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반대하는 마포주민들 "우리가 막아줄게!"

[현장] '아름다운 동맹' 시민문화제...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반대

등록 2012.08.25 09:16수정 2012.08.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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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과 그의 딸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과 그의 딸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주영

"홈플러스 알지? 동네에 하나 더 생긴대. 그런데 너무 많이 생기면 시장 상인들이 힘들어져. 그래서 홈플러스 더 생기지 말라고 사람들이 모인 거야. 알겠니?"

정성우(35, 마포구 성산1동)씨가 함께 우비를 뒤집어쓰고 있는 4살짜리 딸에게 말했다. 손에 촛불을 쥐고 있던 딸이 엄마 얼굴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게 '함께 사는 삶'을 가르쳐주고 싶다"던 그는 웃으며 딸을 꼭 껴안았다.

두 사람이 촛불을 들고 있던 곳은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맹 시민문화제' 현장. 지역 중소상인들이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소다. 상인들은 삭발을 강행하며 보름째 아스팔트 위에서 입점 반대 시위를 진행 중이지만 홈플러스 측은 합정점 입점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직접 중소상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자 나섰다.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마포희망나눔 등 36개의 마포지역 시민단체로 꾸려진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마포지역 주민대책위원회'는 시민문화제를 열고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문제를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생존권 문제로 여기겠다"고 선언했다.

정씨는 "대형마트가 늘어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하다"면서도 "그런데 편리함만 추구하다 보면 이웃 주민인 중소상인의 삶이 무너지고, 결국 우리의 삶도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편리함 때문에 우리의 삶을 죽일 것인지, 불편함을 참고 우리의 삶을 살릴 것인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60여 명의 주민들도 정씨의 생각에 공감했다. 임상희(35, 마포구 서교동)씨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나와 같은 동네 사는 이웃이지만, 홈플러스 직원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내 이웃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 모두 이웃... 주민 1만7천 명 입점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이주영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철회를 두고 장기간 싸워온 지역 중소상인들은 주민들의 응원과 지지에 힘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조태섭 망원시장상인연합회장은 지역 주민들의 연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장 상인 모두 이웃이다. 시장 생긴 지 약 35년 되는 시간 동안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얼굴을 익혔다. 정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주민 1만7천 명이 입점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주민들이 '우리가 입점 막아줄게'라며 나서준 것이다. 이러한 지역 주민들의 연대 덕분에 8월말 예정이었던 입점이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됐다고 본다."


이날 함께한 박종석 공덕시장상인연합회장은 "올해 초 이마트 공덕점 입점을 앞두고 공덕시장 상인들이 반발했지만 입점을 연기하진 못했다"며 "지역 주민들의 연대로 힘을 발휘하는 이곳이 부럽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대형마트가 들어선 이후 공덕시장에는 생선·야채를 파는 가게만 남고 화장품이나 옷을 파는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며 "대형마트로 인해 지역 중소상인들이 무너지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대형마트로 인한 중소상인 피해 문제에 공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정책팀장은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이웃끼리 같이 사고팔면서 생활을 유지하는 형식의 지역공동체 경제가 무너지게 된다"면서 "이러한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곳 지역 주민들이 연대해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노웅래(서울 마포갑)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형마트들이 법적 문제 없이 입점을 강행할 수 있는 건 문제가 생긴 후 법안이 마련되는 현실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대형마트 문제를 예방할 법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맹' 시민문화제는 9월 7일에도 열릴 예정이다.
#합정동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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