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맞은 날. 이놈 둘째야, 네 동생이 또 있단다.
이희동
육아일기 전편에 썼듯이 상상하지도 못한 폭탄이 터진 건 둘째 돌잔치 날이었다. 돌잔치 도중에 졸려하는 둘째를 재운 아내가 내게로 다가오더니 갑작스레 스케일 큰 질문을 던져댔다. 올해 12월에 끝나는 전세 계약 연장 여부부터 시작해서 앞으로의 인생 계획 등등. 난 갑작스런 아내의 질문에 당황했고 꿀 먹은 벙어리마냥 그녀를 바라봤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뭔데? 갑자기 왜?" "……"순간, 난 뭔가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 멍해졌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내에게 물었다.
"설마 그거 아니지? 아니잖아. 아니지? 아닐 거야.""맞아 그거. 나도 모르겠어. 생리가 제 날짜에 안 나오길래 혹시 해서 테스트 해봤더니 두 줄이야. 나도 당황스러워. 날짜가 전혀 맞지 않은데."맙소사. 임신이었다. 한 번도 생각하지, 아니 상상도 하지 않았던 셋째의 임신. 역시 자연피임은 믿을 바가 못 되었다.
아찔했다. 첫째에 이어 둘째를 돌까지 키워오면서 겪었던 고생을 또 해야 한다는 사실에 막막했고, 아이 셋 키우는 스트레스를 남편에 대한 바가지로 풀어낼 아내를 생각하니 두려웠으며, 아이 셋을 키우는 데 필요한 돈을 생각하니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에 한없이 어깨가 무거워졌다.
"여보 나 할 말 있는데"... 맙소사, 설마 셋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