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진 대변인의 사건 공개, 중요한 걸 빠트렸다

[게릴라칼럼] 피해자 의사 확인했어야... 소모적인 2차 피해 공방 중지해야

등록 2012.08.14 14:43수정 2012.08.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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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통합당이 주요 당직자가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며 "과거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 때와 비교해보면 민주통합당이 공정한 잣대를 가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피해자를 지원해온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와 피해자 소속 언론사는 즉각 성명서를 내며 성폭력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등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사건을 비공개로 처리했으며, 해당 민주통합당 당직자는 이미 해임되었는데도 새누리당측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민주통합당은 박용진 대변인을 통해 "사건 공개를 원하지 않은 피해자 입장을 반영하여 가해자를 처벌하였음에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를 폭로한 새누리당이야말로 2차 피해를 저지르고 있다"며 신의진 의원의 당직 사퇴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피해자를 거론한 것이 아니라 사건 자체만을 이야기한 것이 2차 피해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민주통합당처럼 시끄럽게 굴거나 가해자가 해임소송을 하겠다며 떳떳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 것이 2차 피해"라고 응수했다.

이렇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서로 2차 피해를 주고 있다며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 정작 피해자의 상황이 어떤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건은 점점 더 점입가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김형태 의원 사건과 이 사건은 다르다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 한 데 대해 "저에게 2차 피해를 조장하고 인권에 굉장히 무지한 의원임을 오히려 애기하고 있는데, 실은 이는 성추행 또는 성폭행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 한 데 대해 "저에게 2차 피해를 조장하고 인권에 굉장히 무지한 의원임을 오히려 애기하고 있는데, 실은 이는 성추행 또는 성폭행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성호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이 성폭력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의 하나는 이번 사건을 비공개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과 가해자의 문제를 은폐하는 것은 다르다"며 "피해자는 보호하더라도 가해자는 엄중하게 처벌하고 공개하는 것이 성폭력 수사 내지는 치료의 원칙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의 주장처럼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 의사에 상관없이 사건을 공개하고 언론에 떠벌리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언론에 공개하기를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정상적인 사건처리절차를 통해서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때 피해자는 자신의 인적사항이 밝혀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수하고도 사건 공개를 감행하는데, 새누리당 김형태 전 의원의 제수 성폭력 사건이 이와 같은 경우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조직 내부의 인사위원회나 징계위원회 제소 등을 통해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시간적·비용적 효율성의 측면에서 굳이 외부기관 진정 및 소송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한 성폭력 사건의 특성상 가해자를 공개하는 것이 사실상 피해자를 공개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피해자는 본인의 인적사항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경우 피해자는 원치 않는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다는 것 자체로도 심각한 피로감 및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악의적인 여론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래서 성폭력상담소에서도 언론에 사건 공개를 원하는 피해자를 지원할 때는 이런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고 피해자의 의사를 재차, 삼차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전문기관인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지원을 받아서 민주통합당측에 해당 가해자의 처벌을 요청하였고, 인사위원회를 거쳐 해당 가해자가 해임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사건처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피해자측에 정확한 사건경과를 확인하는 일도 없이, '~ 여기자의 성추행 사건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는 식의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여 언론에 덜컥 사건을 공개하였다.

만약 신의진 원내대변인이 정말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싶은 의사가 있었다면,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단 몇 시간만이라도 피해자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낼 수는 없었을까? 피해자와 관련 없는 제3자가, 심지어는 가해자와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정당의 대변인이, 대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가해자를 공개하는 것이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는 행위라는 말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피해자에게 성폭력 사건 및 가해자를 당당하게 언론에 공개하라는 것은 피해자의 의지가 있을 때 충분히 독려할 수 있는 것이지만, 피해자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피해자가 경험한 혹은 경험할 피해나 고통을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각각의 피해자마다 감당할 수 있는 힘이 다르고, 가지고 있는 사회적·경제적 자원도 다르다. 각자가 위치하고 있는 이러한 맥락을 무시한 채 피해자에게 획일적으로 사건 공개를 강요하는 논리는, 사건 공개를 망설이는 피해자에게 "네가 뭐 숨기는 게 있는 거 아니냐? 너 뭐 잘못한 거 있지?"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이 크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자격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서로가 성폭력 전문가를 자처하며 누가 더 심각한 2차 피해를 주었는가를 입증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이런 논의를 할 자격이 있을까는 매우 의심스럽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1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2차 피해라는 것은 그 사건을 단순히 떠올리는 것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사건이 떠올랐을 때 부정적이고 왜곡된 의미가 포함될 때 2차 피해가 생기는 것"이라며 밝혔다.

그러나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성폭력 사건이 모든 언론에 대서특필되어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이는 성폭력 전문가가 아니라도 조금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누구라도 쉽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피해자로서는 언론 보도 및 각 당의 2차 피해 책임공방만으로도 이번 성폭력 사건은 본인에게 충분히 부정적이고 왜곡된 의미로 각인될 수 있다.

또한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전혀 그 분(피해자)에 대해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2차 피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민주당처럼 문제가 된다고 시끄럽게 굴거나 가해자가 해임소송을 하겠다며 떳떳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 것이 바로 2차 피해를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의진 원내대변인의 말처럼 성폭력 사건과 피해자를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과 피해자는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는 존재이다.  피해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성폭력 사건만 언론 공개하였다 하여도, 이후 피해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충분히 숙고해보지 않았다면 이는 2차 피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피해자가 이 사건을 즉각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고 해결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요 당직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민주통합당에서, 2차 피해를 운운하면서 이번 사건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의 주장처럼 가해자가 해임불복소송을 벌이면서 떳떳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 일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며, 이후 당직자의 성폭력 예방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선거 때만 되면 터져 나오는 각 정당의 성폭력 사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정말로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려고 문제를 제기한다기보다는, 선정적인 이슈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누가 더 반성폭력 감수성이 높은 정당인지, 혹은 여성을 위하는 정당인지는 선거 때 반짝하는 이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는 여성 정책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쪼록 폭로와 비난, 말장난 보다는 내실 있는 정책에 기댄 각 당의 진검승부가 보고 싶다.
#신의진 #민주통합당 당직자 성추행 #성폭력 사건 공개 #박용진 #2차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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