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친구에게 선물받았던 <장준하문집> 사상계지 수난사. 2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장준하가 누군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김동수
"동수형, 하나님과 그 역사 앞에 부끄럼없이 살아가도록 합시다. 어려울 겝니다. 분명히..."1993년 2월 한 친구가 선물한 <장준하문집>-'사상계지 수난사'에 적힌 문구입니다. 솔직히 그 때까지 장준하라는 이름과 '사상계'란 이름도 처음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갈피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친구가 왜 "부끄럼없이 살아가자"고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년이 지났습니다.
친구가 선물한 <장준하 문집>책이 나온 때가 1988년 8월이었으니 책 나이는 24년, 선물 받은 때를 치면 19년이 된 이 책을 다시 손에 든 이유는 장준하 선생 유골을 이장하면서 확인된 두개골 함몰 때문입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장 선생 두개골을 보면서 그 동안 제기되었던 박정희 독재정권이 저지른 타살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진상규명을 통해 법의학적 결론이 날 때까지 확정할 수 없지만 박정희 정권이 폭압성이 점점 드러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장준하 문집>은 장준하 선생 10주기를 추모하면서 펴낸 책으로 김재준, 함석헌, 김성식, 홍남순, 문익환, 안병무, 계훈제, 문동환, 백기완 선생등이 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이 분들 중 김재준, 함석헌, 홍남순, 문익환, 안병무, 계훈제 선생 등은 이 땅에서 볼 수 없는 분들입니다.
<장준하문집>에서 눈에 띈 대목은 박정희가 일으킨 '5.16군사반란' 직후 나온 <사상계> 6월호 권두언입니다.
4.19혁명이 입헌정치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민주주의 혁명이었다면, 5.16혁명은 부패와 무능과 무질서와 공산주의의 책동을 타파하고 국가의 진로를 바로 잡으려는 민족주의적 군사혁명이다. 따라서 5.16혁명은 우리들이 육성하고 개화시켜야 할 민주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는 불행한 일이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위급한 민족적 현실에서 볼 때는 불가피한 일이다.-본문 263쪽
"5.16 불가피한 일" 하지만 3년 후 "국민 배반"아직도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군사반란을 "불가피한 일"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내 박정희 군사정부가 민의를 배반하고, 민정이양에 대한 신뢰를 잃자 이내 비판합니다.
우리는 군의 정치적 중립을 염원하며 정치에 의한 오염화를 경계한다. 군을 정쟁 도구로 삼는 전례를 일소하고 관권에 의한 정당 조직을 무로 돌림으로써 새 공화국을 깨끗한 기반 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군인답게 깨끗이 정권을 이양하고 정파에 초연한 준열한 도덕적 견제 세력이 되기를 바란다. 민주적 민간 정부의 탄생은실로 양심적이요, 민주적인 민간인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에 의해서만 보장된다. 혁명 당국은 순연한 민정의 선거 관리의 소임을 다하라.(<사상계> 1963년 2월호)특히 1964년 '김종필·오히라 메모' 논란이 일자 긴급증보판까지 내면서 "제2의 이완용이를 낼 수 없다는 심판의 숭엄함 소리를 듣는가"라며 굴욕 외교로 규정합니다. '우상을 박멸하라!'는 제목 글에서 "명목상의 6억불, 실질상의 3억불로 누란의 경제 위기를 현상유지 있다는 관념의 우상을 파괴하라! 제2이완용이 있다면 제2의 합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 우상을 박멸해 버려야 한다"고 분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