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전력거래소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매년 5월이 되면 반복되는 뉴스가 있다.
'전기요금 너무 싸고 펑펑 쓴다' '1인당 전기 소비량 선진국보다 많아''억눌린 전기 요금에 전기는 펑펑' 초여름에 임박해서 쏟아내는 이런 뉴스는 서민들에게 낭비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콘센트 하나라도 더 뽑아야 한다는 애국심을 강요한다. 도모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100만 원을 호가하는 에어컨 광고는 끊임없이 서민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면서 정작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선풍기를 이용하라니. 값비싼 에어컨은 장식용인가? 다른 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절약하고 살기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낭비가 심하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우리 국민들의 전기사용량이 많다는 논리는 통계의 악의적 왜곡에 불과하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OECD 국가별 1인당 전력소비량(OECD. 2007년 통계)을 보면 미국이 1인당 1만 2417kwh고, 우리나라는 7691kwh로 일본이나 프랑스. 독일 국민들보다 사용하는 전력이 많다. 그러나 이 통계는 국가전체 전기사용량을 인구수로 나눈 통계일 뿐이다. 국가전체 전기사용량에는 산업용이나 일반용도 포함되어 있다.
국가 |
1인당 전력량 |
1인당 가정용 전력량 |
대한민국 |
7691 |
1088 |
미국 |
12417 |
4508 |
일본 |
7678 |
2189 |
프랑스 |
6803 |
2326 |
(자료: OECD 2007, kwh/명) |
가정에서 소비하는 1인당 가정용 소비전력량(OECD.2007년 통계)은 미국의 1/4,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는 못하는 1088kwh에 불과하다.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 가정용 전기사용량 통계는 숨긴 채,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까지 합쳐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력 소비가 많다는 보도는 이제 그만 나왔으며 좋겠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79.1%(2011.9월 기준)를 쓰는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 사용을 국민들에게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5월부터 시작된 요금 인상 논의는 무려 3개월이나 지속됐다. 결국 지난 6일 주택용 2.7%, 일반용 3.9%, 산업용 고압 6.0% 등 평균 4.9% 인상안이 확정되었다. 산업계와 한전 그리고 정부의 지루한 줄다리기는 각자의 실익과 명분을 얻은 채 끝이 났고, 처음부터 논의에 끼어들지 못한 국민들은 다음달부터 2.7%가 오른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앞에서 올리고 뒤에서 깎아주는 산업용 전기 요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두 자리 수 인상을 고집했던 한전.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요금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정부. 그러나 6단계 누진제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야당 뿐 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경제단체들의 5월 15일 '산업용을 올리려면 주택용도 올려라'라는 억지 주장에 정부가 화답했고, 결국 6단계 누진제는 방치한 채 가정용 2.7% 인상안을 확정했다. 경제계의 물귀신 작전은 주효했다. 정부와 한전은 어려운 가정 경제를 고려해 2.7% (한달에 800원 인상 효과) 최소한 인상안을 만들었다고 속보이는 변명을 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