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옷을 왜 사, 같이 쓰면 되지!

위기의 지구촌 경제, '공유 경제'가 여는 새로운 시대

등록 2012.08.12 09:56수정 2012.08.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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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경제 위기다. 미국·유럽을 거쳐 그 위기가 중국으로 뻗치고 있다. 지속되던 무한 생산과 소비는 지구를 속살까지 파먹으며 열 덩어리로 만들었다.

산업혁명 이후 3세기 가까이 계속되던 성장의 질주가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새 흐름이 일고 있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을 행복의 상징으로 여기던 사람들이 이를 멈추고 다른 이에게 빌려 쓰고 자신의 것을 나눠쓰자고 한다. 이른바 '공유 경제(Share Economy)'다.

'공유 경제'는 재화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교환·임대·활용하는 협력적 소비를 일컫는 용어로 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한국에선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지난해 3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 '세상을 변화시키는 10개 아이디어'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세계에는 이미 이를 활용한 많은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도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이를 언급한다.

"한때 인간을 이념 투쟁과 혁명, 전쟁으로 몰고 갔던 체제가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경제 현실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 … 산업시대의 생활 방식을 규정지었던 종래의 소유관계와 시장 개념은 점차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위기, '소유 욕망'이 부른 참사... 새롭게 뜨는 '공유 경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공유 경제 기업 '에어비앤비(Airbnb)'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들의 가치가 잘 반영되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공유 경제 기업 '에어비앤비(Airbnb)'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들의 가치가 잘 반영되어 있다. 에어비앤비(Airbnb)

'공유 경제'의 시작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다. 저소득 계층의 주택 소유 욕망과 은행들의 탐욕으로 형성된 거대한 부동산 거품은 연방기준금리의 상승으로 도미노처럼 붕괴되었고, 불어난 대출이자로 허덕이게 된 수백만 세대가 집 밖으로 내쫓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소유' 욕망이 부른 참사였다.

2008년 창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공유경제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Airbnb)'는 금융위기로 발생한 하우스 푸어(집을 보유했지만 가난한 사람)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남는 건 집밖에 없는 이들에게 "공간을 공유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다. 네트워크 상으로 연결된 외국 여행자들에게 '남는 빈 방'을 빌려주고 수익도 얻는 이 아이디어는 대성공이었다. 이들은 현재 전 세계 190여 개 국의 약 2만 개의 방을 연결해주고 있다. 추가로 무언가를 '생산'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남는 것을 공유할 뿐이었다.


한국은 어떨까? 지난 3일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스마트 클라우드 쇼 2012-공유 경제의 꿈'이라는 국내 공유 경제 기업체들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그들이 '공유'하고자 내놓은 것은 공간·시간·물건·재능 등으로 다양했다. 북촌 한옥집을 공유하는 '코자자(kozaza)', 작업 공간과 서로의 인맥,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코업'(CO-UP), 책 놓을 공간과 서로의 책을 공유하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차를 공유하는 '소카(So-Car)', 아동 의류 공유 '키플', 소셜 다이닝 '집밥' 등이 국내 공유 경제를 대표한다.

미국에 에어비앤비가 있다면 국내엔 '비앤비히어로(bnbhero)'가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하우스 푸어가 100만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지만, 숙박소의 사정은 여유롭지 못하다. 여수 엑스포의 가장 큰 난제도 외국인이 머물 숙박소 부족이었다. 올해 5월 창립한 비앤비히어로의 조민성 대표는 이를 눈 여겨 보고 엑스포조직위, 여수시청관광공사, 여수시민자원 봉사단체와 협력하여 약 150개 이상의 숙소를 마련했다. 건물은 새로 짓지 않고, 여수 주민들의 남는 방을 이용했다.


그는 "공유 경제는 모든 소득 계층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방을 찾은 외국인들이 마을 주변 외식업체 등을 이용하며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비앤비히어로를 통해 현재까지 총 예약 숙박일수 1000박, 엑스포 기간 중 예약 금액 5500만 원, 50% 이상 가구당 평균 수입이 약 100만 원이라고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 '공유 경제'... 지속가능함을 꿈꾸다

 국내 공유 경제 업체 '국민도서관 - 책꽂이'의 홈페이지(http://www.bookoob.co.kr/) 화면 갈무리. 이곳은 책 놓을 공간과 서로의 책을 공유하고 있다.
국내 공유 경제 업체 '국민도서관 - 책꽂이'의 홈페이지(http://www.bookoob.co.kr/) 화면 갈무리. 이곳은 책 놓을 공간과 서로의 책을 공유하고 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공유 경제는 '승자독식'보단 '협력'을 꿈꾼다. 또한 공유 경제 사업들의 공통적인 모토는 '지속가능성'이었다. 지속가능함을 '팔며'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이들은 누군가 이익을 독식하지 않고, 함께 사는 지역을 품으며, 다소 느리더라도 천천히 길게 나아가자고 한다.

서로의 것을 내놓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외국인에게 방을 빌려주었더니 엉망진창으로 해놓고 간다면?"(집 공유) "내가 도서관에 맡긴 책을 누군가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거나 손상시키면 어떡하지?"(책 공유) "옷 빌려줬더니 세탁비만 더 나왔어"(의류 공유)라는 걱정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난해 11월 창립한 '국민도서관 책꽃이'의 사례가 보여주는 '미덕'은 그 걱정을 덜어준다. 우선 이 곳은 '0'권의 책으로 시작한 시민참여형 도서관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문제인 '책 놓을 공간 부족'과 '책 구매 지출 부담'을 해결하고자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책을 국민도서관에 맡겨 공간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때에 찾아갈 수 있다), 타인이 맡긴 책을 빌릴 수도 있어 책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민도서관의 장웅 대표는 "처음엔 걱정하던 사람들도 한 번 경험해보고 난 후 더 신뢰하고, 배려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봄비에 책이 젖을 것을 염려해 비닐로 책을 싸서 소포를 부친 사람, 빌려간 책이 헐지 않도록 직접 포장해 읽은 사람 등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계속 이어졌다. 네 권의 책을 빌려간 후 그것의 열배인 사십 권을 더 추가해 보낸 이도 있었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십시일반 모인 책들은 현재 약 1만5000천권이 되었다. 운영자도 예상치 못한 '기적'이었다.

지구를 공유하다, 품앗이의 '세계화'

 국내 공유 경제 기업체 '소카(so-car)'의 홈페이지(www.socar.kr) 화면 갈무리. 이곳은 제주지역에서 차를 공유하고 있다.
국내 공유 경제 기업체 '소카(so-car)'의 홈페이지(www.socar.kr) 화면 갈무리. 이곳은 제주지역에서 차를 공유하고 있다. 소카(so-car)

공유 경제의 교환 상대는 전 세계 불특정한 다수의 사람들이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가능해졌다. 한옥 공유 기업 '코자자'도 이를 통해 외국인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다. 현재 국내에 보존된 한옥은 북촌 한옥마을의 약 1000채, 전국적으로 9만 채 정도다. 그러나 게스트 하우스로 제공되는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 잠깐 '방문'만 할 수 있다. 그 외에 시간은 공간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옥만큼 우리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곳이 있을까 싶었던"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한옥마을 주민들을 직접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며 "방을 공유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는 공간 공유와 함께 '문화 탐방'도 가능해 더욱 각별하다. 조 대표는 "다녀간 이들이 자신들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사진과 경험을 올리면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유 경제는 물건을 한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 여럿이 사용해 함께 이용하는 사람 수만큼 소비량과 생산량을 줄일 수가 있어, 생태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소카'의 경우를 보자. 제주도에 위치한 차 공유 기업인 소카는 사용자 중심의 무인 예약 시스템으로 365일 24시간, 시간/ 분 단위로 차를 빌릴 수가 있다. 기존 렌터카 시스템이 하루단위로 이루어진 것과 차별화 됐다. 제주도 내 자리한 스무 개의 '소카존(so-car zone)' 중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들려 어느 시간에라도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차를 빌릴 수가 있다. 소카의 김자영 대표는 "개인이 차를 사용하는 시간은 24시간 중에 한 시간에서 두 시간정도에 불과하다"며 "차 한 대를 공유해서 사용할 경우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12.5대의 차량을 줄일 수 있어 배기가스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 경제는 보상 없이 베푸는 '후원'이 아니다. 엄연히 '공유와 나눔'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경제 활동이다. 또한 사회적 기업과도 성격을 달리한다. 국내에 자리 잡은 지 만 5년째 되는 사회적 기업은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이윤 추구'보다 사회를 위한 '가치 생산'에 목적을 둔다. 특히 지역사회 활성화와 지속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공유 경제'와 맞닿아 있지만, 수익을 얻는 방식에선 확연히 차이가 난다. 공유 경제는 새로운 생산이랄 게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도 있다. 공유 경제가 새로운 개념인 탓에 법의 적용이 모호하다. 소카의 경우 개인이 자신의 차를 빌려주고 돌려받는 'P2P(person to person)'형식은 불법이기에, 렌터카 형식으로 사업자를 등록하는 'B2C(Business toConsumer)'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공간 공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공간 공유 업체에 자신의 방을 등록하고 타인에게 숙소를 빌려줬다고 했을 때 그를 숙박업체로 봐야하는지, 그가 얻은 수익에서 세금을 때야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사업에 맞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사실 우리네의 삶에도 공유 경제가 존재했다. 이웃과 노동을 교환하며 함께 어려운 농사일을 해가던 농촌마을의 '품앗이'. 여기에 '네트워크'가 더해진 공유경제는 '지구촌의 품앗이'가 아닐까?
#공유 경제 #국민도서관 챚꽂이 #에어비앤비 #비앤비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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