책임),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262면대한민국의 유명인들은 김제동을 만나고 싶어한다. 김제동이라는 창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는 게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컴백의 창구로 활용했던 <무릎팍 도사>가 있었지만, 김제동은 연예인, 정치인, 기업인 할 것 없이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경향신문>의 '김제동의 똑똑똑' 코너에는 많은 정치인과 기업인 등 소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인터뷰를 해달라는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위즈덤경향, 이하 '어깨동무')는 유명인들에겐 축복이다. 하지만 최대의 수혜자는 김제동이 아닌 것 같다. 전작인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20만 부 이상 팔렸지만 대부분 기부금으로 냈고, "이 책의 수익금은 1권과 달리 저의 결혼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라고 머리말에 써놓기까지 했지만 1권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오히려 가장 큰 수혜자는 '이효리'가 될 수도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이효리 인터뷰를 보고 이효리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효리가 하고 있는 동물 보호 캠페인이 알려지는 데 한몫을 했고, SBS <힐링캠프>와 최근의 저서 <가까이>에 이르기까지. 그 출발점은 <어깨동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읽었다. 오일수씨는 <어깨동무>의 매력이 "김제동의 인간관계, 인맥 구축능력, 공감능력의 탁월함"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유명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말하고 내면을 표현하도록 끌어내는 능력"은 바로 꾸준한 독서와 성찰,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길러졌을 것이다.
소셜테이너에 대해서 생각한다하지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어깨동무>의 주된 독자인, 얼굴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쉬워진다. 라이언 김(Ryan Kim)씨는 이 책을 읽으며 "일반인인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운 많은 유명인이 형이요 누나요 동생"이라는 점만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 방식은 1권에서 이미 보여주었기 때문에 신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1권과 달리 <어깨동무>는 주제의 폭을 넓혔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문학(공지영), 비평(백낙청), 언론(김어준, 한홍구·서해성), 정치(안철수, 문재인, 곽노현), 종교(법륜스님)를 넘나드는 인물과의 인터뷰는 메시지의 무게감을 실어 주었다.
특히 독자들에게 인상을 주었던 부분은 백낙청 편이었는데, 안선희씨는 "어렵던 선생님이 갑자기 동네 슈퍼마켓 앞에서 만난 이웃집 어르신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좋아했다. 남북문제, 세대갈등, 이념갈등도 이렇게 서로가 마음을 활짝 열고 풀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콧날이 시큰했다.
소셜테이너는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을 말하는 신조어이지만, 김제동식 소셜테이너는 분열된 사회를 웃음으로 모아내는 힘을 발휘한다. 장재호씨는 "좌우로 갈린 이 사회구조에서 서로 할퀴고 상처주고 하는 폭력의 장에서 스스로 양극을 치료하는 치료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평가했다.
한편 소셜테이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한다. 성동식씨에게 김제동은 "고마운 사람임과 동시에 뭔가를 빚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 그래서 가끔은 살짝 떨쳐내고 싶은 사람"이다. 언론매체, 특히 사회면에 거론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들고 미안해져서 모르는척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것은 소셜테이너 김제동에게 하나의 숙제와 같다. 사회적인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사회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밀어내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일명 '부동층'이라고 할 수 있는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다가갈 때는 섬세하고 정교하게 접근하며, 논리보다는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그들 스스로의 일상에서 조심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