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주인공 문유정(이나영 분)도 어린 시절 친척 오빠에 당한 성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LJ필름
이는 성폭력의 가해자지만 피해자를 경제적으로 양육, 보호하고 있고 그 가해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 탓이 크다. 또 장기간 피해상황이 지속되면, 피해자들은 상황을 빨리 끝내려 저항하지 않기도 하며, 더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가해자들에게 순종하기도 한다.
피해자들의 이러한 양가적인 감정이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수사,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발생시킨다.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서도 가해자와 친하게 지냈던 사실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며 "거짓 아닌가, 왜 바로 집에서 나오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상상해보자. 매일 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밥을 먹어야 하고 학교에 다녀야 하며 일상을 살아야 하는 피해자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을 수 있을까? 다른 가족들이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고 피해 사실을 폭로했을 때 가족이라는 유일한 끈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된다. 청소녀가 집을 나왔을 때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또한 빈곤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피해자가 가출 이후 자신의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일단, 친족 성폭력을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폭력은 낯선 관계 안에서만 일어난다"는 잘못된 통념, 그리고 폭행과 협박을 동반한 강간만을 성폭력으로 보는 분위기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결코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친족 성폭력은 비정상적인 한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성폭력이 만연한 우리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기에, 사회가 책임지고 피해자를 보살펴야 한다.
그리고 동거하는 가족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가해자와 시급히 분리시켜야 한다. 가해자를 내쫓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으면 '쉼터' 등과 연계해야 한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쉼터'가 있는 줄 모르고 가출 이후의 삶이 막막해서 피해를 참고 견디는 사례가 많다. 성폭력상담소나 쉼터 등에 대한 정보를 학교, 아동보호기관, 지역사회의 기관 등에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