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과 그의 딸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주영
"홈플러스 알지? 동네에 하나 더 생긴대. 그런데 너무 많이 생기면 시장 상인들이 힘들어져. 그래서 홈플러스 더 생기지 말라고 사람들이 모인 거야. 알겠니?"정성우(35, 마포구 성산1동)씨가 함께 우비를 뒤집어쓰고 있는 4살짜리 딸에게 말했다. 손에 촛불을 쥐고 있던 딸이 엄마 얼굴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게 '함께 사는 삶'을 가르쳐주고 싶다"던 그는 웃으며 딸을 꼭 껴안았다.
두 사람이 촛불을 들고 있던 곳은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맹 시민문화제' 현장. 지역 중소상인들이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소다. 상인들은 삭발을 강행하며 보름째 아스팔트 위에서 입점 반대 시위를 진행 중이지만 홈플러스 측은 합정점 입점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직접 중소상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자 나섰다.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마포희망나눔 등 36개의 마포지역 시민단체로 꾸려진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마포지역 주민대책위원회'는 시민문화제를 열고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문제를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생존권 문제로 여기겠다"고 선언했다.
정씨는 "대형마트가 늘어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하다"면서도 "그런데 편리함만 추구하다 보면 이웃 주민인 중소상인의 삶이 무너지고, 결국 우리의 삶도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편리함 때문에 우리의 삶을 죽일 것인지, 불편함을 참고 우리의 삶을 살릴 것인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60여 명의 주민들도 정씨의 생각에 공감했다. 임상희(35, 마포구 서교동)씨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나와 같은 동네 사는 이웃이지만, 홈플러스 직원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내 이웃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 모두 이웃... 주민 1만7천 명 입점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